웨어러블 시장이 위기에 봉착했다. 포스트 스마트폰의 미래로 각광받으며 화려한 날개짓을 펼쳤으나 차세대 초연결 플랫폼의 지위는 오히려 자율주행차로 급격히 옮겨가는 분위기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웨어러블 시장은 전년 대비 16.9%p 성장하는데 그쳤다. 생각보다 커지지 않는 분위기다. 게다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웨어러블 시장 플레이어들을 보면 대부분이 저가의 스마트밴드에 몰려있다. 애플워치를 내세운 애플이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이상의 확장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핏비트가 원조 스마트워치 플레이어인 페블을 인수하는 등 나름의 '시장 정리 현상'도 감지된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하지 않다. 최근 매출 급락을 맞은 핏비트는 우디 스칼 핏비트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CBO)가 퇴사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존 인력의 6%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하기도 했다.

▲ 스마트워치 라인업. 출처=페블

웨어러블 카메라 시장의 강자인 고프로도 최근 드론 카르마 실험이 위기에 직면한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고프로의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사실 웨어러블은 플랫폼의 가치에 집중되어야 생명력을 얻는다. 다만 여기에는 '스마트폰과의 분리'라는 전제가 깔리며, 이를 바탕으로 '왜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도 중요해진다. 하지만 여기에서 웨어러블은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웨어러블 시장이 완전히 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신중한 답이 필요하다. 아직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스냅의 스펙터클을 비롯해 다양한 제조사의 스마트워치가 계속 출시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시계 제조사도 스마트워치에 뛰어드는 지점이 중요하다. "이들은 왜 멈추지 않는 것일까?"

웨어러블은 스마트워치 중심으로 시장의 질서가 재편되어야 하며, 현 상황에서는 필요도의 문제에 따라 그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인 1PC 시대는 스마트폰을 넘어 반드시 올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플랫폼의 가치를 확보하는 곳은 어디인가?

웨어러블을 바라보는 시장의 관심이 지나치게 스마트워치의 성적에 집중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스마트워치는 상대적으로 고가며,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데 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웨어러블 시장이 스마트워치라는 하나의 아이템이 아닌, 그 이상의 스펙트럼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즉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와 같은 기기별 특성이 아닌 용도에 맞는 웨어러블 기술의 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피트니스와 핀테크, 나아가 의류와 만나는 진정한 웨어러블의 가치가 답이 될 수 있다. 피트니스의 경우 다수의 스마트밴드가 체화하고 있는 역량이며, 이를 바탕으로 인프라 저변의 확대를 빠르게 잡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지난해 12월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의 연례 설문조사를 인용해 ‘2018년 최대 트렌드는 웨어러블’이라고 전한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톱10에 운동 방식 외 보조기기가 포함된 것은 웨어러블이 유일했다는 후문이다. 분명한 수요가 있다.

아직 웨어러블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귀에 착용하는 히어러블 등 다양한 가치를 파고드는 방법론도 필요하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히어러블 판매량은 70만대에 불과해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향후 5년간 연평균 43%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애플의 에어팟 등이 고무적인 성과를 지점을 보자. 당초 출시시기를 늦추는 '애플답지 않은 행동'까지 겹치며 시장의 의구심을 샀던 에어팟이 기존 물량 공급으로는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어 행복한 비명을 질렀기 때문이다. 에어팟을 온전한 웨어러블, 혹은 히어러블로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분명히 있지만 웨어러블의 기능적 특성을 살리는 방식 하나만큼은 충분히 조명할 가치가 있다. 추후 애플은 에어팟에 시리 탑재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능을 선보일 전망이다.

▲ 에어팟. 출처=애플

핀테크적 측면에서는, 웨어러블이 스마트폰의 대체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간편결제 및 송금 등의 핀테크 사용자 경험을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웨어러블의 저변이 스마트의류 및 기타 다른 영역으로 확장될 경우,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웨어러블은 초연결 시대에 가장 걸맞는 아이템이다. 스마트폰을 넘어 몸에 착용하는 순간 말 그대로 연결의 플랫폼이 탄생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손목이나 목 등에 머물지 말고 기능별, 하드웨어 착용방식 별로 접근해 다양한 ICT 역량을 체화하는 실험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