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철학? 정보에 대한 철학! 철학이란 말이 붙어있는 온갖 철학이 난무하는 이때 또 무슨 철학을…. 이 표현은 1990년대 루치아노 플로리디에 의해 만들어졌다. 플로리디는 그의 책 <정보 철학>에서 정보 철학을 ‘사물의 제일의 모든 원인과 제일의 모든 원리를 취급하는 철학’인 제일철학(第一哲學, Philosophia Prima)으로 간주한다. 세상을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언급되는 물질과 에너지와 더불어 이제 정보가 언급되고 있다.

국가정보화 기본법 제3조에서 ‘정보는 특정 목적을 위해 광(光)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되어 부호, 문자, 음성, 음향 및 영상 등으로 표현된 모든 종류의 자료 또는 지식’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위키에서 ‘정보는 언어, 화폐, 법률, 자연환경 속의 빛이나 소리, 신경, 호르몬 등의 생체 신호부터 비롯한 모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우리 또한 정보를 일상용어에서 전문용어까지 다양한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보라는 말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이후로 확장에 확장을 거듭해 이제 세상을 바로 보는 관점이 제공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되었고, 드디어 ‘세상 모든 것이 정보’라는 개념 과잉의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컴퓨터와 정보통신은 물론이려니와 물리학, 생물학, 의학, 뇌과학, 심리학, 인지과학,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 행정학, 언론‧홍보학, 그리고 심지어 문학이나 예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정보적 관점에서 시도되는 이론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시할 수 없는 개념의 유용성으로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융합과 통섭이 요구되는 시대의 흐름에도 결코 따로 떼어 볼 수 없는 여러 분야들을 연결할 수 있는 키워드로서 정보 개념의 유용성 또한 적지 않다.

플로리디는 그의 논문 ‘인공지능의 뉴 프로티어: 인공지능 동지와 4차 산업혁명’에서 천체물리학에서의 ‘코페르니쿠스 혁명’, 생물학에서의 ‘다윈 혁명’, 심리학에서의 ‘프로이트 혁명’ 이후 4번째 혁명으로서 정보 혁명을 언급한다. 이러한 지동설, 진화, 무의식의 개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듯이 정보는 또 한 번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며, 이러한 경향은 새로운 무엇인가가 등장할 때까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많이 읽혀지고 있다는 제임스 글릭의 책 <인포메이션>에는 정보(Information)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전에는 소식(Intelligence)이라는 말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Intelligence는 지능이라는 의미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에서 첩보의 의미로 쓰인다. 정보가 지능이어서는 아니고 플로리디는 인공지능을 아직은 미성숙된 정보 철학이라고 여긴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자연철학, 과학철학, 인공지능 철학, 정보 철학의 계보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보 철학은 성숙한 인공지능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컴퓨터 기술과 인지과학을 바탕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실행하는 ‘앎’으로서의 정보를 조작적으로 다룰 수 있는 ‘지능’을 천착하게 됨으로써 다소 애매한 개념의 정보가 형식화되고 정보 철학을 촉발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과학 철학이 과학의 기반을 떠맡고 있었다면 이제 정보 철학은 과학 철학적 임무의 확장으로서 여러 개별 철학을 아우르면서 어느 때보다 넓고 어느 때보다 통합적인 철학의 임무를 떠맡아야 하지 않을까.

정보 철학의 연구는 정보의 개념적인 성격과 기본원칙, 정보의 동학, 활용과 과학을 포함하는 비판적 연구와 더불어 철학적 문제에 대한 정보 이론 및 계산 방법론의 정교화 및 적용을 포함하고 있다. 철학이 무엇인가? 철학은 존재, 지식, 가치, 이성, 인식 등의 일반적이며 기본적인 대상의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드디어 이제 성숙된 인공지능이 스스로 철학연구를 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전에 이미 계산적 형이상학(Computational Metaphysics)은 시도되었고 정보 철학과 더불어 계산적 철학(Computational Philosophy)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