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플리커

전 세계 주요국이 5G(5세대)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5G는 4차 산업혁명으로 통하는 관문이자 핵심 인프라다. 자율주행차, VR(가상현실),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데이터 트래픽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증하게 된다. 현재 이동통신 기술로는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을 감당할 수 없어서 5G라는 새로운 기술이 요구된다. 통신사뿐 아니라 5G와 연계된 사업이 크게 성장하며 3G, 4G를 능가하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이 5G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다. 

5G에 두각을 나타내는 나라에 대해 아직까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5G 표준 규격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통신기업이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올림픽을 통해 보여줄 한·중·일의 5G 기술도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5G를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는 중국이 가장 큰 5G 경제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35년 중국의 5G 연계산업 시장규모는 9840억달러까지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세계 시장점유율의 30% 정도다. 또한 한국은 1200억달러의 경제효과를 유발해 96만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IHS가 예측한 5G 국가별 경제창출 효과순위는 중국, 미국, 일본, 독일, 한국, 프랑스, 영국 순이다. IHS에 따르면 5G 기술은 2035년에 12조3000억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전망이다.

과연 누가 가장 먼저 5G 패권을 차지할까. 주목되는 시점이다.

◇ 5G 국제표준은 아직... 2020년 규격 완성이 목표

5G 통신 규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5G 국제 표준은 ITU(국제전기통신연합)와 3GPP(세계 이동통신 국제표준화 협력기구)가 주도하고 있다. ITU는 국제연합의 14개 전문기구 중 하나다. 전기통신과 관련해선 세계 최고 국제기구다. ITU는 주파수, 스펙트럼 배빛 및 주파수 할당 등록, 회원국간 협력을 통한 적정요금의 통신서비스 촉진,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협력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ITU는 2020년 10월경 5G 규격을 완성할 계획이다.

3GPP는 무선통신 관련 국제표준을 제정하기 위해 1998년 12월 창설된 이동통신 표준화 단체다. 5G 표준 기술은 3GPP가 세 단계에 걸쳐 정할 계획이다. 이달 초 크로아티아에서 기술총회를 열고 글로벌 5G 1단계 표준 ‘3GPP 5G 뉴라디오(NR) 규격 개발 계획안(RP-170741)’을 승인했다. 합의에 따라 2020년 3GPP 표준에 기반을 둔 대규모 5G 시범·상용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미·한·중·일 중심으로 펼쳐질 5G 패권 경쟁

미국은 버라이즌, AT&T, 퀄컴, UC버클리 등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5G 원천 기술을 연구 중이다.

버라이즌은 올해안에 미 전역 11개 도시(애틀란타, 뉴저지, 캘리포니아, 시애틀, 워싱턴D.C. 등)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상용화 전(pre-commercial) 테스트로 올해 중반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버라이즌은 앞서 7월부터 5G 네트워크 시범 사업을 계획해왔다. 이를 위해 버라이즌은 삼성전자, 에릭슨, 인텔, 퀄컴 등과 협력하고 있다.

▲  버라이즌이 5G 테스트를 계획 중인 미 전역 11개 도시. 출처=버라이즌 유튜브

버라이즌은 테스트 수행을 도시, 교외 및 농촌 시장과 다양한 건물 유형을 골랐다.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스마트폰 및 기타 모바일 장치를 연결하는 게 그다음 목표다.

미국 2위 통신업체 AT&T는 텍사스 오스틴에서 퀄컴, 에릭슨과 손잡고 온라인 스트리밍 TV 서비스 디렉TV나우를 5G로 서비스하는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AT&T도 2018년에 5G 브로드밴드 서비스, 2019년에 5G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존 도노반 AT&T의 최고 전략 책임자는 “내년에 5G 광대역을 제공하고 2019 년에 5G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5G 조기 활성화를 노리고 있다. 특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통신 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KT는 2019년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지난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의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개발한 5G 시범 서비스 5개가 국제표준 초안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국제 표준안이 승인된 건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 사장은 지난 14일 평창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2018년 평창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5G 기반의 놀라운 서비스를 선보여 ICT 강국, 한국의 위상을 다시금 높이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2019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제안한 5G 핵심 로밍 기술이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 연합(NGMN)의 2017년 연구과제로 최종 승인됐다. NGMN은 지난 2006년 글로벌 통신사들이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서비스 플랫폼·단말의 표준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NGMN에서 선정된 연구과제들은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의 연구·개발과 논의를 거쳐 3GPP의 표준으로 제안된다.

▲ MWC 2017 SK텔레콤 전시부스. 출처=SKT

또한 지난 2월 14일 SK텔레콤은 도이치텔레콤, 에릭슨과 함께 ‘국가 간 5G 인프라 연동 기술’의 핵심인 ‘사업자 간 네트워크 슬라이스 연동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SK텔레콤은 5G 조기 표준화를 선도하고 5G 기술 파편화를 막기 위해 글로벌 협력체를 통해 표준 규격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5G 상용화를 목표로 5G 기술 개발, 네트워크 구축 등에 총 5천억위안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에서 12개의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 중 하나가 5G였다. 중국 정부업무보고에 5G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5G 통신 기술 개발과 통신망 구축 및 표준화 작업이 담긴 스케쥴표를 확정했다. 앞서 2013년에는 5G 기술 개발 및 표준 마련을 위한 공동 기술 연구팀 IMT-2020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한 바 있다. 당장 내년인 2018년에 계획한 대규모 테스트를 위해 올해부터 5G 네트워크 테스트 시범 작업에 들어간다.

중국은 세계 이동통신 국제표준화 협력기구인 3GPP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3GPP 전문인력 중 60%는 중국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 2025’, ‘인터넷 플러스’ 등 중장기 국가 전략산업을 통해 첨단산업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은 최근 막을 내린 MWC 2017에선 AT&T, 보다폰, 화웨이, 에릭슨 등과 함께 글로벌 5G 테스트 서밋을 여러 5G 표준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작년 2월 5G 공동혁신센터를 설립해 40여개 이상의 회사를 파트너를 맺었다. 중국 대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MWC 2017에서 5G를 주제로 전시장을 꾸미기도 했다.

장젠궈 ZTE 선임 부사장은 “중국은 2G, 3G, 4G 시대에 다른 기업을 뒤쫓기에 급급했다”면서 “5G 기술만큼은 세계 수준을 앞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차원에서도 5G 기술 연구개발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면서 “세계 이동통신 사업자와 함께 5G 표준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도 2020년 도교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5G 상용화에 적극적이다. 정부 주도하에 기업과 학계가 적극참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5G 여러 기술들을 통합해 실증실험을 실시하고 통신사 및 벤더와 함께 5G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 출처=NTT도코모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 NTT도코모는 글로벌 기업들과 적극적인 제휴로 5G 연합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2014년 5월부터 자국 기업인 NEC, 미쯔비시, 후지쯔를 비롯해 노키아, 화웨이, 에릭슨, 알카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주요 기업과 5G 기술 개발에 대한 개별 제휴를 맺었다. 삼성전자와는 초광대역 하이브리드 빔포밍 및 빔트래킹 기술을 공동개발했으며 에릭슨과는 Massive MIMO와 관련된 실증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팀장은 “한때 갈라파고스로 불렸던 일본의 ICT 산업이 5G에서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산학관이 하나가 돼 5G 생태계 조기 실현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