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열여섯 번째 이야기.

무광 블랙 피부에 중후한 인상이다. 마주앉아 대화를 시작하기 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목소리가 왠지 묵직한 저음 톤일 거야.’ 기자는 이정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그가 목에 올라탔다. 얼떨결에 목마를 태워줬다. ‘우리 초면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그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보스(BOSE)에서 왔다고. 그제야 알아차렸다. 그가 보스 이어폰이란 것을.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당신이 보스의 보스인가요?

보스 QC30: 유머감각이 실망스럽네요. 당신과 저는 잘 알겠지만 한국엔 보스를 모르는 분도 계시더군요. 1964년 아마르 보스 박사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오디오 브랜드입니다. 저는 올해 2월에 나온 막내 중의 막내고요.

보스 박사, 그는 누구인지

보스 QC30: 그당시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전자공학 교수였어요. 심리음향학 박사이기도 했죠. 보스 박사는 당시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현실 소리와 간극이 너무 커서 실망했습니다. 단순히 실망만 한 건 아니에요. 직접 오디오 개발에 나서면서 보스란 회사를 차렸죠.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QC30, 그는 누구인지

보스 QC30: 보스의 막내라고 말했잖아요. 원래 전자제품 쪽에선 막내들이 가장 최신기술을 탑재하고 있곤 하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진화된 액티브 노이즈캔슬링 기술을 품고 있습니다. 노이즈캔슬링은 역시 보스죠!

노이즈캔슬링? 그게 뭡니까?

보스 QC30: 외부소음을 차단해주는 기술입니다. 제 이어버드 바깥에는 소형 마이크들이 달려있습니다. 이걸로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를 받아들이고 사용자에겐 반대되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를 통해 소음을 상쇄시키는 원리죠. 보스는 최고의 노이즈캔슬링 기술 개발을 위해 40년 이상을 연구해왔어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다른 제품엔 그런 기능이 없나요?

보스 QC30: 사실 요즘엔 여러 브랜드에서 노이즈캔슬링 제품을 선보이고 있죠. 그런데 분명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요. 저는 세계 최초로 노이즈캔슬링 단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무려 12단계로 소음이 들리는 단계를 정할 수 있죠.

소음을 무조건 차단하는 게 좋지 않나요?

보스 QC30: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사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사용하면 주변 소리가 안 들리니 위험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주의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지하철 같은 곳에서 안내방송을 못 들을까봐 염려하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이 기능을 활용하지 않으면 온전히 음악에 몰입하기가 어렵죠. 이 경우 적절한 단계로 노이즈캔슬링의 정도를 조절하면 유용하죠.

연결 케이블이 안 보이네요?

보스 QC30: 무선연결 전용이니까요. 요즘은 무선 음향기기가 대세입니다. 저는 블루투스는 물론 NFC 방식으로도 연결을 지원해요. 두 방식 모두 연결이 간편하죠. 스마트폰에 연결해 음악을 듣는다고요? 터치 몇번으로 블루투스 연결이 끝납니다. NFC 연결의 경우 폰을 제 인라인 리모컨에 가볍게 대기만 하면 되고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인라인 리모컨이 뭐죠?

보스 QC30: 우측 케이블에 달린 리모컨 보이나요? 이게 인라인 리모컨입니다. 음량을 조절하거나 선곡을 바꾸는 건 물론 노이즈캔슬링 단계도 조절할 수 있죠. 그리고 폰에서 보스 커넥트 앱을 이용해 이런 것들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앱은 누구라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구성돼있고요.

무선이라면 충전이 필요하겠네요?

보스 QC30: 맞습니다. 3시간 충전하면 최대 10시간이 지속됩니다. 출퇴근길 시간을 생각해보면 매일매일 충전해야 할 정도는 아닙니다. 방전됐는데 빨리 음악을 다시 듣고 싶다고요? 걱정 마세요. 15분만 충전해도 1시간 음악감상이 가능합니다.

가장 중요한 음질은 어떤지요?

보스 QC30: 설명보단 직접 들어보는 게 어떨지.

▲ 출처=보스
▲ 출처=보스

POINT QC30을 목마 태운 채 그대로 바깥엘 나갔다. 전원을 켜자 조금은 어설픈 한국어 안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블루투스 연결, 배터리 잔량, 연결된 기기 정보 등을 한국어로 알려준다. 어설픈 건 둘째 치고 유용하다.

보스 커넥트 앱을 실행하고 바로 노이즈캔슬링 단계를 조절해봤다. 최대치로 올리자 차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지나가면서 크게 대화하는 사람들 목소리도 소곤소곤 귓속말하는 수준으로 들렸다. 카페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스피커에서 내 취향 아닌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어도 차단하고 나만의 사운드에 몰입할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도 역시 주변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이때 노이즈캔슬링 단계를 내리니 안내방송과 수다를 떠는 사람들 목소리, 열차가 내는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회사 사무실에서는 상사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들려주는 소리도 역시 보스다웠다. 보컬을 강조하지 않고 차분하고 세심하게 모든 악기소리를 들려주는 느낌이다. 날카로운 소리도 부드럽게 들려줬다. 다만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난감했다. 통화품질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전원을 끄고 전화를 받기엔 번거로웠다.

넥밴드는 다소 뭉툭하고 둔한 인상이었지만 착용감만은 편안하다. 부드러운 소재 덕분에 맨살에 닿아도 부담이 없다. 이어버드엔 실리콘 소재 이어팁이 달려있어 귀에서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 

가격은 40만원대다. 덥썩 사기에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