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시대에 상품기획을 잘하는 10가지 방법> 최낙삼 지음, 새빛 펴냄

신상품을 개발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1세대 머천다이저 출신인 저자는 오랜 실무경험을 토대로 신상품 탄생의 과정을 3단계로 나누고, 이를 10가지의 ‘발상의 툴’로 정리했다. 책에는 150여개 관련 자료와 200여개의 상품기획 사례가 나온다. ‘사람들에게 모든 낯선 것이 신상품이다. 상품을 낯설게 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문구가 신상품 개발전략을 압축한다. 보기 드문 상품기획의 매뉴얼이다.

◇1단계: 있는 것에서 새로운 상품을 기획한다. 먼저 ‘색상 바꾸기’다. 제품의 첫인상은 60%가 색상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색상은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한다. 애플사는 2013년 9월 아이폰 5S를 출시하면서 골드색을 추가했다. 금빛 아이폰은 3일새 중국을 중심으로 900만대가 팔렸다. 1998년 8월 베이지색으로 통일된 컴퓨터 모니터 시장에 반투명한 형광빛 아이맥이 등장했다. IT 디바이스 디자이너 조너단 아이브의 작품이었다. MS의 빌 게이츠는 “고작 색깔밖에 다른 것이 없는 아이맥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아이맥은 이후 600만대가 팔려나가면서 적자기업 애플을 흑자전환시켰다. 물론 색상변경이 만능은 아니다. 한계도 있다. 2011년 ‘아라미’라는 기능성 쌀이 선보여졌다. 제조사는 흰 쌀에 5가지 색상을 입혔다. 그러나 대중화에 실패했다. 한국인에게 쌀은 근원과 생명, 땀과 정성이라는 숭고한 이미지를 지닌다. 이를 간과한 색깔 변경 시도는 금기를 깬 것과 다름없었다. 색상을 선택할 때는 문화적 정서와 시장성을 고려해야 한다.

‘크기 바꾸기’도 새로운 구매욕구를 창출할 수 있다. 농심은 1988년 일반 컵라면보다 적은 짜장범벅을 내놓았다. 여성과 어린이를 겨냥했다. 크라운제과의 1991년 신작 미니쉘은 크기를 줄여 초콜릿을 평상시에도 먹도록 만들었다. ‘모양 바꾸기’ 처방도 유력하다. 모양 변화는 색상 변화 다음으로 쉽게 인지된다. ‘소재 바꾸기’는 비주얼의 차별화와 동시에 아직 가격 형성이 안 된 새로운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원가절감 또는 고수익을 꾀할 수 있는 방법이다.

◇2단계: ‘더하기’와 ‘빼기’가 중심이 되는 상품기획이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쓰임새가 적은 기능을 과감하게 없애면 새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 면도기와 선풍기는 날과 프로펠러의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면도기는 외날에서 지금은 7중 날까지 나왔다. 서로 다른 두 가지를 더할 수도 있다. 팩스기에 복사 기능과 스캐너를 결합하고, 냉장고에 TV를 더하는 방식이다. ‘빼기’는 가격 빼기가 대표적이다. 중국 전자제품업체 갈란츠는 전자레인지 분야 세계 1위다. 1993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 8차례에 걸쳐 매번 20%씩 값을 내렸다. 단순 기능만으로 제품을 만들어 연구개발비를 줄였고, 언론보도와 입소문에 의존하는 홍보전략으로 광고비를 낮췄다. 판매는 전문유통업체에 맡겼다. 제품 단순화, 원가 절감, 가격 인하, 판매 확대로 선순환이 가능해지면서 2006년 세계 1위 가전업체 하이얼이 전자레인지 사업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3단계: ‘원산지 변경’으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아라비카 종인 커피의 경우 재배지에 따라 구매욕이 달라진다. 메이커들이 브라질산, 콜롬비아산, 멕시코산 등으로 새롭게 분류하는 이유다. 이 밖에도 ‘순서 바꾸기’, ‘이동하게 하기’, ‘대상 바꾸기’ 등을 시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