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란 무엇으로 팔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팔아야 할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기획은 대상의 본질을 어떤 관점에서 보고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을 규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무엇으로 팔 것인지를 규정하는 일, 그것이 바로 기획의 본질인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여기 배가 아파 병원에 찾아온 환자가 있다. 이 사람이 배가 아픈 상황을 우리는 현상 또는 문제라고 한다. 여기서 배 아픔이라는 현상을 유발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어제 먹은 해산물 때문일 수도 있고, 스트레스성 위경련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이 사람은 진통제부터 달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진통제는 어떤 원인에 의해 유발된 결과인 배 아픔이라는 현상을 막아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진통제는 통증을 진정시켜주는 약이지, 배 아픔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라면 배 아픔의 원인을 측정 가능한 요소로 나누고, 각 요소의 영향을 측정해 어떤 요소가 이번 배 아픔의 원인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하는 것이 전문가의 일이다. 이처럼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문제를 발생시킨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고, 눈에 나타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되는 것이다. 기획이란 현상을 유발하는 원인 요소인 본질을 파악한 후에,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갖게 되면 본질을 찾는 것이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명품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상품의 원료, 디자이너, 가격, 모델 또는 국가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명품의 본질은 바로 으쓱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자신의 만족도 있지만 남에게 보이고 싶은 욕망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우쭐함이라는 본질에 맞추기 위해 고가의 가격정책과 한정된 제품 생산, 멤버십 판매, 매장 숫자 조절 등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화장품의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감이다. 화장품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찾고 그로 인해 자신 있는 생활이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도 있지만, 결국 내면의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것도 자신감 있는 삶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놀이 블록인 레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레고의 본질은 만드는 즐거움에도 있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도전과 성취감이 더 정확한 본질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놀이란 도전과 성취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면 동일한 현상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관점은 현상을 유발시키는 본질에 우리를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기획의 시작점이다. 이제 지식이 경쟁력인 시대는 끝났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머릿속에 외워 두었어야 할 지식이 이제는 인터넷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제 지식들을 어떻게 내 생각과 붙여서 확장하고 응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혁신의 시대가 되었다. 혁신의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며 발상의 전환은 다른 관점에서 나온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기 바란다.

세상이 복잡해졌다. 알아야 할 것도 더 많아졌다. 하지만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본질이 갖는 의미는 더 강력해진다. 복잡한 세상에서 내 삶의 본질과 함께 나만의 코즈(Cause)가 무엇인지 규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그것을 중심으로 남아 있는 내 삶을 기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반 평생을 시작하는 오늘, 찾아야 할 답이 많아졌다. 여러분도 자신의 삶에 대한 본질을 찾아보는 시간과 마주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