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출처: 이코노믹리뷰 DB

지난 15일 오후 5시, 서울 명동 거리는 오후부터 풀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한산했다. 지난 6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되면서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자주 찾는 명동 거리에도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 방문했던 적이 있다. 당시에도 예전만큼 관광객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지만,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 때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적이 있다. 이날은 날씨 탓을 하기엔 꽤 포근했던 하루였고, 지난 주보다 더 한산한데다 중국인 관광객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지 않았다.

15일은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을 사실상 금지하는 날로, 당장 중국단체 관광객은 물론 개별 관광객도 여행사를 통해 한국에 올 수 없게 된다. 이날을 기점으로 한국 여행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여행 업계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최대 30~40%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명동 화장품 로드숍에서 일하는 판매원 역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했다는 것을 체감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품은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품목이자 로드숍의 경우 세일을 하면 면세점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항상 매장이 붐볐는데, 최근 한 주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아시아권 다른 나라의 관광객이 비슷한 수준으로 방문한다면 중국인은 정말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명동 관광안내소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기존에는 안내를 도울 때 중국인 관광객이 약 80% 였는데 최근 들어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명동에서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맛집으로 통하는 음식점도 줄어든 관광객의 방문에 우려가 깊었다. 중국 웨이보를 통해 알려진 이후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는 A식당은 그동안 점심 시간 이후에도 광관객들이 계속 찾아왔지만, 이 날은 점심 이후 오후 6시까지 딱 두 테이블만 중국인이었고 나머지는 동남아 관광객 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의 경우 아직은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쇼핑을 하고 있었지만, 기존보다는 훨씬 한산한 모습이었다.

면세점에서 만난 중국인 A씨는 “이제는 중국 여행사를 통해 한국 여행을 예약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오늘 저녁에 중국으로 돌아가는데 이후 다시 한국으로 올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서 반한 감정이 큰 것 같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젊은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한국 여행을 금지하고 불매 운동도 하고 있어 한국을 다시 찾는 것은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면세점들은 그동안 유커의 감소를 우려해 싼커(중국인 개별 관광객) 유치에 집중해 매출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서 한국 여행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를 내리면서 매출 타격을 피하기는 불가능 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싼커와 아시아권 여행객, 외국에 나가는 내국인을 고려한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롯데면세점 내부. 출처: 이코노믹리뷰 DB

최근에는 싼커를 중심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강북보다 강남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압구정과 가로수길 등 성형외과와 비즈니스호텔이 밀집한 지역 역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 강남의 한 비즈니스호텔 관계자는 “15일 이후 예약이 20% 내외로 줄었다”면서 “주변 성형외과에서도 예약 문의가 기존보다 줄었고 수술 날짜를 연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결국 호텔 숙박과도 연결되는 일”이라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H성형외과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 중에서 중국인의 비율이 가장 많았는데, 최근에는 중국은 줄어들고 태국으로부터는 문의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이 시작된 지난 2주 전을 기점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현저하게 줄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2월 20일~26일까지 27만 5979명이었던 중국노선 이용자는 2월 27일~3월 5일까지는 24만 7002명으로 한 주 사이에 3만명 가까이 줄었다. 3월 6~12일에는 21만 5316명으로 급감, 여행객 규모가 2주 만에 22%나 급감한 것이다.

해외사례에서도 살펴보면 관광객 하락으로 인한 타격이 당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일본 센카쿠 사태와 대만 차이잉원 총리 당선, 필리핀 남중국해 때에도 정부가 나서 해당 국가의 관광 금지조치를 지시했다. 2012년 8월부터 중국의 일본 관광 규제가 시작되면서 정책 시행 초기 3~4개월간은 34~47%까지 급락했다. 1년간의 수치로 보면 기존보다 25.5% 줄었고, 이후 규제 완화와 기저 효과로 1년 여만에 과거 입국자 수준을 회복한 바 있다.

중국은 한국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고, 관련 업계의 매출 감소는 우리나라가 직면해야 할 현실로 다가왔다. 결국 이 시기가 지나 중국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고, 우리나라는 중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다른 대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