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1년 한국 기업 금호타이어가 중국 소비자 프로그램으로부터 타이어 생산과정에서 기준치 이상의 재활용 고무를 사용했다는 내용으로 고발을 당했다. 이에 30만 개 제품을 리콜하고 금호타이어 중국 본부장은 공식 사과를 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브랜드 이미지에는 큰 타격을 받았다.

# 지난 2012년 맥도날드는 유통기한이 지난 냉동 닭고기를 사용한 사실이 방송을 통해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중국 수도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맥도날드 수칙을 어기고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를 사용, 심지어 유통기간이 찍힌 상품 포장만 바꿔 다시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중국 소비자로부터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 애플은 지난 2013년 중국 소비자를 차별 대우한다는 사후서비스(A/S) 정책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애플은 다른 기업이 빠르게 공식 사과를 하는 것과 달리, 고발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중국 언론은 집중적으로 애플의 태도를 비판했고, 중국 공상행정관리총국은 애플에 서비스 정책을 개선하지 않으면 법의 규제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결국,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며 애플 비판 여론이 잠잠해졌다.

앞서 언급한 사례는 중국 국영TV 방송인 CCTV가 소비자의 날 특별 프로그램인 ‘3·15완후이(晩會)’를 통해 기업의 불법행태를 폭로한 내용이다.

CCTV가 매년 3월 15일,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저녁 8시에 방송하는 이 프로그램은 중국 내 민영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 역시 고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로 인한 반한(反韓) 감정이 중국 현지에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이번 해에 고발 대상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 사이에서는 3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이 사드 보복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공포의 저승사자 그림자 드리울까

중국 국가질량감독검역총국(질검총국)은 방송 6개월 전부터 테스크 포스(Task Force)팀을 꾸려 기업에 대한 조사를 비밀리에 진행한다. 질검총국의 조사대상, 조사내용 등은 방 송 전까지 비공개로 진행되고 관련 예고나 보도자료 또한 나오지 않아 이 내용에 대해서는 예상이 불가능하다.

아울러 질검총국의 조사팀이 기업도 모르는 사이에 현장에서 조사를 하기 때문에, 외국 기업에게는 ‘공포의 저승사자’로 불린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3.15 완후이’ 방송은 업체명과 불법행위를 하는 실무자의 얼굴을 그대로 방송에 낸다. 이에 불법 행위가 들통난 기업은 이미지 하락은 물론 매출 감소와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최근들어 사드 배치로 인한 반한 감정이 커지면서 이번 방송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고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글로벌 기업의 중국 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최근 몇 년 사이 고발리스트에 오르는 외국 기업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 기업이 올해 방송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에 힘이 주어지는 대목이다.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비상체제로 대기하고 있다. 만약 ‘3.15 완후이’의 타깃이 된다면 현재 총 99개 중에서 약 60여 개의 롯데마트 매장이 영업 정지를 맞은 상황에서 호텔, 면세점 백화점까지 그룹 전방위로 피해가 예상되며 여론 역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지 본부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계속 소통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별히 감지되는 분위기는 없다”면서 “만약 타깃이 된다면 앞서 영업이 정지된 롯데마트와 생산이 중단된 롯데제과 등의 피해와 합쳐지면서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현지 동향을 계속해서 파악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화장품 업계 역시 ‘3.15 완후이’에서 자사의 화장품 브랜드가 언급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중국의 몇몇 언론 매체들이 한국 기업들에 대한 안 좋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인데다, 한 언론 매체가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를 비난하는 기사를 노골적으로 게재하는 등 중국 내 K뷰티에 대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는 상황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 특별한 대응책에 대해 언급할 말이 없다”면서 “일단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의 결과에 따라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우리나라 기업이 타깃이 된다면 어떤 대처가 필요할까.

리스크 관리 업계 전문가는 “앞서 금호타이어, 맥도날드, 애플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문제가 지적된 부분에 대한 빠른 공식 사과와 문제 해결”이라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발빠른 대처와 향후 이미지 개선 등의 노력 등이 더해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3.15 완후이’ 방영을 하루 앞두고 각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너무 예민한 반응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 현지 업계 관계자는 “지난 12일 우리나라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보복 태도가 누그러진 분위기라는 의견도 있다”면서 “아울러 고발 프로그램 특성상 최소 6개월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사드 관련 반한 감정으로 인해 기존에 정해진 기업을 제쳐두고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언급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약 두 달 간의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중국의 보복 조치가 소강상태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이다.

한편, ‘3.15 완후이’는 중국 관영방송인 CCTV와 국가 정부부처가 공동으로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방영하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으로, 매년 3월 15일 오후 8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불량기업을 고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991년 3월 15일 첫 방송을 시작해 올해로 27년째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