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 봐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미국 및 유럽 경제가 그렇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타격을 받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과연 방법은 없는 걸까.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6개 신흥 경제국이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경제 성장의 절반을 넘게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할 6개 신흥경제국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브라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을 꼽은 것이다. 신흥경제국에 우리나라가 포함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최근 미국 및 유럽의 경제는 앞이 막막하다. 세계 경제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지난 15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코노미스트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세계 경제의 위험은 커지고 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줄고 있다”는 세계은행 총재의 지적을 인용하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연구원과 증권사 전문가들도 김 위원장과 비슷한 의견을 내 놓으며 4분기 이후 글로벌 경제 후폭풍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세계 경제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사진=연합).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연구전문위원은 “유럽발 재정 위기는 글로벌 금융 위기 재발과 더블딥 우려를 증폭시키며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재정부실화로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인가가 유럽 재정 위기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며 “이들 두 나라는 유로지역 경제의 28.4%를 차지하는 역내 3, 4위의 경제대국으로 경제적 영향력이 이미 구제금융을 신청한 국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말까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만기도래 국채와 이 기간 중 예상되는 재정적자 규모를 고려해볼 때, 구제금융 신청 시 필요한 지원 규모는 현 유로지역의 지원체제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박사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4분기 글로벌 경제는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재정 위기 국가들의 채무불이행 여부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

사실, 6월과 7월에 걸쳐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이 합의되고 그리스가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한 긴축안을 내놓았을 당시만 해도 적어도 하반기 중에는 그리스 문제가 수면 아래로 숨어들어 시장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그리스 지원에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독일이 국내 여론의 반대가 심하고,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이 지방 선거에서 참패함에 따라 독일 정부의 그리스 지원이 다소 힘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그리스가 당초 약속과 달리 긴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점은 그리스를 지원해야 할 이웃 유럽 국가들의 명분을 잃게 하고 있다. 전 박사는 “공공부문이 비대하고 정부의 연금 지급 부담이 큰 그리스로서는 공무원 감축과 연금 삭감 없는 재정 긴축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그리스 국민들의 반발이 커 이를 이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주체 심리지표 개선 및 고용시장 회복 여부, 유로존 국가 채무 위기 완화가 4분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기 지금이 바닥, 더 나빠지기 힘들다”

이에 따른 4분기 각 지역별 경제 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다. 우선, 미국 경제는 고용시장 개선 미흡, 부동산 시장 부진 등 실물 경제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금융발 요인까지 가세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어려운 사정에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총 부양 규모는 4,470억달러. 경기부양책에는 피고용자 및 고용주 부담분 급여세(payroll tax) 2,400억달러 감면을 통한 고용 촉진, 주 및 지방 정부의 교원, 소방 대원, 경찰 인력 해고 방지 등을 위해 보조금 850억달러 지급, 사회간접자본 확충 600억달러, 실업보험금 연장지급 및 장기 실직자 취업 지원 570억달러, 기업투자 100% 상각 허용 50억달러 등이다.

오바바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을 제안한 배경은 2010년에 취한 경기부양책 중 일부 조치가 금년 말에 종료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연 1.5% 포인트 낮아지게 되어 Double Dip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박사는 미국 경제 부진의 주된 원인에 대해 “여전히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거품의 붕괴가 가져온 가계 및 금융 시장 부실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이 이유다”라고 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무릅쓰고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했고,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수준까지 금리를 내렸으며, 정부는 재정 지출을 과도하게 늘여 이제는 부채가 너무 많아 더 이상 지출을 활발히 늘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최소한 가까운 시점에서 미국 경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0%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의 저성장 기조에 머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현 상태만 놓고만 봐도 최근 미국 경제는 눈에 띄게 나빠졌다. 지난 13일 미국 인구통계국은 지난해에만 260만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빈곤층은 현재 4620만명. 이는 미국 인구의 15.1%에 해당된다.

1993년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이다. 미국 중산층의 중간 소득 수준도 1997년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미국 가계의 연간 중간 소득은 5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수치만 놓고 볼 때 현재 미국 경기는 1970년 이후 미국이 겪었던 어느 경기 침체기 보다 더 나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은 물론, 중국 경제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사진=연합).


미국 국민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CNN방송은 여론조사 결과 미국 국민이 경제 침체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응답이 82%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응답자의 3분의1 가량은 심각한 경제 침체에 빠졌다고 답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화년 연구위원은 향후 미국 경제에 대해 “경제 전반에 걸친 동력 약화로 저성장이 불가피하나 더블딥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용 부진과 주택시장의 침체로 소비 및 투자의 본격적인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단, MENA사태, 동일본 지진 등 예상치 못한 쇼크를 받은 상반기 보다는 좋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또, “향후 경기 급락 위험이 커질 경우 추가 경기 부양 조치를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 부양책(4470억달러)의 의회 통과가 불투명해 적극적인 재정 확대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양적 완화(QE3)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등의 금융 완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경기 침체의 여파가 아직 크지만 국내 전문가 중에는 “더 나빠지지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SK증권 박정우 투자전략팀장은 “낮은 성장률은 지속되나 시장 기대보다는 좋을 것”이라고 했고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완만한 경제지표 개선을 통한 회복을 기대한다”고 했다.

“유럽 국가간 이해상충 출구가 안 보인다”

유럽 경제는 이미 2분기부터 저성장 기조에 빠져들고 있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수출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유럽 주요국들의 선행지수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어,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박사는 “그리스 채무불이행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여타 재정 위기국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는 점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리스 지원에 대해 핀란드가 담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일사분란한 위기 극복 프로그램이 시행되기에는 유럽 각국의 이해 상충이 크다는 것이다.

전 박사는 “독일이 막대한 자금을 출자해 재정 위기국을 지원할 것이라는 긍정적 시나리오를 상정하더라도 독일 경제는 지원에 대한 부담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재정 위기국은 긴축 때문에 저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에서 유럽 경제는 상당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의 전망도 밝지 않다. 임 연구위원은 “중심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성장세가 약화되었고 프랑스와 스페인의 재정적자 및 정부부채 규모가 우려할 수준이어서 4분기에도 성장 부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리스 채무 불이행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여타 재정 위기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사진=연합).


유럽연합(EU)도 지난 15일 유로존 17개국의 하반기 경제 성장을 하향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이사회는 17개 유로존 국가들의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각각 0.2%, 0.1%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3월 전망치에서 각각 0.4%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독일의 3분기 성장률도 0.5%에서 0.4%로 낮춰졌으며 4분기 성장률 또한 0.5%에서 0.2%로 조정했다. 프랑스의 3분기, 4분기 경제 성장 전망률은 0.2%로 제시됐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연구전문위원은 “만일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상황까지 악화되면 글로벌 신용경색이 초래되고, 이로 인해 투자 및 소비 부진과 교역 위축 등이 발생해 세계 경제는 성장률이 현 상황에 비해 최소 1.5%포인트 이상 감소해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은 또 “유럽 재정 위기는 유로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 경제의 공동 현안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2011년 11월로 예정된 G20 칸 정상회의에서 위기 극복 해법을 모색하는 데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긴축정책 지속에 따른 저성장기조 지속되고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 핵심국가는 3분기 저성장 기조에서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인플레 압박 고성장 기조 꺾일 것”

중국에 대한 전망은 9% 내외의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는 전망과 상반기에 비해 하락할 것이란 전망으로 나뉜다. 삼성경제 연구소 김화년 연구위원은 “선진국 경기의 회복 지연으로 인한 수출 둔화로 2011년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에 비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1년 하반기까지는 금융긴축이 지속되면서 소비가 둔화되고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전민규 박사도 비슷한 의견이다. 전 박사는 “중국은 2009년 이후 경제 성장의 핵심적 역할을 했던 내수 확대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과도한 통화 증가로 물가 압력이 크게 높아졌고, 지방 정부를 포함해 전반적인 금융 부채도 지나치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중국 역시 선진국 수출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내수 성장을 자극할 만한 새로운 부양 정책이 쉽지 않을 수 있어 성장세는 좀 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Chief이코노미스트 등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임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는 4분기에도 9% 내외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식품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물가 불안 잠재력은 있다”고 말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세가 둔화되나 내수를 중심으로 9% 초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과 긴축의 부담이 완화된 가운데 정부 주도의 투자 및 고용 창출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며 중국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우선,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경제구조 선진화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집중육성의지를 밝혀 온 친환경, 정보기술, 신에너지, 첨단장비 등 7대 신흥사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2차 5개년 규획 동안 매년 900만개의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위해 내년에도 인프라 투자를 통한 정부 주도의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특히 올해 4분기에는 12.5규획 첫 해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도록 보장성주택 1000만호 건설, 중서부 대개발 등 SOC 투자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위안화 절상도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및 글로벌 수요 부진을 고려해 당분간 빠르게 진행시키지는 않을 전망이다. 유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중국 환율정책은 경제성장에 저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학명 기자 mrm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