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에 따른 중국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 화장품과 면세점 업계는 중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와 중동을 새로운 시장 개척지로 보고 있다.

사실 아시아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가까울 뿐 만 아니라 수출국으로도 교류가 계속 이어져 왔었기 때문에 친근한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중동은 상대적으로 관련 정보가 많지 않은 미개척 분야라, ‘중동이 중국 리스크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업계의 주목도가 높다.

한국 면세점에서 K뷰티-정관장 사는 중동 관광객

신규 면세점들이  ‘포스트 유커’ 찾기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고객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전략이 눈에 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 따르면 갤러리아면세점은 오는 4월 중동 현지 여행페어에 참여하고 현지 에이전트와 업무협약 계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중동 무슬림 인바운드 여행사 2곳과는 송객 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11월 대만 국제여행박람회에 참가한 이후 현재까지 동남아 인바운드 여행사 79곳과 송객 계약을 맺은 바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갤러리아면세점 관계자는 “중동 고객은 중국인 대비 구매력이 30% 가량 크고 의료 관광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난해에 여의도 63빌딩내 상층부 고급 레스토랑 4곳이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하는 할랄 레스토랑 ‘무슬림 프렌들리’ 등급을 받았고,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에 이어 순천향대, 중앙대 병원과 협약을 진행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에 비해서는 아직은 미미한 수치이지만, 중동 고객은 면세점에서 한국산 화장품과 정관장 등 건강 식품을 선호한다”면서 “사실 중동은 지리적 특성상 유럽쪽 접근성이 좋고, 한국 면세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격적으로 큰 장점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산 화장품과 건강식품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히잡 속 짙은 화장, 색조 중심 K뷰티 인기끌까

중동 여성들은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기 위해 쓰는 ‘히잡(hijab)’을 써야 하기 때문에, 패션 스타일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얼굴을 강조하는 화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색조 시장이 발달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울러 기본 매너로 향을 중시하는 성향에 따라 향수 시장이 많이 발달해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해 색조 브랜드가 강한 에뛰드하우스로 중동 진출 전략을 세웠다. 

중동의 경우 소비 계층이 다양하고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에서 20대를 타깃으로 데일리 메이크업이 가능한 에뛰드하우스 브랜드를 내세워 중동에서도 같은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에뛰드하우스는 올해 하반기 두바이 몰내에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고, 이후 쿠웨이트 등 주변국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중동 시장에 대한 조사와 함께 사업성 검토를 위해 몇 년 전부터 두바이, 아부다비, 테헤란, 이스탄불 등 중동내 주요 도시에 지역전문가를 파견해왔다. 작년 5월 UAE의 두바이에 거점을 마련하기로 결정하고 자유경제무역 D3구역(Dubai Design District)에 100% 독립법인인 ‘아모레퍼시픽 중동법인’을 설립했다. D3구역은 UAE 정부가 주도하는 뷰티·패션·디자인 산업 중심 자유지역이다.

두바이 관관청 관계자는  “두바이의 경우 외국인 거주 비율이 많은 국가 중 하나로, 이 곳에 사는 한류에 익숙한 싱가폴이나 홍콩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다”며 “현지에서 미샤, 에뛰드하우스, 더페이스샵에서 판매하는 색조, 기초 케어, 비비 크림, 마스크팩 등의 정확한 명칭을 대면서 한국에서 사다달라는 부탁이 있을 정도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젊은 나라, 화장품 시장 연평균 10% 성장

중동은 젊은 국가다. 차세대 소비계층인 15세미만 인구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구매력이 있는 청장년층이 과반수를 차지하여 안정적 소비시장 형성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걸프협력기구(GCC)의 15~64세 인구 비중은 74.2%로 미국(65.9%), 전세계 평균(65.8%)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이란, 이집트, 알제리, 모로코 및 터키는 많은 인구수 및 낮은 평균연령을 바탕으로 풍부한 내수시장으로서의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사실 중동의 경우 유가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인데다 전 세계 경기 역시 불황이라 최근 상황이 좋지는 않다”면서 “아울러 유럽산 명품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것에 비해 한국산 제품은 잘 알려지지 않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어 “그러나 미개척지였던 관광, 면세점, 화장품 등 우리나라가 강점인 분야를 통해 계속해서 교류를 이어간다면 중동의 성장과 맞물려 새 시장을 개척하는데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출처: 코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