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미용·영양주사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다. 미용·영양주사는 몇 년 전부터 연예인의 이름을 본딴 ‘아이유주사’, ‘비욘세주사’ 등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다 최근엔 박근혜 前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차례 시술받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됐다.

보톡스, 필러 등 안면부 주름을 개선하고 볼륨감을 주기 위해 사용되는 미용주사부터 마늘주사, 비타민주사 등 몸의 피로를 회복시켜준다는 영양주사까지 종류와 기능이 천차만별이다.

박실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의원 주최로 열린 ‘만연한 미용·영양주사, 효능있나? 안전한가?’ 토론회에서 한국에서 처방되고 있는 미용·영양주사의 성분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도 파악하기 힘든 주사제 성분…약 8가지

박 연구위원이 파악한 미용·영양주사의 성분은 ▲클로스트리디움보톨리눔독소 ▲폴리데옥시리보뉴클리오다이트나트륨(PDRN) ▲티옥트산 ▲글루타티온 ▲자하거가수분해물 및 자하거추출물 ▲글리시리진 복합제 ▲푸르설티아민 ▲히알루로니다제 등 8가지였다.

병원마다 사용하는 성분도 다르고 의사 재량껏 약물을 섞어 쓰기 때문에 전문가조차 미용·영양주사의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 소비자들은 본인이 맞는 주사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없이 광고, 후기 및 의사의 말만 듣고 시술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약품 종류를 파악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라며 “미용·영양주사에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약이 쓰이고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공인된 참고자료가 없어서 의료기관의 홈페이지나 의사의 인터뷰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이 파악하지 못한 미용·영양주사의 성분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허가범위 외 사용 잦은 미용·영양주사

미용·영양주사 성분 중에서 단연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은 보톡스로 더 잘 알려진 클로스트리디움보톨리눔독소였다. 박 연구위원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의 의약품유통자료와 청구자료를 분석해 미용·영양주사의 의원급 시장규모를 추정한 결과 클로스트리디움보톨리눔독소의 비급여 추정금액은 2441억원에 달했다.

▲ 시중에 유통되는 미용·영양주사 성분.자료=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톡스는 주름을 개선하거나 비대한 턱 근육을 축소해 얼굴을 갸름하게 보이는 효과를 준다. 허가사항 안에서는 사시, 안면경련, 안검경련, 미간주름 등에 사용해야한다고 돼 있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 오프라벨(off-label, 허가범위 외 사용)로 미용을 위해 자주 쓰인다.

물론 오프라벨 사용이 불법은 아니다. 보건당국의 안전성, 유효성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임상현장에서 효과가 광범위하게 인정된 경우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허가범위 외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로슈의 아바스틴(베바시주맙)의 경우도 대장암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임상현장에서 황반변성 치료에 효과를 보여 안과에서 오프라벨 처방이 잦다.

오프라벨 안전성 입증 안돼…소비자 인식도 낮아

문제는 미용·영양주사의 오프라벨처방의 안전성과 효과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몸의 피로를 줄여준다는 마늘주사와 같은 정맥주사의 경우 맞기 전후의 몸의 변화를 측정한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없다. 주사제에 의한 피로회복 효과가 플라시보(Placebo, 위약효과)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주사제의 경우 한가지 성분만 들어가지 않고 의료진에 따라 섞는 성분과 양이 천차만별이다. 섞는 과정에서 균감염이 일어날 수 있고 양조절에 실패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광고, 주변의 후기, 의사의 권유 등에 의해 쉽게 주사제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실비아 연구위원이 미용·영양주사 이용경험이 있는 20~40대 여성 9명을 심층인터뷰한 결과 소비자들은 주사제 성분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정보 검색이나 의료기관 상담실장의 권유 등으로 주사를 맞았다.

연구위원이 인터뷰한 한 여성은 “병원에 보면 손글씨로 무슨 시술이 있다고 많이 써놓잖아요. 그러면 실장한데 ‘저거 뭐예요?’하고 물어보는데 물어보는 순간 그 시술을 안 할 수가 없게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는 의료진과 사전상담도 없이 앱을 통해 사전결제로 주사제를 구매해 이용했다.

오프라벨 처방에 대해서는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 소비자는 “(오프라벨 처방이) 몸에 안 좋은 거면 크게 문제가 되겠지만요. 그렇다하더라도 허가 문제는 중요한 것 같진 않아요. 허가가 없어도 효과가 있다면 그냥 주사 맞을 것 같아요”라고 답변했다.

미용·영양주사 오프라벨 관리방안 필요

늘어나는 미용·영양주사 사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상임이사는 토론회를 통해 “오프라벨 사용에 대한 전체적인 사용실태 조사분석과 안전성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인마다 특별 처방으로 주사를 투여하고 있는 만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국가 중 호주의 경우 오프라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는데 오프라벨 처방의 의사결정을 일상적사용, 예외적·개인적사용, 근거생산조건부로 나눠 환자동의가이드 및 모니터링가이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까지 비급여 주사제 관리를 위한 마땅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밖에도 황선옥 상임이사는 주사제의 허가사항 외 광고와 의료진의 시술을 부추기는 방송 멘트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경우 광고와 후기만 믿고 무작정 병원을 찾기보다 의료진과의 사전상담을 통해 주사제의 성분, 효능, 허가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의약품 허가사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이지드럭(http://ezdrug.mfds.go.kr)’나 ‘온라인의약도서관(http://drug.mfd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