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부동산 거래 규제 발표에 따라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모두 눈치만 보고 있다. 11·3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 조치 이후 주택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짙어진 가운데, 언제 사고 언제 파는 게 유리한지 저마다 복잡한 셈법에 빠지면서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자신했던 전셋값은 여전히 내려갈 줄 모르고 오르고 있으며 상당한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에 따른 반짝 상승무드가 떨어지면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 사야 할지, 좀 더 기다려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사기로 결정을 내렸더라도 ‘더 떨어지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에 주저하게 된다.

집을 팔 사람도 상황은 비슷하다. 집값이 언제까지 더 떨어질까 궁금해 한다. 내 집 마련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청약을 통해 분양받는 방법, 기존 집을 사는 방법, 공매·경매로 낙찰받는 방법이 그것이다.

 

중소형 아파트 낙찰가 완만한 하락세

이런 분위기에서는 이들 3가지 방법 중 경매나 공매를 통해 값싸게 내 집 마련을 하는 게 유리하다. 경매 부동산은 현재 거래되는 시세가 아닌 감정가로 입찰을 진행하므로 가격 부담이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사는 것보다 훨씬 덜하다.

아파트나 일반 단독주택의 경우 경매는 10~30%, 공매는 15~20%쯤 싸게 살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또 전원주택은 이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다. 집의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다르긴 해도 평균 20∼30%쯤 싸게 살 수 있다. 경매 시장에 물량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돈 되는 우량 물건의 낙찰가율도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대형 아파트 경매 물건의 낙찰가율이 눈에 띄게 낮아져 낙찰가율 60%대까지 떨어지는 경우 늘고 있다. 지난 3월 6일 동부지법 경매6계에서 입찰 진행된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리버빌 아파트 235㎡ 경매에서 감정가 11억9000만원에서 2회 유찰된 후 입찰에 부쳐졌으나 입찰 당일 1명만이 입찰에 참여해 감정가의 66%인 7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의 60%대에 낙찰된 아파트 사례는 2017년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수도권 중소형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도 완만하게 하락하는 추세이다. 지난 2월 27일 경기 평택시 비전동 196-3 소재 62㎡의 소형아파트는 감정가 9800만원부터 입찰에 진행됐다가 1회 유찰 후 입찰 당일 4명이 참여해 낙찰가율 75%인 7389만원에 낙찰됐다. 소형아파트 경매 낙찰에서 70%대까지 낙찰가율이 떨어진 것은 아주 드문 경우다.

최근 정부의 오락가락 흔들리는 부동산 정책 때문에 경매·공매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실수요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신규 분양 아파트에 투자하려던 수요자들이 법원 경매시장으로 몰리는 것이다. 물량이 서서히 늘어나는 데다 경매절차가 크게 간소화되었고 믿을 만하다는 판단에서다.

세금 체납에 따르는 압류재산이 대부분인 공매 부동산 쪽에도 내 집 마련을 위해 몰려들기는 마찬가지다. 경매보다 낙찰가율이 5∼10%쯤 더 낮아 자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아파트는 환금성이 높고 권리관계가 단순해 경·공매 시장에서 인기다.

종래는 낙찰을 받아서 입주하는 데 5~6개월이 걸렸지만 요즘엔 기간이 크게 짧아져 내 집 마련 수단으로 활용할 만하다.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사람은 우선 경매와 공매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정확히 알고 도전하는 게 재테크 지혜다. 특히 차이점과 입찰 흐름, 준비 사항에 착안해야 한다.

 

 

법원 경매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빚을 받을 때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법원 등의 국가권력에 신청, 채무자의 부동산을 강제 처분하는 것이 경매다. 방법은 2가지가 있다. 돈을 빌려주기 전 부동산 등에 담보를 설정하는 임의경매와 갚지 못한 상황이 생겼을 때 신청하는 강제경매가 그것이다.

여기서 경매 감정가와 시세가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감정가는 감정평가 기관과 시기에 따라 감정가는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입찰에 들어가기 전에 해당 부동산이 있는 주변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 동향과 시세를 미리 알아보는 게 우선이다.

또 입찰할 부동산에 흠이 있는지도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 자주 생기는 문제는 숨은 권리자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다. 확정일자를 받아 두어 대항력이 있는 전세입자라도 부동산 등기부등본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등기부등본 외에 법원 집행관이 부동산 물건 조사 결과를 보고한 ‘매각 물건 명세서’를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내용을 읽다 보면 해당 부동산의 소유 관계와 거래 내역 등이 일자별로 나타난다. 의심이 가는 대목은 메모해 확인해보고 해당 부동산의 상태도 점검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해서 입찰에 나설 때도 유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입찰금액을 얼마로 써낼 것이냐이다. 법정 분위기에 휩쓸려 비싸게 낙찰하지 않도록 입찰가 하한선과 상한선을 확실히 정한 뒤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남들 눈치를 보지 말고 ‘준비된 금액’에 소신껏 도전하라는 얘기다. 경매장을 어슬렁거리는 부동산 브로커들 말에 솔깃해 넘어가선 안 된다.

투자 목적이 아닌 자신이 들어가 살 집을 구한다면 일반 시세의 85% 안팎에서 입찰가를 정하는 게 현명하다. 여윳돈이 많지 않다면 대출 계획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낙찰받았다가 잔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 보증금만 날리게 된다. 법원 경매의 경우 매각허가 결정일로부터 30∼40일 사이에 대금 전액을 내야 한다.

경매 참가 때 내는 입찰보증금은 종전엔 ‘자신이 써낸 입찰가의 10%’에서 ‘법원이 정한 최저 매각가의 10%’로 바뀌었다. 입찰자의 초기 자금 부담이 그만큼 줄게 된 것이다.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격이 80% 선을 웃돌고 있음을 감안할 때 투자자로선 보증금이 절반까지 줄어들었다.

 

캠코 공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온비드에서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을 공매라 한다. 공매 역시 법원 경매처럼 몇 가지 종류가 있다. 국세, 지방세 등의 세금을 내지 않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압류한 체납자의 재산을 처분하는 압류재산과 함께 국유재산, 수탁재산, 유입자산과 같은 매물을 캠코에 넘겨 매각하는 게 있다. 캠코는 이들 부동산을 팔아서 관공서의 밀린 세금이나 은행 등이 받지 못한 금융대출금에 충당하고 일부는 이익금으로 잡는다.

공매의 가장 큰 이점은 모든 절차가 인터넷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컴퓨터상의 온라인으로 서류를 접수하고 보증금도 낼 수 있다. 현장 입찰의 각종 폐단을 없애고 투명한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물론 입찰 시간도 줄고 응찰자들의 불편함도 사라졌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을 기준으로 매각됨으로 입찰 전 해당 부동산의 현장 방문은 필수다. 경매처럼 의뢰한 감정가격이 공매 시점에는 실제 가격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징수법 및 지방세법 등에 의거, 국세, 지방세 및 각종 공과금 등의 체납으로 세무서나 지자체 등이 체납자의 재산을 압류한 후 체납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캠코에 매각을 의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를 염두에 두고 자세히 살펴보면 인기 지역의 알짜 아파트를 싼 값에 살 수도 있다. 또 하나 거쳐야 하는 과정은 부동산 소유권과 관련된 내용 확인이다. 집이나 딸려 있는 상가의 경우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는지, 농지는 농지취득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좋은 조건으로 공매를 받았더라도 등기 때 애를 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