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 같은 귀금속은 오래 전부터 ‘안전자산’이라는 투자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귀금속 시장정보 제공업체 Rapaport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금, 은 등 원자재의 투자이익이 나스닥이나 다우존스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투자적 가치가 귀금속의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산업재로서의 가치도 상당하다.

귀금속과 산업 금속을 구분하는 기준은 뭘까? 바로 영속성이다. 구리나 철 같은 대부분의 산업 금속은 녹스는 성질이 있는 반면 귀금속은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으나 대개 변질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희소성이다. 산업 금속은 흔한 편이기 때문에 톤(t) 단위로 시장에서 거래된다. 반면 귀금속으로 분류되는 금과 은 그리고 백금 계열(로디움, 팔라듐, 오스뮴 등)은 대부분 온스(oz) 단위로 거래된다. 1톤은 무려 35274온스이니 그만큼 희소성의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지질조사소(USGS, US Geological Survey)에 따르면 대표적인 산업금속인 구리의 일평균 거래량은 10만톤 수준이다. 반면 금의 2015년 소비량은 4300톤 정도에 불과하다. 귀금속 중 생산량이 많은 편에 속하는 은의 사용량도 2만5000톤 정도다.

그중 투자 용도와 귀금속 용도를 제외하고 산업적 용도로 얼마나 사용되는지는 관계자 외에는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귀금속의 산업재적 가치를 잘 이해한다면 향후 산업 판도별 귀금속 수요와 가격 추이에 따른 국내외 산업흐름은 물론 투자포인트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파헤쳐보자.

기원 후 200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상에 수많은 물질들이 생겼음에도 여전히 그 가치를 잃지 않고 오히려 더욱 빛나는 물질들이 있다. 금, 은, 다이아몬드 같은 귀금속이다. 그중에서도 최고로 여겨진 금은 ‘황금빛 악마(Yellow Devil)’, ‘빛나는 여명(Glowing Dawn)’, ‘야만스런 성물(Barbarous Relic)’로 불리며 오랜 기간 인간들의 욕망이 투영된 대상이자 자산 또는 화폐로서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쟁과 무역을 통한 성장이기에 금은 역사의 발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초로 동양을 방문한 서양인 마르코 폴로나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도 ‘동양의 금’을 구하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었으며, ‘중‧남미 지역에 금이 많다’는 소문은 곧 유럽 각국이 이 지역을 침략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고대부터 금화가 사용되긴 했지만 이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국제적 무역용 화폐로서 널리 쓰이기 시작해 1971년 금 본위제가 폐지되기 전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화폐, 투기적 자산으로서의 역사>

 

◇트럼프시대, 귀금속의 시대?

금을 비롯한 귀금속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자산으로서 투자 수요뿐 아니라 산업재로서의 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전 세계의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정권을 잡은 이래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동반 상승에 대한 기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귀금속과 산업 금속 가격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며 광산 주가까지 끌어 올렸다. 글로벌 광산지수인 MSCI의 메탈앤마이닝지수는 올 들어 거의 15% 올라 10년 넘게 만에 가장 강력한 연초 상승세를 나타냈다. 런던 FTSE100에 상장된 글렌코어와 같은 업체들은 지난달 20%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재정부양, 탈규제, 보호무역으로 인플레와 성장 기대가 높아지며 귀금속과 산업금속 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마이클 언더힐 리지워스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인플레이션 트레이드로 이동했다”며 “이로 인해 금을 비롯해 인플레이션 헤지자산이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금은 5% 넘게 올랐고 은은 7.5% 뛰었다. 덕분에 금광과 은광 업체들의 주가도 급등했다. 프리포트맥모란과 버락골드는 28%, 15%씩 뛰었고 필라델피아 주식거래소 금은 지수는 18% 상승세를 보였다.

◇첨단기술보다 귀금속(원자재)의 가치가 높은 시대

과거 원자재가 충분할 때는 가공기술의 부가가치가 원자재 자체의 부가가치보다 높았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기술력이 앞선 선진국의 생산제품에 높은 부가가치를 인정해왔다. 실제로 20세기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첨단기술력에 의해 구분됐다고 볼 수 있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반면 기술력이 부족했던 국가들은 성장속도가 늦어 개발도상국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한 일본이나 우리나라가 빠르게 성장한 것도 원자재를 낮은 가격에 들여와 가공해 수출하는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한편 오늘날 자본주의는 생산능력에 비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해 제조업체들 간에 점유율 확대 경쟁이 치열하다. 반도체시장이나 자동차 시장의 치킨게임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2008년 이후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 국가들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IT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다. 당연히 산업용 금, 은 수요도 덩달아 증가세를 보이며 귀금속을 비롯한 원자재의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출처=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