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월 서울시는 서울을 상징하는 구조물인 노후한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대신 사람길로 만드는 ‘서울역7017’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리고 2년여가 지난 지난달 22일에는 따스한 봄바람과 꽃 향기가 가득한 오는 5월 20일 ‘서울로7017’의 공식 개장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발표한 지 2년 5개월 만에 바뀐 서울역 고가도로, 서울로는 어떤 모습으로 서울 시민에게 다시 돌아올까.
수많은 차들이 지나다니던 길이 사람이 걸어 다니는 보행길로 재탄생을 앞두고 ‘사람’에 기반을 둔 도시재생과 보행친화도시 조성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는 지금 도시 패러다임의 변화기를 겪으며 개발과 혁신, 발전이라는 획일적인 주제에 대한 관심이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으로 옮겨가고 있다. 도시재생은 이미 세계적으로 오래된 도시에서 먼저 시작됐다. 개발 우선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다는 재생을 통한 문화도시로의 변모로 새롭게 바뀐 세계의 주요 도시를 둘러봤다.
◆ 오래된 기찻길의 변신 ‘뉴욕 하이라인 파크’
‘하이라인 파크’는 뉴욕시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 사이드에서 운행됐던 2.33㎞의 도심철도 고가 도로에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꽃과 나무를 심어 2009년 공원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화물 수송용 기차 등이 지나다니던 기찻길은 더 이상 운행을 하지 않으며 보기에도 좋지 않아 뉴오커들에게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뉴욕시와 시민들을 공청회를 통해 ‘하이라인’ 공원으로 조성해 지금은 수많은 뉴욕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중정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의 프롬나드 플랑떼(Promenade Plantee)를 모델로 했지만, 역사성과 독창적인 면모를 갖추기 위해 철로의 1/3을 남겨 산책로를 조성했다. 공원을 구역별로 나눠 정원과 각종 벤치, 수변 공간을 배치했다. 오래된 기찻길이 하이라인 파크로 재탄생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공원을 중심으로 프랭크 게리, 장 누벨, 시게루 반 등 유명 건축가들의 빌딩과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휘트니 미술관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허드슨 강(Hudson River)과 일몰까지 한눈에 보이게 잘 조성된 공원 하나로 주변 부동산 개발과 상권의 활성화, 각종 문화시설의 유입이 이루어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3구역으로 나눠 조성된 프랑스 니스의 계획공원
‘프롬나드 빠이용(Promenade du Paillon)’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해변도시 니스(Nice)의 빠이용 강 주변에 조성된 공원이다. 1993년 빠이용 강 상부 도로복개구간에 설치된 소규모 공연장과 시외버스 터미널 등을 철거하고 공원으로 재사용하기 시작했다. 프롬나드 빠이용은 공원을 횡단하는 도로를 기준으로 ‘분수대’와 ‘산책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숲’, ‘어린이들의 놀이 공간’ 등 3구역으로 조성돼 있다.
1859년부터 바스티유 역에서 베르뇌유레탕을 이었던 옛 뱅센 철도 위에 지어졌다. 이 노선은 1969년 12월 14일 운행을 종료했고 이 중 일부는 RER A선에 통합됐지만, 파리와 뱅센 사이의 구간은 완전히 버려졌다. 1980년대에 들어 이 지역의 재생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1984년 바스티유 역은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건설을 위해 철거됐고 옛 르위 차량기지는 여러 공원 녹지에 하나로 합쳐졌다. 프롬나드 플랑떼 또한 같은 시기에 바스티유와 옛날 파리의 초입인 몽탕프와브르 문 사이에 버려진 철도 구간을 재사용하기 위해 건설에 착수했다. 조경 건축가 자크 베르젤리와 건축가 필립 마티유가 설계해 1993년 완공했다. ‘프롬나드 빠이용’은 해외 도심재생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해당 공원 주변은 조성 전인 2011년과 비교해 부동산 가치가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 오랜 역사를 지닌 항만 도시 ‘요코하마’의 ‘개항의 길’
일본 간토 지방 가나가와현에 위치함 ‘요코하마’는 1859년 미‧일 수호통상 조약에 따라 개항장이 되면서 도시화의 기초를 다진 도시다. 1872년 도쿄와의 사이에 철도가 생김으로써 일본의 문호로서의 지위가 확립된 일본 최대의 항만이 있다. 항구를 중심으로 요코하마 재생도시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야마시타 공원(山下公園)은 임해공원으로 유명하고 ‘항구가 보이는 언덕 공원’에서의 전망도 뛰어나다. 이 밖에 요코하마 베이브리지와 일본에서 제일 높은 랜드마크 타워(296m) 빌딩 등이 이 도시의 발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개항의 길’이라는 고전적인 이름의 산책로는 1911년 개통돼 1985년까지 70여 년간 사용된 일본 요코하마의 철로를 재활용한 곳이다. 사쿠라기초 역에서 야마시타 공원까지 약 3.2㎞의 해안선을 따라 완성된 보행전용 산책로다. 지난 2002년 산책로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1911년에 건축된 창고를 쇼핑센터와 음식점 등으로 재개장한 후 요코하마 항만 지역의 주요 관광명소와 유적들을 연결하는 도심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세계 재생도시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부산도 서울에 이어 재생도시 만들기에 동참할 전망이다. 부산 최초의 구름다리인 동구 자성고가교(길이 1078m)를 뉴욕의 하이라인파크와 같은 보행 공원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당초 철거 예정이었던 자성고가교를 도시재생 차원에서 보행길로 되살릴 경우 인근 부산진시장과 자성대공원, 매축지마을, 미군 55보급창 부지 등을 연결하는 구도심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구간인 자성대부두에서부터 동천까지 연계시킨다면 자성고가교가 도시재생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