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효정 기자

꽃샘추위가 다시 찾아와 제법 쌀쌀한 날씨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북적이던 명동 거리가 달라졌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중국의 보복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모습이다.

지난 6일 오후 4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근처와 명동거리 앞에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실어 나르던 대형 관광차가 예전만큼 눈에 띄지 않았다. 평일에도 북적이기로 유명한 롯데백화점과 면세점 근처 라인에도 몇몇 관광객이 있었지만 복잡한 모습은 아니었다. 특히 이 날은 롯데백화점이 쉬는 날이라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주변에 한산한 건 분명했다.

롯데면세점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김 모씨는 “사실 지난 주말까지는 여전히 관광객이 많고 바빴기 때문에 아직까지 크게 실감은 못하지만, 워낙 언론에서도 이슈로 다루고 있고 실제로도 유커의 방문이 조금 줄어든 느낌”이라면서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워낙에 유커 방문이 줄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내부에서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감적으로 유커가 줄었다고 느끼기에는 평소보다 조금 없는 날도 있고 더 붐비는 날도 있기 때문에,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김 모씨의 설명이다.   

면세점 내부에는 여전히 구입한 물건을 담을 캐리어를 끌고 면세점을 쇼핑하는 중국인들도 많이 보였지만, ‘평일에 가도 지옥’이라는 표현이 가능했던 예전만큼 붐비지는 않았다.

이날 면세점에서 만난 중국인 류신(20대∙여) 씨는 “한국과 중국의 이슈에 대해 알고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한국에 10번 정도 왔는데, 앞으로도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해 다소 불쾌하다는 입장을 전한 중국인도 있었다. 이번이 2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중국인 쨩셩(30대∙남) 씨는 “한국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다시 한국에 방문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드 관련 이슈가 한국 방문과 연관이 있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롯데면세점 데스크 직원 역시 “오늘 백화점이 휴무라 백화점과 면세점 등을 둘러보던 관광객이 면세점으로만 몰려 크게 차이는 없어 보인다”면서 “듣기로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방문객이 줄지 않을까 하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5조97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에서 70% 가량이 중국인 관광객에서 나왔을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크다.

면세점 관계자는 “그룹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알려진 면세점에서 벌써부터 타격이 감지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최근 재개장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피해액이 추가되면 약 2조원의 매출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효정 기자

명동 거리는 정말 한산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뷰티 아이템을 한 데 모아놓고 판매하는 드럭스토어 ‘올리브영’이 이날까지 대대적인 세일을 하고 있지만, 크게 붐비지 않았다.

올리브영 판매원은 “사드 영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존 평일에 비해서 한산한 건 사실”이라며 “중국인 관광객 이외에 오히려 대만과 필리핀 등 아시아권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유커 방문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조금은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드숍 화장품 가게 문 앞에서 판매를 하는 김 모씨는 “오늘은 중국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화장품 가게에서는 방문만 해도 나눠주는 증정품이 있는데 평균과 비교해 좀 덜 나간 것 같다”고 밝혔다.

사드 부지를 직접 제공한 롯데그룹은 이번 사태로 ‘사면초가’ 위기에 놓였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말 국방부와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한 이후, 중국으로부터 무차별 보복성 공격을 받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모든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으로 마비가 되고, 중국 현지에서 영업중인 롯데마트의 경우 6일 기준 약 20곳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영업 정지 조치 이유는 소방법 위반 등으로 현재 112개의 마트 중에서 10%가 넘는 매장이 문을 닫은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7월 한반도 내 사드 배치가 가시화되자 12월부터는 약 3조원을 투자한 중국 선양 롯데타운의 공사중단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가 꽃샘추위 만큼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공식적인 대응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꽃샘추위는 물러갈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보복이 중단되기를 기다리는 게 답일까. 아직까지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