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언젠가부터 '공간'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공부는 칸막이가 쳐진 독서실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하는 것이란다. 놀 때도 사방이 개방된 술집보다는 남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공간에서 자기들끼리만 즐기고 싶단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그들이 필요로 하는 스터디룸, 세미나실, MT룸, 파티룸, 연습실까지 모두 한 곳에 모아놓은 곳이 있다. 공간중개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는 유휴공간을 젊은이들과 연결해, 필요로 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페이스클라우드의 정수현 대표를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만났다. 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시민단체 등에서 일했다. 교육관련 단체인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의 대학정책팀에서 일할 당시스타트업과 공유경제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창의적인 일들을 하는 해외 스타트업들을 동경했어요. ‘한국은 왜 그러지 못할까’ 생각했죠. 한국의 입시 문제나 청년 문제, 창업 환경 같은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한번 내가 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처음 사업을 하게 됐죠.”

처음에 시작한 건 플랫폼이 아니라, 오프라인상의 공간 공유사업이었다.

지난 2012년말 시작한 공간 공유업체가 ‘스페이스노아’였다. 비어있는 공간을 빌려, 젊은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직접 운영했다. 입소문이 나자, 위탁 운영 요청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그라미재단과 서울시도 정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 대표와 팀이 서울시를 위해 기획한 공간이 대방동에 있는 ‘무중력지대’였다. 이용하려는 회원만 2500명이 모집됐고 청년문제를 해결해가는 대안 공간으로 관심을 모았다. 

스페이스노아는 꽤나 잘 됐다. 연말에는 한 공간 같은 시간대에 5~6개의 연습실 이용요청이 몰렸다.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주위에 비슷한 다른 공간들을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중개 비즈니스로 확장됐고 일주일 만에 워드프레스 블로그로 뚝딱 `스페이스클라우드` 사이트를 만들었다. 당시 등록되어 빌려줄 수 있는 공간은 13개, 블로그로 신청을 받으면 공간주를 만나 공간의 사진도 직접 찍어 올리고 중개도 직접 했다. 꽤 재미가 있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그러다 소셜 벤처투자회사 ‘소풍’을 만나 ‘코칭’을 받게 됐다. `소풍`은 스페이스클라우드에 대해 현재의 직접 중개 방식으로는 관리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플랫폼 형태로 전환하기를 조언했다. 당시에도 중개수수료는 임대료의 10%였다. 100여개의 공간으로는 사업 확장도 어려웠다. 

'시드 머니 투자'를 받아 플랫폼을 개발했다.

그게 2015년 초였는데 그 해 여름까지 등록 업체는 800여개로 늘었다. 공간을 제공할 공간주와 연습실로 이용하고자하는 사용자가 플랫폼에서 바로 계약하는게 가능해졌다.

같은 해 8월 네이버에서 스페이스 클라우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네이버 전에도 대형 건설사나 통신사 같은 회사에서도 투자하겠다고 왔어요. '마이크로 임대'라고 하는 초단기 임대사업에 대한 관심이 크더라고요. 그렇지만 생활공간들은 공간의 형태나 용도, 서비스 내용, 공간주 등이 다 다르거든요. 대기업이 시도하기 쉽지 않았죠."

정 대표는 당장 네이버 담당 팀장에게 기획안 한 장을 만들어갔다. 돈보다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네이버 아이디, 검색, 예약, 네이버 페이 결제 시스템 등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의 편의가 먼저 담보돼야 했다.

이전에 카드 결제 등을 지원하는 전자통합결제(PG) 업체는 번번이 스페이스클라우드에 '퇴짜'를 놨다. '도대체 무엇을 파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들에게 공간 공유 사업은 숙박과는 달리 낯설기만 했다.

네이버 측에서는 기꺼이 전략적 투자를 결정해줬다. 네이버도 스타트업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파트너가 된 네이버는 팀도 제대로 구축하고 시스템도 완성해 시장을 선점해 가자고 했다. 

▲ 출처=스페이스클라우드

최근 지난 1년 동안의 데이터를 살펴보기도 했다. 이용자들 중에는 20대 여성이 가장 많았고 수익이 가장 많이 나오는 지역은 홍대 지역이었다. 생활공간 임대도 중심상권, 그리고 유동인구와 결을 같이한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데이터를 보면서 놀란 것은 의외로 '연습실' 문화가 잘 정착해 있다는 것이었어요. 우리 서비스 이전부터 댄스, 코스프레, K팝(K-Pop) 등 취미 동호회, 연예인 팬클럽 등이 빌려쓰는 연습실은 다 잘 됐다는 거에요. 다만 전화 예약에서 플랫폼을 통한 예약으로 좀 더 간편해졌다는 거죠." 처음엔 청년 유동인구 15만명의 신촌, 홍대, 합정, 서교동 지역을 위주로 했고 그 다음 강남 지역으로 진출했다.

젊은 직장인들은 회의와 워크샵을 위해 공간을 빌리고, 최근엔 브라이덜 샤워, 베이비 샤워 같은 서양식 친목 파티를 위해서도 공간을 찾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이용자들의 요청에 따라 요리 배달 서비스인 '플레이팅'과 제휴를 맺고 모임을 위해 셰프가 만든 음식도 배달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스페이스클라우드에 등록된 공간은 건물 기준 2200개, 실 기준 4000개에 이른다. 

서울시와도 청년정책과, 사회혁신과, 주택관리과, 일자리정책과 등 4개부서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가진 주민센터부터 기부받은 공간까지 공공 공간 50곳을 일자리 까페로 만들었다. 2020년까지 300개의 공간을 창업을 꿈꾸는 서울 청년들에게 제공할 목표다. 

올해는 오피스 공간도 일단위로 임대 중개하고 있다. "가벼운 하루 임대에서 30일, 그 이상까지 계약하도록 하는 거죠. 공간주는 공실을 줄여야 하고 젊은이들은 공간이 필요하고요. 공간주를 위한 호스트데이를 열어서 임대차 이슈 등에 대한 민원을 듣고 전문가 연결도 도와줘요. 아무래도 젊고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이용자인만큼 공간주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는 시간이죠."

현재는 15% 정도가 수도권 아닌 지방 주요도시의 공간이다. 올해는 지방에서의 공간과 이용자도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 대표는 비숙박 분야 생활 공간을 모두 클라우드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창의적이고 '자기다움'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공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리고 '통임대'만 고집하다 공실로 고민하는 공간주에게도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주는 서비스압체와 매칭해서 수익을 얻게 하는 것이죠. 유휴 공간을 새로운 비즈니스 리더나 나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저의의 '미션'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