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에 이어)중국에서 매년 3월 열리는 양회는 사실상 중국 정부의 일년 방침이 정해지는 행사다. 지난 2015년 중국은 양회를 통해 스마트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를 천명했으며, 2016년에는 중국 경제의 큰 방향성을 그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 관연 언론사들이 자국의 한국 기업 불매운동을 '선동'하면서도 간혹 '자제하라'는 신호를 보이는 것은, 양회 기간 벌어질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 만큼 중요한 자리다.

양회의 정치학, 혹은 경제학

올해 양회는 시진핑 주석의 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런 이유로 정치적 이슈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적 관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이 부분을 활용하면 사드 배치에 따른 후폭풍을 풀 수 있는 해법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공개한 '중국 지방 양회를 통해 본 2017년 중국 경제 보고서'는 지난해 경제성과를 돌아보고 이후의 경제 로드맵을 설정하는 중국이 양회를 통해 일대일로를 꿈꾸며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과 밀당을 벌여야 하는 입장에서 다각적인 방법론이 등장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설정했던 경제목표를 일부 달성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총 9개 분야 중 6개 분야에 대해서만 목표치를 제시했으며, 그 중 재정적자 부분의 목표치는 실제치에서 상당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은 각각 15조9552억위안, 18조7841억위안으로 2조8289억위안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2012년 1.5%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2016년에는 3.8%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한국무역협회

통상적으로 2017년 경제운영 목표는 2016년 12월 정부공작보고에서 공표하지만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 경제운영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또 각 지방정부가 지방양회 정부공작보고에서 2017년 경제성장 목표를 제시한 수치가 대부분 전년과 동일하거나 낮다. 30개 성시중 19개 지역이 2016년과 동일한 GDP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고 7개 지역은 2016년 대비 내려갔으며 요녕성, 사천성, 서장, 영하만 목표를 높게 잡았다.

▲ 출처=한국무역협회

뉴노멀(新常態), 즉 경제의 외적 성장보다는 질적 업그레이드를 통한 효율성 증대와 안정적 발전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공급측 개혁의 지속 추진으로 공급과잉 조절을 꼽은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구조조정 가속화와 공급품질 업그레이드를 통해 체질개선에 나선다는 뜻이다.

중국 각 성시는 석탄, 철강 등 공급과잉 산업의 생산량 제한을 비롯해 소위 성장동력을 상실한 좀비기업 퇴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길림성의 경우 통강그룹(通钢集团)의 연철 생산량 80만톤 감축, 아태(亚泰)시멘트 등 기업의 시멘트 클링커 생산량 500만톤 감축을 내걸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제조업 혁신을 추구할 전망이다. 스마트제조 2025와 인터넷플러스를 강화하는 한편 첨단집약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북경은 스마트제조 2025 시범구 건설을 추진하며 로봇 혁신 산업기지, 전자산업원, 신자원 스마트 자동차산업원 등 혁신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며 절강성은 공업용 로봇 1만대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스타트업 육성의 경우 절강성은 신기술 기업과 기술혁신 소기업을 육성할 계획으로 신기술 기업 1500개, 기술혁신 소기업 6000개 설립을 목표로 잡았다.

국유기업 대수술도 예정됐다. 혼합소유제 추진을 통한 국유기업 개혁과 민관합작투자(PPP, Public-Private Partnership) 확대로 민간경제의 발전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북경은 정부와 사회자본 합작을 추진, 11개 국가급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며 요녕성은 국유기업의 부채율 5% 감축, 민간자본 진입가능 업계와 영역 확대를 내걸었다.

중국 중서부 개발에 집중하는 자유무역 시범구의 확산도 큰 그림이다. 이미 자유무역 시범구로 지정된 천진(9개), 복건성(17개), 광동성(39건)은 제도혁신 성과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중앙정부가 신규 지정한 7개의 자유무역 시범구는 올해 각 시범구별 특색을 반영한 혁신사례 발굴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지점에서 중국 중서부 및 동북부 개발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 출처=한국무역협회

서비스 산업 강화도 있다. 북경은 문화체육, 여가산업 등 신흥소비를 이끌어내는데 집중할 계획이며 사천성은 서비스업 300공정을 바탕으로 서비스업 생산가치 8.5% 증가를 목표로 잡았다.

이번 양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고있는 대목은 환경보호 강화다. 악명높은 스모그 등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친환경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북경의 경우 석탄 사용량 30% 감축, 2년 이상 운영 택시의 삼원촉매장치 교체를 통한 대기오염물질 제한 추진, 전기차 충전소 3000개 건설을 통한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 촉진에 나선다. 상해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범사업 추진, 석탄 발전소의 배출시스템 개선, 휘발성 유기화학물과 항구 선박오염 통제, 산림, 녹지 건설 등 생태환경 조성 추진에 집중하며 사천성은 도시 초미세먼지(PM 2.5) 연평균 농도 8% 이상 감축을 목표로 삼았다.

종합하자면 올해 양회는 13년차 5개년 계획의 2년째를 맞아 일정정도의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전제로 체질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이 2015년 6.9%에서 2016년 6.7%로 낮아지는 가운데 온중구진(穩中求進)의 연착륙 기조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중국의 대내외 리스크는 어느 때보다도 높은 시점으로 중국 경제를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문제들의 해결에 가장 많은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중국에서는 공급측 개혁 심화를 통한 산업 효율성 제고, 자유무역 시범구 확산을 통한 대외개방 확대, 서비스 산업 및 환경보호 사업 강화 등이 집중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과잉공급 조절, 제조업 혁신 등을 통한 산업 효율화와 이에 따른 제품 품질향상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위협 증가도 지적했다.

크게 4가지 전략의 축을 이해하고 그 파급효과를 우리의 사정에 맞게 따져야 한다. 공급의 개혁은 단기적으로 관련제품의 단가상승으로 국내 기업에 고무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제품 대체 리스크가 있다. 자유무역구 확산은 현지 기업과의 활성화가 포인트로 보이며 서비스 산업 강화는 한국 기업의 상대적 우위가 있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 친환경 사업은 관련 업종의 진출을 예상할 수 있으나 향후 공해물질 차단을 이유로 또 하나의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 출처=한국무역협회

"호랑이등에 올라타라"
사드 배치 후폭풍으로 중국의 보복이 현실이 되고, 국내 기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관광 및 콘텐츠, 유통 사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무풍지대인 전자 및 IT 분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당장 양회가 종료되고 다시 사드 핑퐁게임이 벌어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한중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무작정 강공모드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중론이다.

이 대목에서 냉정한 상황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이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과 갈등을 빚으며 경제 보복을 당했을 당시, 감정적인 대응보다 계산적인 행보로 성공적인 방어전을 치른 것이 회자되는 이유다.

당시 일본 기업은 중국 읜존도를 크게 낮추는 한편 다양한 활로 개척으로 중국의 보복에 대응했고, 시간이 흘러 외교적 접촉이 늘어나면서 보복은 슬그머니 사라진 바 있다.

물론 이러한 경험을 온전히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다각화를 통한 활로를 찾는 방안은 벌써 현재 진행형이다. 벌써 다수의 한국 화장품 회사들이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을 넘어 동남아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두바이 법인 설립에 나섰으며 일부 업체들은 중국 기업과의 연합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인 화이트박스 전략에서 모티브를 딸 필요가 있다. 중국 제조사가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해 현지 거점을 만들어 제3의 브랜드를 창출해 제작을 중국, 판매를 해외에 두는 소위 '국적세탁 방식'이다.

중국 양회의 굵직굵직한 큰 그림에서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특히 자유무역구 확산과 친환경 사업 확대의 경우 국내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냉정한 자세로 이를 공부해 적극적으로 파고들 필요가 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슈퍼파워2가 되었으며, ICT 기술만 봐도 한국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체제 안정이라는 가치에 모든 가능성을 가두는 태생적 제한이 있지만 이 자체는 방대한 내수시장의 잠재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시장 등 어디를 봐도 마찬가지다.

정치 및 외교적 행보를 통해 사드 배치 문제를 매끄럽게 풀어가는 노력과 동시에, 경제적 관점에서는 양회의 추이를 살피며 적극적으로 기회를 노려야 한다. 호랑이등에 올라타 내일을 기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