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 간 상생 모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7’에서도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협력’이 언급됐다. MWC 2017에 참석한 국내 통신업체와 외국 콘텐츠 사업자들은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국내 통신업계도 상생적 경쟁을 통해 함께 성장할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출처=GSMA

MWC 2017 개막 둘째 날 ‘콘텐츠 골드 러쉬’(The Content Gold rush)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이 진행됐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비방디(Vivendi) 아르노 드 쀠퐁텐느 프랑스 미디어그룹 CEO는 “미디어와 통신이 결합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대가 됐다”며 “우리 목표는 (전화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선호하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쀠퐁텐느 CEO는 비방디의 성장 전략을 소개하며 “앞으로 통신사는 고객 유치를 위해 혁신적인 콘텐츠가 필요하고, 방송사 등 미디어 기업들은 콘텐츠를 제공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며 “이들이 ‘윈윈’하기 위한 전략은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회사 비방디는 수도회사로 출발했다. 사업다각화와 인수합병을 통해 유료방송, 통신, 게임 사업에 진출해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으로 발전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이자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의 에릭 쉬 CEO는 “이제 모바일 사업자는 콘텐츠 플레이어”라면서 “데이터를 파는 사업자에서 고화질 동영상(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100개 이상의 스마트폰 모델에 2K(QHD) 고화질 동영상을 지원하고 있다. 화웨이에 따르면 2K 동영상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기본 조건이다. TV는 이미 4K(UHD)로 전환하고 있다. 2K는 1920×1080의 풀HD보다 뛰어난 2560×1440 해상도를 뜻한다. 4K는 2K보다 더 높은 3840×2160 해상도를 의미한다. 

에릭 쉬 CEO는 “동영상 시대 통신사가 동영상을 제공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곧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소비자의 새로운 요구 사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통신사도 MWC에서 협력을 모색했다. 

▲ 출처=SKT

박정호 SK텔레콤 지난달 28일 MWC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생적 경쟁’을 강조했다. 

박 사장은 “오찬 모임에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이 방문해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우리 부스에 와서 괜찮다고 했고 저도 LG가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부회장이 우리 부스를 칭찬했고 저도 LGU+가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통신3사가 사실상 가입자 유치를 하기 위해 이전투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IT업계가 전부다 서로 잘하기 위해서 상생적 경쟁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또한 2019년 5G 상용화를 위해 준비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글로벌 장비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 사장은 “혼자서는 1등 할 수 없다”며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상호 개방과 협력이 필수”라고 말한바 있다. 새로운 ICT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협업해야 한다는 게 박 사장의 경영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사가 망 투자를 하면 수조원이 들겠지만, 그만큼 새로운 성장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라며 “국내 통신사들이 5G 상용화 경쟁을 하는 게 상생적 경쟁의 대표적인 예다”라고 설명했다.

▲ 출처=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이번 MWC에 별도 부스를 마련하진 않았지만 참관단을 파견해 글로벌 통신기업과 제휴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글로벌 통신네트워크 솔루션 회사인 노키아와 5G 핵심장비인 ‘무선 백홀 기지국(Self BackHole Node)’을 공동 개발해 스페인 MWC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장비는 5G 기지국에서 UHD 동영상 등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과정 중 기지국으로부터 이용자의 거리가 멀어지거나 빌딩과 같은 장애물에 전파가 가로막히는 등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때 데이터를 끊김 없이 받아볼 수 있도록 전파를 우회하여 중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무선 백홀 기지국은 다른 기지국의 전파를 단순 증폭해 전달하는 일반 중계기와 달리 전파 증폭뿐만 아니라 전송중 감쇄된 신호를 원래와 똑같이 복원해 전달하므로 도달 거리를 늘리고 데이터 전송률을 향상시켜준다는 설명이다. 또한 다른 기지국으로부터 무선으로 신호를 전달받기 때문에 별도의 유선 케이블이 필요하지 않아 구축비용이 저렴하다. LTE 기지국과 비교해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작아 신호등이나 전신주 등에 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5G 주파수는 동일한 면적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LTE보다 더 많은 기지국 구축을 필요로 하는데, 5G 기지국 구축에 따른 투자비용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이는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효율적 비용으로 서비스 커버리지와 안정적 데이터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무선 백홀 기지국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송철 LG유플러스 네트워크 기술그룹장 상무는 “LTE 기지국은 전국에 워낙 촘촘히 구축된데다 중계기 가격이 저렴해 지금까지는 무선 백홀 장비 개발의 필요성이 높지 않았다”며 “5G 시대에 들어서면 효율적으로 커버리지 확보가 가능한 이 장비의 활용도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노키아가 MWC에서 공개한 무선 백홀 장비의 성능 검증이 완료되면 5G 서비스 일정에 맞춰 상용망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SK텔레콤 전시를 둘러보며 “우리와 협력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모델이 나온 단계는 아니지만 사업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출처=KT

KT도 전시에 참여한 협력사와 글로벌 판로 개척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글로벌 업체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회의 공간을 제공하는 등 노력으로 협력사 물품이 전시된 파트너스존에서 80여개 국내외 기업 관계자와의 비즈니스 미팅을 벌였다.

이번 MWC 2017에서는 인류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협력도 돋보였다. MWC를 주관하는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실천에 기여하는 ‘공공선을 위한 빅데이터 이니셔티브(Big Data for Social Good)’ 출범을 선언했다. 

공공선을 위한 빅데이터 이니셔티브는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이 힘을 모아 빅데이터를 활용, UN의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부응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오늘날 국제사회의 현안인 양극화, 환경파괴 등 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공통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 어젠다다. 빈곤·기아의 종식, 깨끗한 물과 에너지, 질좋은 삶과 교육, 보건, 불평등 해소 등 17개 목표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KT, NTT도코모(일본), 도이치텔레콤(독일), 오랑주(프랑스), 보다폰(영국), 바티에어텔(인도) 등 전 세계 16개 통신사업자들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