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이다. 이맘때가 되면 아랫배가 살살 아프다. 제대로 준비 못 한 강의 스트레스 때문인데 이번에는 지난 1월에 산 노트북 때문에 더 그렇다. 제조사나 유통사가 진행하는 ‘백 투 스쿨’ 기간이 2월인데 또 깜박하고 1월에 사버렸기 때문이다. 망각은 신이 주신 배려라고 어느 드라마에서 그러던데 그 말에 시비를 걸고 싶을 만큼 억울하다. 좀 유치하지만 필자의 구매에 대한 합리화를 위해 다른 사이트에서 가격 검색을 하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인맥 동아리라는 것이다. 기사에 의하면 인맥 동아리란 비슷한 취업 환경에 처해 있는 청년들이 서로에게 인맥이 되어 주기 위해 만든 모임이라고 한다. 인맥을 위한 동아리. 너무 목적 지향적이라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기성세대의 그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우리도 전문대학원이나 최고위 과정 그리고 골프나 테니스 심지어 등산 모임에 사람 만나러 가지 않는가.

인정하기는 싫지만 실력이 아닌 인맥이 최고의 스펙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자료에 의하면 구직 정보의 50% 정도가 아는 인맥에서 나온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필자도 사람을 뽑을 때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야 필자와 맞는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헤드헌팅 회사에 구인을 의뢰하면서도, 지인들이 소개해주는 사람들을 선택한 경우가 더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도 단점은 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직원을 뽑으면 필자 주위에는 필자와 비슷한 사람들로만 채워지고, 그러다 보니 항상 비슷한 결과물을 산출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와 다른 점이 있어야 서로 간에 스파크도 튀고, 기존의 일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고 그러는데 그러지 못하니 기존과 다른 결과를 도출해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필자와 같이 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관점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HS AD에 계신 전 모 부장님,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란다.

어찌되었든 인맥이라는 것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인맥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자신을 중심에 놓고 수혜자 입장에서 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인맥을 통해서 무엇을 받을까에 대한 것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인맥은 어떤 그룹이라든지, 이번에 누구 인맥을 통했더니 더 효과적이었다든지 또는 누구에게 소개받은 인맥이 좋아서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다와 같은 말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자.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계속 도와달라고만 한다면 그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까? 도움은 일방향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호혜적인 것이다. 자신이 도움을 받으려면 자신도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인맥으로 작용되려면, 자신도 누군가의 인맥으로 작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우리도 누군가의 인맥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인맥이라는 단어를 한자로 풀어보면 사람 인, 줄기 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의 줄기라는 뜻이다. 사람을 자신의 줄기처럼 만들려면 자신이 먼저 베풀어야 한다. 자신이 먼저 남을 도와야 자신도 그 사람의 인맥이 되고, 이를 통해서 그 사람도 자신의 인맥이 되는 것이다. 그냥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또 페이스북 친구 1000명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자신보다 더 좋은 인맥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말 필요할 때 자신을 믿고 도와줄 수 있어야 그게 진정한 인맥이기 때문이다.

요즘 모두가 힘들다. 그래서 취업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인맥 동아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인맥 동아리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자신이 먼저 그들의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도 흔쾌히 자신의 인맥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인맥을 갖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타인을 도와라. 그 순간 당신의 인맥도 강력해질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제안하는 사회적 관계망을 활용한 이기적 코즈(Cause)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