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 초기에 원시인들이 연장으로 사용했던 날카로운 돌에 도끼자루를 엮을 때까지 걸린 시간이 적어도 100만년이라는 사실을 알면 다들 깜짝 놀란다. 지금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문명의 도구들이 사실은 많은 시간을 거치면서 진화해온 산물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주변의 변화를 싫어한다. 환경에 한 번 익숙해지면 급격한 변화를 원치 않는다. 안전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섰고 모르는 일에 궁금해 하고 원리를 밝히는 도전을 계속했다. 인류문명은 항상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보수적 관점과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려는 진보적 관점이 충돌하면서 발전해 왔다. 문명이 지속적으로 진화를 거듭하게 된 이유는 인간이 보수적 관점보다 진보적 관점에 더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 중에서 아주 독특한 존재이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한 지식을 감추지 않고 글자와 그림으로 기록해 남들에게 제공해 왔다. 기록문화는 문자의 발달로 이어졌고 지식이 확장되면서 언어가 풍부해졌다. 인류는 다른 동물과 달리 다양한 도구들을 만들어 생활의 불편함을 벗어났다. 자연을 모방하다가 차츰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물건이나 기능을 창작해내기도 했다. 이렇듯 자연의 원리를 밝혀내고 새로운 기능을 창조하는 활동을 우리는 과학이라 부른다. 자연의 원리 중에는 인간의 감각만으로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있지만 심오한 원리를 규명하는 데 많은 세월이 필요한 것도 있었다. 인간이 설령 심오한 자연의 원리를 모르더라도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자연의 작동 기능을 실생활에 활용하는 기술들을 문명 속에 수없이 누적시켜 왔다. 인류는 숫자를 발명하고 자연현상을 모두 수학 공식으로 해석해냈다. 수학적 해석 능력이 깊어지면서 우주의 섭리를 이해하고 수십억 년 전의 우주의 탄생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인류는 원자를 조작하고 심지어 인체의 생명을 증진시키는 조작도 가능한 힘을 지니게 됐다. 인류는 자연의 섭리를 이용해서 자연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인간 개개인은 자연 속에서 한없이 연약한 존재이지만 인간은 스스로 발명한 도구들을 활용해서 문명사회를 구축해 왔다. 이젠 어떤 일자리도 인간이 만든 도구들을 활용하지 않고선 지탱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은 훌륭한 도구 없이 삶을 버텨낼 수 없다

인체가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감각능력은 동물들보다도 열등하다. 인간은 각종 도구를 개발해서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있다. 인간이 빛을 인식하는 시각능력은 가시광선 영역으로 한정된다. 빛의 파장 범위로 대략 400나노미터(㎚)에서 700나노미터 구간이다. 이 파장 범위를 벗어나면 빛을 보지 못하므로 깜깜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방울뱀은 어두운 밤에도 잠자는 쥐 주변을 감싸고 있는 열선 즉 적외선(700나노미터 이상의 파장)을 탐지해 먹이 사냥을 한다. 꿀벌은 꽃들이 내뿜는 400나노미터 이하의 자외선을 멀리서도 쉽게 감지해 꿀을 채집하러 꽃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인간이 개발한 도구를 사용하면 1피코미터(1조분의 1미터)에서 1000킬로미터 파장구간의 전자기파도 감지해낼 수 있다.

인체가 소리를 구분하는 방법은 음압과 진동 크기에 의해서이다.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청 진동수 범위는 19~1만9000헤르츠(㎐) 구간으로 코끼리(17~10만5000㎐)에 비하면 고주파 영역이지만 개나 고양이(64~4만4000㎐), 돌고래(150~15만㎐) 등 다른 포유류 동물들에 비하면 가청 진동수 영역이 낮다. 하지만 현대과학으로 개발한 장치를 이용하면 1나노헤르츠에서 1조헤르츠까지 진동수를 감지할 수 있다. 인체의 후각 기능은 맛을 구별하기 위해서 혀와 함께 조합해 위험한 식품을 구별해 내는 역할을 하지만 주변에 위험한 물질이 있는지 탐지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인체 후각 세포가 구별해내는 냄새의 종류가 1000여종 되지만 화학물 센서를 활용하면 수백만 종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 살갗이 느끼는 접촉력은 3000나노미터 이상의 깊이로 눌릴 때이지만 센서를 이용하면 0.1 나노미터 깊이의 접촉도 구분해낼 수 있다. 인체가 온도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구간은 절대온도 200K에서 400K 구간이지만 센서를 이용하면 절대온도 3K에서 10만K까지도 측정할 수 있다. 이밖에도 인간의 두뇌가 기억하는 시간의 길이는 70년 정도이지만 메모리에 저장된 기억은 5000년 이상도 보존된다. 우사인 볼트의 달리기 속도는 인간의 능력이라면 시간당 50킬로미터 정도의 속도이다. 하지만 인간이 개발한 우주선의 속도는 시간당 2만6720킬로미터이다. 인간이 들어갈 수 있는 바다 속 깊이는 최대 75미터지만 심해잠수정을 타면 1만킬로미터 이상도 들어갈 수 있다. 인간이 올라갈 수 있는 고도는 지상 8000미터에 불과하지만 우주선을 타고 달까지 높이 올라간 기록이 있다. 이렇듯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를 개발해 왔고 이를 이용해서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켜 왔다.

 

암기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은 사라진다

인간의 두뇌는 놀라운 기억능력과 판단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인간이 개발한 컴퓨터가 인간의 두뇌보다 월등하게 우수한 능력을 나타내는 영역이 있다. 두뇌의 기억용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점은 이미 인터넷에 저장된 정보의 양이 인간 두뇌의 저장 용량을 훨씬 초월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궁금한 정보가 있으면 바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같은 정보가 존재하지 않아서 기억을 되살려 내지 못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과학지식과 정보를 모두 알고 있지 못한다. 이는 한 사람의 두뇌로 모두 기억하고 회상하기엔 너무도 방대한 양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모든 정보를 검색해 볼 수 있다. 이젠 특정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종사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정보가 존재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그런 암기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이라면 아마도 앞으론 쓸모없는 직업일 가능성이 높다.

 

 

안구를 굴리는 속도가 빨라야 책 읽는 속도가 빠르다. 일반적으로 300여페이지 분량의 책 한권을 읽는 데 대략 이틀 정도 걸린다. 만약 하루에 1000쪽을 읽을 정도로 매우 빠른 속도로 책을 읽는다면 100억쪽짜리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계산해보면 2만7397년이 걸린다. 그런데 아이비엠(IBM)의 왓슨은 43분 만에 다 읽고 이해한다. 컴퓨터와 속도를 비교하는 일이 부질없지만 컴퓨터가 속도뿐만 아니라 이해력도 인간 두뇌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비엠에 의하면 매일같이 지구상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이 2.5조바이트 정도라고 한다. 인간이 다루기엔 너무 방대한 양이지만 컴퓨터는 반복해서 학습하고 분석하면서 매일매일 똑똑해지고 있다. 컴퓨터는 자연어를 이해하는 능력을 활용해서 데이터를 통계 처리하고 정해진 원칙에 따라 분류하고 분석해서 특이할 만한 패턴을 발굴해 내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가 사람의 대화나 연설을 들으면서 바로 다른 언어로 번역해 주는 일까지 훈련하고 있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반복해서 훈련하다 보면 머지않아 실시간으로 동시통역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 기억력, 의사결정력, 얼굴인식(나중에는 물체인식으로 발전해가게 되겠지만) 면에서 컴퓨터의 능력은 이미 사람의 능력을 능가한 수준에 있다. 번역이나 음성인식 면에서 조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나날이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고 한다. 컴퓨터는 이야기를 꾸며내고, 신문기사를 작성하고, 노래를 작곡하고,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할 줄 안다. 사람처럼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키보드로 문장을 넣을 필요가 없다. 시각능력에서 청각능력, 후각능력까지 컴퓨터는 감각능력 면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했으며 힘쓰는 일이나 빠르게 처리하는 일도 인간보다 잘해낸다. 의사 결정하는 일, 음성인식‧번역‧복제, 정보기억, 데이터 검색도 컴퓨터가 인간보다 월등하게 잘한다.

 

컴퓨터도 변화무쌍한 사람의 욕구변화에 맞춰야 한다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보다 더 넓은 영역에서 컴퓨터의 일처리 방식을 관장하고 평가하며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그때그때 새로운 발상을 도입해서 일처리 방법을 바꿔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변화무쌍한 사람의 욕구변화에 맞게 컴퓨터가 작동되도록 좀 더 즐겁게 표현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조정하는 일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컴퓨터는 지엽적인 일에는 정통할지 몰라도 전후좌우 업무와 조화를 이루면서 전체 시스템의 성능을 높이는 일에는 소홀할 수 있다. 사람은 전체를 조망해보면서 컴퓨터가 미처 고려하지 못하는 감성적인 의미를 발견하고 부가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로봇은 하늘에 흩뿌려진 별들을 보고 감탄하지 않으며 도대체 우주는 이 많은 별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다. 로봇은 평등한 사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추운 밤에 광화문에 모여 앉아 촛불을 치켜 들지 않으며, 더 나은 지구환경을 위해서 자원을 절약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미래엔 유형의 물질을 제조하는 제조산업보다 무형의 가치를 즐기는 오락산업이나 미용산업, 건강관리산업이 핵심 산업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직업으로 분류하기 힘든 놀이 활동도 매우 중요한 일자리가 될 수 있다. 공공이익이나 윤리적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을 발굴하는 일이 지금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