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사업형 지주회사로서 안정적 자체사업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건설 턴어라운드 및 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실적 개선에 따라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나타냈다. 

1일 금감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34.0% 증가한 1조774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47조1214억원으로 13.9%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조3480억원으로 1018.5%나 늘었다.

이처럼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고른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 또한 2014년을 바닥을 찍은 뒤 지난해에는 세배 가까이 상승한 3.8%를 기록했다.

<연결기준 손익계산서>

자료=(주)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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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형 지주회사인 ㈜한화는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도 영업이익이 2242억원을 기록해 전년 1659억원 대비 35.1% 증가했다. 매출은 5조989억원에서 5조1019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제조부문의 안정적 성장과 브랜드로열티 확대로 영업이익이 늘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사업형 지주회사인 (주)한화가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며 중심을 잡고, 자회사인 한화건설에서 이라크 공사대금 수금 리스크가 해소돼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며 "케미칼 부문도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태양광 부문도 흑자전환으로 궤도에 진입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료=(주)한화

◇권토중래(捲土重來),  2년 인내 끝에 결실 맺은 한화건설

한화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문은 한화건설이다. 지난 2년간 지속됐던 적자를 해소하고 재도약을 준비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4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지난해에는 이런 적자를 딛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했다.

자료=(주)한화

4분기 한화건설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비 흑자전환 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71.9% 하락했다. 이는 해외부문에서 약 70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인데, 아직 준공되지 않은 마라픽, 얀부(Marafiq, Yanbu2) 프로젝트 준공시 반영되는 비용을 선반영한 것이다.

이로써 시장에서 우려했던 두 프로젝트 준공시 대규모 손실불확실성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6년말 이라크 주택공사대금 6800억원 수령으로 미수금을 전액 해소해 향후 고마진 이라크 주택사업 매출인식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2016년에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하며 지난 2년의 손실을 만회했다"며 "올해는 신규 아파트 공급과 해외 신도시 사업 확대와 수처리 등 신규 공종의 신시장 개척을 바탕으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해외 프로젝트 손실 반영이 마무리돼감에 따라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정상화가 이뤄져 500억원 수준의 영업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화학부문 호조는 계속될 듯

한화케미칼의 지난 4분기 매출액은 주요 제품(PE/PVC/CA/TDI) 가격 상승 및 TDI 사업 편입 등 영향으로 전년에 비해 20.5%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주요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마진 확대로 전년동기 대비 309.5% 급증했다.

자료=(주)한화

내년에도 호재가 계속될 전망이다. 기초소재인 가성소다, TDI, PVC의 가격강세가 지속되고 있고 여천NCC, 한화토탈의 수익성이 전분기 대비 15% 개선됐다. 특히 PVC는 중국 석탄/카바이드 가격 상승과 인도의 견조한 수요로 3분기 톤당 831달러에서 4분기 931달러로 오르는 등 가격 강세를 견인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화학제품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기초소재는 1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공소재 부문 역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판매증가에 따른 소재수요 확대 및 소급효과 소멸로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초소재인 가성소다, TDI, PVC의 가격강세. 자료: Platts, IHS Chemical,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한화큐셀, 안개 속에서 밝게 떠오를까

한편 태양광 부문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태양광 부문은 16년 11월 미국 태양광 업체 넥스트에라(NextEra)와 계약 종료 이후, 판매량 감소와 모듈가격 하락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키움증권 김상구 연구원은 “당분간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모듈가격은 4분기 대비 9% 하락했고 폴리실리콘 및 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유가가 지속되고 있고 트럼프 당선 후 신재생 모멘텀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태양광 부문 수익성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 노우호 연구원은 “중국의 태양광 수요 회복에 따라 폴리실리콘과 모듈 가격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며 “화학부문 호황에 태양광 부문 실적 가시성이 회복되면 주가의 상승여력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삼성과 ‘빅딜 효과’?

이번 실적개선을 두고 2014년말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를 인수한 소위 ‘빅딜’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코노믹리뷰>는 지난해초 ‘한화케미칼은 그룹 미래의 축소판?’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배구조 측면에서 화학부문의 외형성장과 실적증가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주)한화는 한화케미칼의 지분 36.5%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케미칼은 한화그룹내 주력 사업인 화학부문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료=(주)한화

당시 ‘빅딜’은 사업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한 수익성 침체를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한화그룹의 중간 지주사 격인 한화케미칼과 제품 포트폴리오가 상이한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 인수를 통해 석유화학사업이 보강됐다. 경영효율성, 산업내 위험분산효과는 물론 한화테크윈, 한화탈레스 인수로 안정적인 방산부문이 확대되는 등 그룹 변동성이 완화됐다는 평이다. 작년에는 한화디펜스(옛 두산DST) 인수를 통해 방산업 분야도 더욱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작년 실적개선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화학‧건설‧방산 분야 선두권 진입을 위해 중동 지역 등 해외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