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세계 최대 ESS(에너지저장장치)시장인 미국에 세계 최대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진했던 중대형 전지 분야에서 실적 개선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SDI 연결 기준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미래에셋대우

◇캘리포니아에 세계 최대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미국 시장 40%에 해당

삼성SDI는 최근 글로벌 ESS 시스템 회사들과 손잡고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력 공급망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해 94Ah(암페어아워) 셀 약 70만개, 240MWh(메가와트아워)의 ESS 배터리를 공급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업계에서 발주된 ESS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네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해 미국 전력용 ESS 시장 규모가 590MWh였다는 점에서 240MWh의 이번 ESS 공급물량은 미국 시장의 40%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미국의 4만 가구가 4시간 동안 사용 가능한 전력량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개요는 천연가스 발전소를 대체하는 대규모 전력용 ESS를 공급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여름과 겨울에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발전 유동성이 높은 가스 발전기를 추가로 사용한다. 바로 이 발전기를 ESS로 대체 하는 것이다. 가스 발전소, 태양광 발전소 등에서 생산된 잉여 전력을 삼성SDI의 ESS용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수요가 급증할 때 저장된 전기를 사용하는 개념이다. ESS를 사용하면 친환경 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한 탄소배출량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엄격한 미국 시장 안정성 기준 통과한 삼성SDI

이번 계약의 의의는 안전성에 대해선 일말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미국 ESS 시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며 삼성SDI의 배터리 안전성이 인정받은 점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선택한 전기차 배터리와 동일한 제품이 ESS에 사용된 것이 고객들의 신뢰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ESS는 수주부터 공급까지 평균적으로 약 1년이 소요되는데, 삼성SDI는 ESS 업체들과 수주단계부터 선행적 협업을 통해 이번 프로젝트의 진행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중대형 전지, 중국 리스크 넘어 유럽‧미국에서 반등 노려

이처럼 삼성SDI 중대형 배터리 사업 부문은 중국에서는 차질을 빚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테슬라의 대항마인 루시드 모터스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이번 ESS배터리 공급까지 성사시켰다.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 리서치는 전세계 리튬이온배터리 ESS 시장이 2016년 2.3GWh에서 2020년 14.8GWh로 연평균 60% 가량 급성장 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시장은 송배전 설비의 노후화,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등으로 2016년 590MWh에서 2020년 4.2GWh 규모로 전세계 ESS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인 B3가 2015년 발표한 세계 ESS시장 전망에 따르면, 삼성SDI는 세계 시장 점유율 18%로 1위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SDI의 중대형 전지 사업부문 전망에 대해 “자동차 전지는 중국 정책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지만, 유럽 고객들 기반으로 신규 프로젝트와 함께 고성장 세를 이어갈 것이고, ESS는 전력용 제품 수요에 힘입어 하반기 흑자 기조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