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글로벌 본사에서 최근 국내 상황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비약적으로 발전해 국제 무대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한국이 이런 정치불안을 겪는 것을 이해 못 하고, 매우 우려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도 걱정의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본사 간부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안정되어 있고, 역동적인 광장의 모습에 깜짝 놀라면서도 안심하고 돌아갑니다.”

최영구 GCCA(Global Companies CEO Association) 회장의 말이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 내부 사규는 김영란법보다 강도 높은 윤리경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기준이 높은 탓에 불리한 상황에 놓일 때도 있다. GCCA 회원사 대부분 당장 손해여도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주한글로벌기업 대표자협회(GCCA, Global Companies CEO Association)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장들이 모여 회원 권익 신장을 모색하는 단체다. 설립은 2014년 2월에 됐다. 비전과 가치는 셰어링 & 러닝. 회원들끼리 서로의 경험과 보람을 나누고, 배우자는 뜻이다. 정회원은 60개며 예비회원까지 합하면 120개 회사가 모여 활동 중이다.

최영구 라이카지오시스템즈 대표이사(사진)는 지난 2016년 5월 알버트 김 1대 회장에 뒤이어 2대 회장에 취임했다.

최 GCCA회장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은 한국 경제계가 수용해야 할 좋은 법”이라며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조건이 마련된 것”이라며 환영을 표했다. 최 회장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의 내부 사규는 김영란법보다 강도 높은 윤리경영 기준을 갖고 있다”며 “기준이 높은 탓에 우리나라에서 판매영업을 할 때 불리한 상황에 놓일 때가 있지만, 엄격한 윤리기준에 따라 사업을 하면, 당장은 손해여도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Q:GCCA는 무엇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인가?

최 회장: 대부분 글로벌 기업 본사는 몇십조씩 매출을 내는 대기업이다. 본사는 대기업이지만 한국 시장 크기가 작아 국내 지사는 중소기업인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모임을 만들게 됐다. 회원사 대부분이 활동에 적극적이다. 내부 결속력이 강해 정보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Q: 암참(AMCHAM), KCMC(다국적기업최고경영자협회), Forca(한국외국기업협회) 등 다른 글로벌 기업 단체들과 다른 점은?

A: 암참은 주한 미국 기업만 모인 단체로 GCCA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KCMC와 Forca가 GCCA와 유사하다. GCCA는 이들보다 역사가 훨씬 짧지만 젊은 단체의 이점을 가지고 있다. 오래된 단체에는 약간의 내부정치와 파벌이 있다. 큰 기업 위주로 서열이 매겨지는 일도 생긴다. 결국 목소리를 내야 할 중소기업이 제 목소리를 못 낸다. GCCA에는 규모가 몇십억원에서 몇조원까지 되는 다양한 회사가 있지만, 크기에 상관없이 동등한 발언권과 권리를 가진다. 평등한 대우 덕분에 라이카의 규모가 큰 편이 아닌데도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또한 다른 단체보다 다양한 국적의 회사가 있고 특히 중소기업이 많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글로벌 기업과 윤리경영

Q: 글로벌 기업의 윤리강령은 국내 기업보다 강하다고 들었다.

A: 사실이다. GCCA 회원사 대부분 내부 사규가 김영란법 이상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본사에서는 관련 교육을 끊임없이 진행한다. 뇌물증여를 용납하지 않는다. 발각되면 해고당할 수도 있다. 고객사의 리베이트 요청도 일절 거부한다. 접대 한도는 국내 세법에서 요구하는 수준까지 제한된다. 사내 윤리강령을 준수하다 보면 손해 보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공정경쟁이 이뤄져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GCCA 회원사 대부분은 김영란법 시행을 반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리베이트 등 혜택 요청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GCCA 회원사를 대상으로 김영란법에 관한 강의도 진행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Q: 최근 구글과 애플의 세금 회피 논란으로 글로벌 기업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글로벌 기업이 세금 회피에 혈안이라는 시선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 본사에 이윤을 너무 많이 남기지 않고 적절하게 세금을 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도덕한 기업 낙인이 찍힌다. 본사도 이런 입장을 많이 이해해주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국내 지사에서 적자가 나면 본사에서 세금 납부를 위한 돈을 보내온다. 한두 해 정도는 적자가 날 수 있지만 3~4년 정도 지속되면 고의적인 것이라 보여선 안 되기 때문이다. 본사에서 제품 가격을 높게 측정하면 본사로 들어가는 이윤은 많이 남지만 국내 지사에서는 적자가 난다. 적자가 나면 세금이 없어진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세무당국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주한글로벌기업,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Q: 한국에서 글로벌 기업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나?

A: 주한 글로벌 기업의 역할은 선진기술 소개와 고용창출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 수준은 상당히 높다. 국내 기업이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라이카지오시스템즈의 경우 비슷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기업이 없다. 선진 기술이 들어오면 국내 기업은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한다. 국내 기술 수준이 올라갈 기회가 생긴다는 말이다. 라이카처럼 건축 및 공간정보 활용에 꼭 필요하지만 국내에 없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제공해 일의 효율을 높이는 것도 글로벌 기업의 기여 중 하나다. 외국계 기업의 인원 고용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직접 국내 공장을 짓거나 투자하기도 한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에 고용된 사람이 본사로 가는 경우도 있다. 글로벌 기업 근무 경력이 국내 인재에게 해외진출 발판도 제공한다.

 

신보호주의와 글로벌 기업

Q: 신보호주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신보호주의 경향이 글로벌 기업 현지 지사에 미치는 영향은?

A: 아직 신보호주의 성향을 띠는 명확한 정책이 많지 않아 글로벌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신보호주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은 한국에서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한글로벌기업은 본사 제품을 수입하는 입장이라 수출 기업과는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트럼프 정책이 달러 절하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유리할 가능성도 있다. 달러가 절하되면 수입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환율 전쟁 등 마찰이 예상돼 안 좋을 거라 생각한다. 신보호주의의 한 축이 자국산 우대이기 때문에 수입규제로 방향이 흘러가면 직접적 타격이 온다.

한편, 최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라이카지오시스템즈는 공간정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본사는 공간정보 획득 전용 드론과 항공사진을 찍기 위한 정교한 카메라 등을 제작한다. 라이카의 3차원 레이저스캐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도입됐다. 스캐너로 범죄현장을 스캐닝하면 혈흔 자국, 용의자의 도주 경로 등을 알 수 있는 장비이다. 동부건설 출신으로 지난 2004년 라이카지오시스템즈의 한국지사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