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오이도행 4호선 열차에는 몸을 밀어넣을 자리조차 찾기 어려운 극심한 혼잡이 빚어진다. 전 구간이 그런 것은 아니고 2·5호선 환승역인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만 지나도 객실은 거의 비어 버린다. 서울 시내의 대표적 ‘베드타운’으로 꼽히는 도봉구 창동, 노원구 상계·중계동 일대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아침마다 시내에 있는 회사들로 뿔뿔이 흩어지는 까닭이다. 평일 낮 젊은이들이 출근하고 비어버린 이들 지역의 식당이나 백화점은 썰렁함만 감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베드타운’, 그러니까 ‘잠만 자는 동네’라는 오명의 노원구(약 58만명)는 송파구, 강서구에 이어 거주 등록 인구가 많은 지역이지만 일자리가 없으니 경제자립도는 최하위권에 속한다.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1월 기준 17.7%로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낮다. 노원구 주민들은 돈벌이 기회가 없는 것을 두고 자조적으로 ‘No원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에 서울시는 2조원을 들여 창동·상계 일대를 ‘맞춤개발’하겠다고 나섰다. 2월 15일 ‘제4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창동·상계 일대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 대한 도시경제기반형 도시재생활성화계획안이 가결됐다.

창동‧상계 일대 약 98만㎡가 180만 동북4구(성북구‧강북구‧도봉구‧노원구)의 중심, 나아가 수도권 동북부 320만 주민을 위한 서울 동북권의 신경제중심지로 개발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지자체 사업비 1조2000억원, 민간참여사업비 9250억원 등 총 2조원이 투입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서울메트로의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등 약 38만㎡에 이르는 대규모 이전부지와 이에 연접한 기성 상업지역 등을 활용한다. 복합 문화시설과 창업센터가 설립되고 KTX 노선 연장과 동부간선도로 확장 등 광역교통체계도 갖춰진다.

지역 부동산 시장도 ‘봄’을 맞았다. 상계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원래는 ‘강북의 교육특구’라 불린 중계동이 노원구 부동산 시장의 중심이었지만 이제 상계동 아파트 값이 중계동과 엇비슷해지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2015년 창동·상계 개발 계획을 발표한 이후 꾸준히 인근 주택시장도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한국감정원 기준 상계주공8단지의 공급면적 38.52㎡ 아파트는 지난해 2월 2억5000만원이던 것이 1년 사이 2억95000만원까지 올랐다. 상계주공1~16단지는 총 4만여가구에 달한다. 조립식 아파트로 지어져 안전문제가 불거진 8단지는 현재 재건축을 진행 중으로 관리처분 인가를 앞뒀다. 나머지 단지도 내년 재건축 연한을 채우게 되면 관심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창동역 창동주공3단지 아파트의 공급면적 59.39㎡의 평균매매가(감정원 기준)도 같은 기간 2억9000만원에서 3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창동 동아청솔아파트 공급면적 84.97㎡의 매매가도 1년 동안 꾸준히 올라 4억5500만원이던 것이 5억원까지 올랐다.

창동역 환승주차장 일대(약 4만㎡)에는 작년 4월 컨테이너 상가인 ‘플랫폼창동61’이 개관했다. 창동 주민인 30대 주부 김민정 씨는 “성수동이나 홍대처럼 개성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온다고 해서 개관 전부터 기대를 했다”면서 “아직은 홍보가 부족한 초기의 모습이지만 공연, 식당, 카페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면 젊은 유동인구가 늘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이 외에도 시는 문화체육시설 부지(약 5만㎡)에는 국내 최초 아레나급(1만5000석~2만석) 복합문화공연시설을 건립해 문화·관광 인프라 공간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승원 서울시 동북권사업단장은 창동·상계 지역의 도심재생사업을 통해 신규사업체 1000개와 약 8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