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친근한 야쿠르트 아줌마가 신선한 커피도 가져다주더니, 이제 커피 디저트까지 가져다준다고 한다. 늘 아파트 혹은 지하철역,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길가의 어느 한켠에서 누리끼리한(?) 유니폼과 사각 모양의 가방 카트를 세우고 발효유, 우유를 친절하게 권하고 아이들의 이름도 기억했다가 불러주던 이모 같은 야쿠르트 아줌마가 어느 순간 전동카트를 타고 나타나서 깜짝 놀라게 하더니, 작년에는 발효유가 아닌 ‘콜드 브루’라는 커피를 매일 아침 배달하는 신선한 커피로 포지셔닝해 열풍을 일으켰다. 한국 야쿠르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커피의 인기도 이어가고 최근의 디저트 카페 트렌드를 감안해 라이벌 업체인 오리온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커피 디저트를 출시한 것이다. 디저트는 같은 식품업계의 라이벌인 오리온이 만든 것으로 두 회사가 가진 제조 기술력과 방문판매(이하 방판) 채널의 강점을 살려 상품의 기획과 생산은 오리온이, 유통과 판매는 한국 야쿠르트가 담당해 두 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2013년 한국 야쿠르트는 스마트폰 주문과 인근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 기능을 탑재한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앱으로 주문하거나 전화를 걸면 날짜, 시간에 맞춰 단 1개의 음료도 배달해 주기 때문에 방판의 위력이 더 크게 발휘된 계기가 되었다. 새로이 출시된 디저트 세트를 구매해보고자 앱을 깔고 실행해보니 오늘 주문하면 2일 후부터 배송이 가능하다. 신선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주문한 양만큼만 만들어 2일 후부터 고객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했던 커피와 마찬가지로 판매하는 모양이다. 신선함의 대명사 커피가 된 데에는 근본적으로 신선한 상품을 만드는 기술도 있지만, 그 신선함을 유지하는 Value Chain의 설계도 확실하다. 그리고 원하는 곳의 주소를 넣으면 근처의 영업점 위치와 야쿠르트 아줌마의 위치가 전화번호와 함께 안내된다. 주문 신청을 하면 배달할 야쿠르트 아줌마가 전화를 준다. 이는 동일한 니즈가 있는 시장(고객)을 대상으로 전국 1만3000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유통기한이 짧고 신선한 그날그날의 상품으로 확대한 것이다. 방판 채널은 신제품을 알리고 개별 소비자 마케팅을 하는 데 유리하다.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상품을 개별 마케팅했듯이 오피스 타운에서는 바쁜 직장인들에게 원하는 제품을 배달하면서 기호를 파악해 신제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점점 더 다양해지는 개개인 취향별 소비 트렌드가 커지면서 맞춤형 추천이 가능한 방판 채널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또한,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별 가격을 달리하는 정책을 통해 이탈이 쉬운 온라인의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에 고객을 확실하게 붙잡기 위한 노력도 보인다. 즉,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야쿠르트 아줌마에게 구매하는 것을 더 싸게 해 가격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에서 자체 채널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전통적인 유통 채널인 방판 채널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옴니채널의 성격으로 진화 발전하고 있다.

이 뉴스를 접하고 같은 시장(고객)을 두고 서로의 장점을 결합한 시너지를 위해서 라이벌끼리의 동맹도 불사한다는 것과 온라인의 성장으로 인해 기존의 유통채널을 부정하거나 축소를 고민하는 기업도 많은데, 방판이라고 하는 가장 전통적인 유통 채널을 버리고 신채널로 갈아타는 것이 아니라, 전동카트, 모바일 앱을 통한 O2O(온라인와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채널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군의 확대 등을 통해 기존 채널을 리뉴얼(Renewal)하고 강화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야쿠르트 아줌마’로 대변되는 46년 전통의 한국 야쿠르트가 ‘정기 배달과 한곳에 서서 고객을 기다리는 오래된’ 방판 채널이라는 고객의 인식을 기동성을 확보한 전동카트를 통해 또한, 전국에 주소만 넣으면 어디에 야쿠르트 아줌마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위치 안내 서비스를 탑재한 모바일 앱을 통해 더 이상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배송해주는 온디맨드 배송 서비스라는 의외의 적극성을 보여주면서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것을 바꾸고 시작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전통에서 오는 ‘오랜 친근함’이라고 하는 감성에 기술을 연결함으로써 효율화라고 하는 가성비만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 감성비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또한, 온라인 커머스 종사자로서 오프라인의 개인별 맞춤형 오퍼가 가능한 것이 방판의 장점이라면 온라인 커머스 업체는 이를 대신해 고객이 사이트에 남긴 막대한 양의 흔적 분석을 통해 개인별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상품을 그 시점의 맥락에 맞게 제안(Offering)하는 것을 시스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쓴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 디저트 케이크가 생각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만드는 것은 직접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와 같이 해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개인별로 그때 그 맥락(Context)에서 필요한 것을 방문 판매원을 통해서든, 시스템 분석을 통해서든 알아내고 적절하게 제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