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A 씨가 공항패션으로 선보인 미니백, 가수 B 씨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서 입고 나온 원피스. 연예인이 입고 나오는 의상이나 소품은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고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이 선보이는 멋진 의상들은 물론 개인이나 스타일리스트가 소장하고 있는 제품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유명 브랜드에서 협찬받은 아이템이다. 시청자들의 눈에 띈 의상이나 소품은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인터넷에 정보가 퍼진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브랜드의 제품인지 더욱 알고 싶어 하고 심지어 이런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가 생기기도 한다. 해당 매장에서 매진 사태를 빚거나 아예 아이템 자체가 ‘완판’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한 번의 노출이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기도 해 많은 브랜드에서 협찬을 진행하며, 때로는 제품 노출을 위한 과도한 설정이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협찬 아이템은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동시에 유행을 선도하는 아이템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협찬의 기본 조건은 ‘노출’이다. 브라운관 또는 사진, 실물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만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찬은 주로 옷이나 가방, 액세서리 등의 소품에만 한정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은밀한 부분인 속옷까지도 확대되고 있다. 가장 무난하게는 파자마나 긴 슬립부터, 아예 속옷을 눈앞에 들고 흔들거나 직접 착용한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등장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속옷이 감추어야 할 은밀한 아이템이 아니라, 예쁘면 드러내놓고 보여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노출이 생명인 협찬의 영역에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속옷보다는 파자마가 노출이 자유롭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영역에서 협찬이 이뤄진다. 일단 드라마나 영화의 대본에 주인공이 속옷을 입게 되는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결정되면, 해당 배우의 스타일리스트가 그 장면에서 착용할 수 있는 파자마의 콘셉트의 범위를 정한다. 보통 장면의 분위기나 극 중 역할의 성격 또는 지위 등에 따라 착용 가능한 파자마 종류나 콘셉트가 결정된다. 신혼부부의 첫날밤 장면이면 로맨틱한 분위기의 커플 파자마를, 요염한 분위기의 젊은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이면 농염한 색상의 슬립이나 화려한 디자인의 가운을 입는 식이다. 부부가 등장하는 장면이라도 부유한 가정의 경우는 고급스러운 실크 소재의 앙상블 파자마를, 소시민 가정의 경우는 면 소재로 된 실용적인 디자인의 파자마를 선호한다. 최근에는 혼자 사는 여성의 역할에서 파자마 대신에 활동적이고 캐주얼한 이지웨어를 입는 경우도 많아졌다.

▲ 드라마 속 속옷아이템 등장장면

반면 속옷은 배우가 직접 입고 나오는 장면보다는 아이템 자체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재밌는 점은 극 중 등장하는 속옷이 특별한 역할을 가지고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극 중 인물의 기분이나 행동, 그리고 마음의 변화 등을 대변하기도 한다. 긍정적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준비한 서프라이즈 선물로 나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또는 앞으로의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삶을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의 아이템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엔 속옷이 내연관계를 의심하게 하는 매개체라든가 유혹을 위한 승부수가 된다.

속옷회사나 속옷매장 자체가 극 중의 배경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만 가끔 있다. 속옷의 디자인이 개발 등 사내에서 이뤄지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드라마 작가가 직접 방문하면서 알아가고 대본을 완성한다.

속옷이라고 하면 무조건 부끄러워하고 감춰야 했던 예전과는 인식이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요즘이다. 속옷도 과감하게 방송에서 등장하고 입고 있는 장면도 어색하지 않게 느끼게 된 것도 많은 변화다. 이처럼 앞으로도 속옷이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아이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써 더 다양한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