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카푸치노’는 국내 최초 공유가치를 내세운 호텔이다. 흉내 내기에 급급한 마케팅 전략들과는 다르다.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지속가능경영을 기반으로 설계·운영되고 있다. 객실, 식당, 엘리베이터 등 원한다면 어디서든 기부를 실천할 수 있다. 일회용의 편의성 대신 친환경의 번거로움을 권한다. 태생부터 다르다는 호텔 카푸치노를 직접 찾아가봤다. [편집자 주]​​

▲ 호텔 카푸치노 로비 모습(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2017년 서울에는 여행자를 위한 방이 넘쳐 난다. 호텔 시장은 지난 10년간 급격히 성장해왔다. 지난 2012년쯤 중국 관광객, 이른바 ‘유커’들이 몰려오면서 급물살을 탔다. 대외 비즈니스 물량도 많아 객실이 부족할 정도였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회상한다. 좋은 시절이었다.

상황은 달라졌다. 최근 호텔이 우후죽순 늘면서 수요는 공급을 앞질렀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2012년 161개(2만7173실)였던 관광호텔은 지난해 348개(4만6947실)로 늘었다. 70%가량 급증한 셈이다. 같은 기간 해외관광객 수는 1114만명에서 1724만명으로 약 55% 증가했다. 서울을 찾은 관광객은 47.5%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악마도 하룻밤에 천사 되는 호텔

돈을 쓸어 담던 블루오션은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 전망마저 밝지 않다. 사드(THAD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후 중국 관광객 증가세는 주춤해졌다. 장기 불황도 악재 중 하나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소비자 입장에서 호텔 숙박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코오롱 그룹은 굳이 이 시기에 신규 호텔 오픈을 결정했다. ‘카푸치노’라는 커피 전문점 같은 이름을 붙였다. 호텔 카푸치노는 지난 2015년 12월 문을 열었다. 지하 3층, 지상 18층 규모다. 141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다. CSV는 지난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처음 제시했다. 사회문제에서 소비자 니즈를 찾아내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경영전략이다.

호텔 카푸치노는 마이클 포터 교수의 CSV를 ‘카푸치노 공유 가치’(Cappuccino Shared Value)로 재정립했다. 악마가 묵고 천사가 됐다는 스토리텔링이 흥미롭다. 호텔 카푸치노에서 머무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와 레스토랑 메뉴. 적립된 금액은 개발도상국에 식수를 공급하는 미국 비영리단체 ‘Water.org’에 전달된다. 로비 헌옷 수거함에 쌓인 옷들은 비영리단체 ‘옷캔’을 통해 재활용 된다. 객실이나 편의시설만큼 기부단체 선정에 공을 들였다고 호텔 카푸치노 측은 설명했다.

이소정 호텔 카푸치노 총지배인은 “1년 반이었던 준비단계부터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다방면으로 살폈다. 지속가능성, 현장 직원 업무강도 등을 따져봤다”며 “기부처 선택도 쉽지 않았다. 수많은 단체를 조사하고 직접 만나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억 단위 금액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며 “기부금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호텔 카푸치노 프로그램과 궁합이 맞는 단체를 어렵게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 객실 욕실 모습(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호텔로서 본연의 정체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객실 침대는 모두 특별 주문 제작했다. 카푸치노 킹 룸의 경우 2m×2m 슈퍼 킹 사이즈 침대를 구비하고 있다. 퀸 사이즈 침대 2개를 연결한 2.8m×2m 사이즈 침대가 제공되는 슈퍼 더블 룸도 있다. 반려견과 함께 투숙할 수 있는 바크 룸까지 다양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안 스트리트 푸드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핫이슈와 서울 야경과 함께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루프탑 바도 갖췄다. 프라이빗 룸과 미팅룸은 4~6명 소규모 회의부터 50명 규모 기업미팅도 소화할 수 있다.

이 총지배인은 “바크 룸 때문에 펫프렌즈(반려동물 친화) 호텔로 오해받기도 한다”며 “호텔 카푸치노는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를 지지하는 것뿐 펫프렌즈 호텔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비에서는 반려동물을 품에 안고 다녀야 한다”며 “다른 손님의 편의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호텔업계에서도 공유가치를 강조하는 곳이 늘고 있다.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처음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