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상당히 복잡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쇼핑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과 롯데그룹의 미래 모습인 4-BU(Business Unit)체제에 우선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결국 롯데그룹 지배구조 첫 단추는 롯데쇼핑이 그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줄줄이 인사 및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다. 21일에는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등 화학·식품 계열사, 22일 롯데쇼핑 등 유통계열사, 23일 이후에는 서비스 계열사의 이사회 개최를 통해 사장단을 비롯한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 롯데그룹 지배구조 [출처:SK증권]

이와 함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했으며 지난해에는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호텔롯데 상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롯데그룹 비자금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 영향으로 자진 철회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사 전환을 선언했다. 이어 지난 1월에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의 공시를 통해 지주회사 전환제체 검토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물론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현재 횡령, 배임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신 회장은 호텔롯데의 대표이사인 만큼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향후 3년간 상장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지주사 전환과 지배구조 개편을 천명한 만큼 그 방향성은 확고하다고 볼 수 있다.

롯데그룹, 4-BU 체제의 시작

SK증권에 따르면 현재 롯데그룹은 67개의 순환출자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순환출자는 인정되기 때문에 현재의 지배구조는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없다. 하지만 호텔롯데 상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선결 요건이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총 93개 계열사가 유통, 식품, 화학, 호텔 및 서비스 등 4개 BU(Business Unit) 체제로 나뉘고 금융계열사는 독립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각 사업군의 핵심 기업으로는 롯데쇼핑(유통), 롯데제과(식품), 롯데물산(롯데케미칼, 화학), 호텔롯데(호텔 및 서비스) 등이 유력하다. 여기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이 각각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 7.9%, 3.9%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금액적으로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후 각각의 투자회사를 합병해 대부분의 순환출자고리 해소가 가능하다”며 “또 신동빈 회장은 현재 롯데쇼핑 13.5%, 롯데제과 9.1%, 롯데칠성 5.7%, 롯데푸드 2.0% 등을 소유하고 있어 스왑 등을 통해 합병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투자회사를 합병할 경우 지주사격의 투자회사가 탄생하고 그 아래에 사업회사들이 지배를 받는 구조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 신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각 계열사의 지분을 사업회사에 내주고 합병된 투자회사의 지분을 가져오게 되면(스왑) 그만큼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이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 등 순환출자도 해소된다.

한편,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정점에 위치한 회사로 현재 롯데홀딩스, 광윤사, L투자회사 등 일본계 자본이 99.3%를 보유중이다. 하지만 신 회장은 호텔롯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호텔롯데가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만큼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가 인적분할 후 투자회사간 합병을 하게 되면 합병 투자회사는 그룹의 중간지주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신 회장은 롯데쇼핑 투자지분이 주축이 된 중간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향후 지배구조 변환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롯데쇼핑 주목해야 하는 의외의 이유···‘반대매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 호텔롯데의 상장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점은 일본 법인의 호텔롯데 지분이 높다는 데 있다. ‘한국의 롯데’라는 명분을 얻기 위해서도 중요한 과정이다.

호텔롯데는 상장을 통해 일본자본의 지분을 50%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최소화하고 신주를 최대 40%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비자금 수사가 발목을 잡았다.

한 마디로 호텔롯데의 상장 가능성과 그 시기는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따라서 관심의 대상은 이번 인사 및 조직개편과 동시에 이뤄지는 BU체제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13.5%)과 신동주 전 부회장(기존 13.5% 중 2월 16일 5.5% 매각)이 각각 보유한 롯데쇼핑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점이 눈길을 끈다.

증권전문가들은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롯데쇼핑주식담보대출의 목적을 다른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 확보로 추정하고 있다. 두 사람이 롯데쇼핑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이유는 단연 BU체제의 각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열사 중 롯데쇼핑의 가치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출을 통해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금들이 명확히 어디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롯데쇼핑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매매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았을 때, 담보 대상이 되는 주식이 일정수준 이상 하락하면 해당 주식이 강제 매각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렇다면 롯데쇼핑의 주가 하락은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에게도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신 전 부회장이 롯데쇼핑 지분 5.5%를 매각해 올해 1월 받은 대출을 상환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롯데쇼핑 PBR 추이 [출처:SK증권]

하지만 현재 롯데쇼핑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이 역대 최저치 수준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중 신 회장이 롯데쇼핑에 대한 지배력을 먼저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주요 계열사(BU체제)들의 인적분할 후 투자회사 간 합병시 지분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롯데쇼핑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향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호텔롯데 상장의 불확실성 및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 변화를 명확히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롯데쇼핑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은 역으로 롯데쇼핑 주가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정성’을 뜻할 수 있다.

▲ 출처:SK증권
▲ 출처:SK증권

지난 20일 기준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은 약 7조5000억원에 달해 할인된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반대매매’의 가능성이 적고 PBR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면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서 롯데쇼핑을 가장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SK증권은 현재 롯데쇼핑사업법인(국내사업)의 가치는 9조4090억원으로 추정했으며 투자법인으로 분리될 지분 가치를 1조1064억원으로 평가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이 매각한 롯데쇼핑 지분 약 170만주는 기관투자자들이 54만주, 외국인투자자들이 100만주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