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로 논란의 중심에 있던 한미약품이 신약 개발에 대한 설명 코너를 열었다. 베링거인겔하임 기술수출 취소 사태 이후 계약 공시가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만큼 친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업의 기술수출은 매출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요소다. 일반적으로 주가는 매출액에 반응한다는 점에서 기술수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이 발표됐던 당시, 전례 없던 계약금 규모는 매출증가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고 이는 곧 주가에 반영됐다.

2015년 11월 10일 한미약품 주가는 한 때 80만5000원까지 올라 최고치를 나타낸 바 있다. 종가 기준으로는 77만7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1년 후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취소가 발표됐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베링거인겔하임 기술수출 종료 시점을 발표한 2016년 9월 30일 주가는 18% 하락해 종가 기준 47만5000원까지 하락했다.

한미약품 주가는 그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한미약품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동반 하락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에 한미약품은 자사 홈페이지에 '신약개발 쉽게 알아보기'라는 코너를 열고 신약 개발에 관한 핵심 용어를 자세하게 풀이하기로 결정했다. 신약개발 과정에 대한 이해와 기업 신뢰를 높이기 위한 취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난 라이선스 계약과 관련해서 한미약품이 기술수출로 '8조원을 모두 받았다'고 오해하는 부분도 많았다"며 "마일스톤, 라이선스 계약 등 제약산업에서 쓰는 특수 용어들을 일반 기사를 접하는 독자나, 개인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코너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기술수출을 잇따라 성공 시키면서 기술수출료가 8조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한미약품이 낸 결과로 인해 제약사의 기술수출은 연구개발(R&D)의 한 성과로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됐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제약사의 기술수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기술수출 취소 및 계약 변경 등이 이어지면서 한미약품은 몸살을 앓았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 취소는 '늑장공시' 논란을 빚었고 한미약품은 공식 사과입장 발표와 더불어 내부 임원 교체도 했다. 

기술수출에 관한 늑장공시 논란은 한미약품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당시 제약업계에서는 기술수출에 대한 이해 및 설명 부족으로 사태가 더 커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건은 당시 규모가 커서 언론에서도 크게 다뤘지만, 제약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언급되는 금액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수출이 이뤄지면 통상 계약금,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로열티 등의 계약을 맺게 되는데 계약 규모를 언급할 때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합친 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마일스톤은 한 번에 받는 것이 아니라 기술 개발 과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받는 것인데, 계약 규모를 말할 때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합쳐서 말하게 되면 제약 산업의 생리를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술수출 한 번으로 그 돈을 모두 받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언론에서 기술수출이 8조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왔을 당시 적극적으로 이를 설명하려 하지는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마일스톤이 단계별로 반영된다는 것과 계약 취소 위험성에 대한 공지를 충분히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투자자는 "투자자가 단순히 언론 보도만 보고 투자를 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지만, 공시에서도 마일스톤이라는 말에 대해 좀 더 알기 쉽게 기업 측에서 설명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공시만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로 제약업계가 반짝 떴다가 다시 한미약품 사태로 가라앉았다. 여기에는 언론도, 기업도, 투자자도 모두 책임이 있다. 기술수출료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도록 언론이 대서특필한 점, 기업이 이에 대해 정확히 해명하거나 공시에 설명하지 않은 점, 잘 알지 못하고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던 점은 모두의 책임이다.

▲ 사진=한미약품 공식 홈페이지 캡처

결국 한미약품이 자사 홈페이지에 신약개발에 대한 설명 코너를 연 것은 이와 같은 오해의 소지를 스스로 적극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올무티닙' 기술수출을 예로 들어보면 당시 계약에서 계약금은 5000만달러, 단계별 마일스톤은 8억3000만달러였다.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을 합하면 계약 규모는 1조원이 넘어간다. 이 기술수출 계약 규모가 1조원이 넘는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한미약품이 계약과 동시에 수취한 금액은 5000만달러(약 573억원)다. 

8억3000만달러는 전임상, 임상, 허가신청, 허가완료 등의 기술개발 단계를 진행할 때마다 받게되는 기술료다. 따라서 개발 도중 임상에 실패하거나 더이상 개발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 남은 마일스톤 금액은 받지 못할 수 있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올무티닙' 계약이 취소됐을 때, 한미약품이 받았던 단계별 기술료는 1500만달러로 나머지 8억 1500만달러는 받지 못했다.

베링거인겔하임 기술수출 취소가 발표됐을 때 계약금과 마일스톤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1조원대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가 전체가 취소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술수출은 취소 됐지만, 계약금과 마일스톤 계약 금액 중 수취한 금액과 그렇지 않은 금액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미약품 측 설명에 따르면 단계별 마일스톤은 개발이 완료되는 단계에 따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수취한 금액에 대한 반환 조건은 없다.

이처럼 신약개발 과정에서 이뤄지는 기술수출의 경우 계약 규모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 각 계약별로 계약금, 단계별 마일스톤을 구별해야 하고 계약 조건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예를들면 확정된 계약금도 계약에 '반환 조건'이 있다면 받았던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 사노피와의 계약이 그런 경우다. 2015년 기술수출 당시 계약금은 4억유로였는데 지난해 12월 계약 조건과 세부사항이 일부 변경되면서 한미약품은 계약금 중 1억9600만유로를 사노피에 반환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계약금은 기술 계약과 동시에 받는 것이기 때문에 반환 조건이 붙지 않는다"며 "사노피는 이례적인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로열티는 신약이 개발에 성공해 시판될 경우 매출액에 비례해 받는 것으로 비공개로 이뤄지는데,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은 9.6%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기술수출이 이뤄졌을 때 계약금, 마일스톤, 로열티 전체를 고려해 이 기업의 매출액이 오르겠다고 판단하면 한미약품 사례처럼 기업이 지나치게 고평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 신약개발과 제약산업의 특성을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명확하게 알려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고 건강한 투자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며 "해당 코너에는 홈페이지 '1:1 문의하기' 게시판을 통해 들어오는 질문 중 빈도가 높은 것을 선별하는 등 신약개발에 관한 용어 설명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은 △마일스톤 방식 △신약 라이선스 계약 △플랫폼 기술 △신약개발 프로세스 △바이오의약품 △합성의약품 등 6개다.

▲ 사진=한미약품 공식 홈페이지 캡처

올해도 연구개발을 통한 '신약 개발'이 제약산업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기술수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제약사의 성장 가능성은 결국 기술력과 자본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있다"라며 "기술수출 하나만 보고 투자를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제약사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려면 그 기업의 파이프라인 전체를 살펴봐야 한다"며 "신약 개발은 사실 확률게임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제약산업을 성장시킬 요인이 기술수출이라면, 이제는 제약업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그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한미약품의 행보가 제약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시작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