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최근 '24시간'을 키워드로 한 기업들의 시(時)테크 마케팅이 한창이다. 현대인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24시간 오픈 커피전문점, 24시간 수분을 유지하는 화장품과 음료, 24시간 오픈하는 약국까지 갈수록 그 범위를 넓혀가는 기업들의 뜨거운 ‘25時 마케팅’ 현장을 찾아가본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탐앤탐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 집에서 갓 나온 듯한 편한 차림의 젊은이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새벽이라 조용한 편이지만 근처 주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술이 깨기 위해 온 몇몇 젊은이들의 흥취에 들뜬 목소리가 간간히 섞여 나온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도 눈에 띈다.

풀타임 영업 카페와 대형마트 매출 급신장세

24시간 영업 식당이 증가하는 가운데 커피전문점 역시 24시간 운영하는 매장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업계 최초로 24시간 매장을 운영하는 탐앤탐스는 지난 2005년부터 신촌, 홍대, 압구정 등 젊은이들이 모이는 매장을 중심으로 전국 280여 개 매장 중 57개 매장을 24시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여름 열대야로 인해 7, 8월 매출이 급상승했던 탐앤탐스는 야간 시간대인 밤 12시에서 7시 사이 매출이 15% 가까이 늘어났으며, 특히 심야 시간인 새벽 2시에서 7시 사이 매출이 17% 이상 뛰기도 했다.

이제훈 마케팅 팀장은 “야식으로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갓 구운 프레즐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주말 야간 시간대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며 “탐앤탐스의 주요한 정책인 24시간 매장을 향후에도 꾸준히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무서운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카페베네 역시 홍대, 강남, 부천, 분당 등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19개 매장에서 24시간 운영을 하며 20% 가까운 매출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올빼미족과 얼리버드(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를 공략해 밤낮 구분 없이 고객 무한감동을 지향하는 업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계 1위인 롯데리아는 2006년부터 24시간 매장을 일부 운영 중이다. 전체 매장 중 15%에 해당하는 120여개 매장이 24시간으로 운영된다. 일반 매장이 평균 17% 성장률을 보이는데 비해 24시간 매장은 35% 성장률을 보이자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맥도날드 역시 업계 1위 롯데리아와의 경쟁에서 점포 수로 경쟁하기 보다는 연중무휴 영업과 배달 등 24시간 서비스로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맥도날드는 24시간 매장 운영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24시간 배달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24시간 배달 서비스는 2007년 7월 포천매장에서 처음으로 도입, 같은 해 10월 강남 지역에 도입했으며 이후 전체 235개의 매장 중 서울, 경기 등 주요 도시에 입점해 있는 147여개의 매장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24시간 운영을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서울 월드컵점, 영등포점, 부천 상동점, 서울 강서점, 동대문점, 잠실점, 강동점, 목동점, 면목점, 방학점 등을 비롯한 30여개 매장을 24시간 운영하고 있고, 이마트 역시 영등포점, 구로점, 왕십리점, 해운대점을 비롯한 9개 매장을 24시간 운영 중이다.

24시 마케팅은 식음료 등 외식업체 외에 화장품에도 적용되고 있다. 대부분 24시간 지속성을 강조한 제품이 주력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는 24시간 피부 속 수분 밸런스를 유지시켜주는 ‘워터뱅크 에센스’를 지난해 출시, 하루종일 마르지 않는 효능을 앞세워 24시간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미네랄워터의 수분 공급, 천연보습인자의 피부 속 수분 밸런스 유지, 함초 추출물의 독소 제거 및 수분 순환작용 등 3단계로 이루어진 워터 펌프 시스템이 24시간 마르지 않는 촉촉한 피부로 가꿔준다는 것이 업체 설명이다.

워터뱅크 에센스는 2010년 5월, 출시 20일 만에 백화점과 면세점에서만 총 3200개의 판매 실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피부에 얼마나 오래도록 수분을 유지시키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외국 코스메틱 브랜드 ‘키엘’ 역시 24시간동안 번들거림 없이 촉촉함을 지켜주는 울트라 훼이셜 오일 프리 수분 젤 크림을 출시하면서 24시간 효능을 앞세우고 있다. 그린란드 원정대가 혹독한 한파에서 탐험할 때 사용했다는 24시간 지속 수분크림은 피부 유수분 밸런스를 맞춰주는 키엘만의 24시간 노-샤인 테크놀로지로 번들거림과 건조함을 막아준다고 한다.

한국존슨앤존슨의 ‘아비노 인텐스 릴리프 풋 크림’도 천연 오트밀 성분이 건조하고 거칠어진 발을 부드럽고 촉촉하게 가꿔주면서 보습효과가 24시간 지속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피부의 수분 보충 주기가 보통 24시간이기 때문에 업체마다 24시간 보습력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24시간 효능 유지는 화장품 뿐 아니라 이온음료에도 적용된다. 코카콜라사가 출시한 아쿠아리우스는 24시간 수분 밸런스 이온음료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하루 수분 필요량은 2100ml로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쉼 없이 수분이 빠져나간다.

아쿠아리우스는 이러한 탈수현상을 방지해주며 24시간 수분 밸런스를 위해 도움을 준다고 한다. 아쿠아리우스 역시 여타 이온음료에 비해 24시간이라는 키워드로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제품에 대한 인지도나 매출이 크게 올라가고 있다.

올빼미족을 공략한 대형마트에 이어 카페, 약국, 외식업체, 유통업체, 은행권 뿐 아니라 화장품업체까지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이 24시간 오픈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도 24시간 ATM 등 25時마케팅 활발

은행들 역시 24시간 ATM기를 운영하며 고객들의 편의를 돌보고 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24시간 서비스는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9월 7일 최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공중전화부스를 리모델링해 365일 사용 가능한 은행 ATM기를 설치한 ‘IBK 길거리점포’ 1호점을 공개했다.

서울역 지점에 첫 선을 보인 ‘IBK 길거리점포’는 ATM기 외에도 심장충격기도 함께 설치돼, 긴급 상황에서 응급처치도 가능할 수 있게 했다. ‘IBK 길거리점포'는 기존 공중전화부스 3칸을 리모델링해, 왼쪽 2칸에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기업은행 ATM을, 오른쪽 1칸에 공중전화와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했으며, 전체적으로 블루 계열의 깔끔한 외관으로 탈바꿈했다.

기업은행은 이번 1호점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 중 수도권 30여개 지역에서 길거리 점포를 시범 운영한 뒤 전국 1000여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KB국민은행은 여의도와, 명동, 강남의 코엑스와 서초로, 삼성역, 강남대로 지점, 그리고 목동역, 강북 혜화동 지점 등 전국 182곳의 장소에 654대의 24시간 ATM기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삼성역, 서초, 여의도, 압구정, 서울대입구 지점 등 전국 1450대의 24시간 ATM기를 운영 중이다.

은행권뿐 아니라 24시간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곳이 갈수록 많아지는 가운데 스위스 캡슐커피 전문업체인 네스프레소도 최근 고객센터를 24시간 확대 운영키로 했다. 주말이나 공휴일, 평일 야간에는 상담이 제한됐으나 24시간 소통을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365일 쉼 없이 제품에 대한 주문이나 사후 서비스를 상담할 수 있다

약국과 어린이집도 대열에 합류

서울 논현역 먹자골목 일대, 밤 12시를 넘긴 심야시간에도 이곳은 불야성을 이룬다. 밤새 불을 밝히는 것은 음식점과 주점뿐 아니다. 이곳에는 약 10년 전부터 24시간 불을 밝혀온 약국들이 있다.

바로 강남 오렌지약국, 건강한 세상 행복한 약국, 온누리 제일 그랜드 약국 등이 그렇다. 밤 9시 정도만 되면 문을 닫는 다른 약국들에 비해 교보타워 사거리와 논현역 사이 강남 대로변에 위치한 이 약국들은 심야에도 영업을 하고 있다.

논현동에 24시간 약국이 등장한 이유는 심야 수요가 있기 때문. 이 일대는 새벽 5~6시까지 사람들로 붐빈다. 취객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소 종사자들이 그들이다. 주요 고객들 역시 이들이며 주로 판매되는 약들 역시 숙취해소 음료나 간장약, 위장약, 피임약 등이다.

약국의 야간 매출 역시 주간 매출보다 6:4의 비율로 높다고 한다. 논현역 일대 이외에도 동네마다 24시간 당번약국을 정해 운영하고 있는데 대한약사회 주관으로 운영되는 24시간 약국 서비스는 서울시의 당번약국 홈페이지 (www.pharm114. or.kr ), 120다산콜·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의 24시간 약국 서비스를 이용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24시간 운영 약국을 찾아볼 수 있다.

24시간 서비스는 바쁜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어린이집에도 적용되고 있다. 기업들의 영리를 목적으로 한 24시간 마케팅과는 구분되지만 24시간 키워드를 테마로 하는 서비스 면에서 그 맥을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는 시내 어린이집 5곳을 심야 시간에도 아이들을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지난 9월 1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365일 열린 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모 등 일시적으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거나 갑자기 일이 생겨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현재 관악구 성현 햇살어린이집, 마포구 열린 어린이집, 양천구 양천구청 직장어린이집, 광진구 아이들 세상 어린이집, 노원구 상계5동 어린이집 등 총 5곳이 운영된다. 이 중 노원구 상계5동 어린이집은 10월 초부터 운영된다.

어린이집 이용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6개월 이상 만 5세 이하의 영유아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하루 3~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한 달에 10회까지 이용할 수 있고 최장 6일 연속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부모가 오랜 기간 병원에 입원하는 등 사유가 분명하고 대체보육이 어려운 경우에는 이용 기간을 연장해 줄 예정이다. 이용 요금은 시간당 3000원, 24시간 연속 이용은 5만원이며 별도 이용료인 식비는 1식에 1000원이다. 서비스 신청은 서울시 보육 포털 서비스(iseoul. seoul.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신청은 이용일 2일 전부터 가능하다.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