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손해보험사가  중국 보험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지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공세와 정부의 규제 장벽에 막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중국 손해보험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현지 법인을 잇따라 설립했다. 하지만 이들 현지 법인들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데 그쳐,  향후 성장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보험사 현지법인들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 보험에 주력하고 있다. 전체 보험 판매중 패키지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어서고 있다. 패키지 보험이란 기업이 사업체를 운영할 때 필요한 화재, 재물, 상해, 적하 보험 등을 통합한 상품을 말한다.

◆ 삼성화재·KB손보·현대해상, 패키지 보험 판매로 벌어들인 영업수익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화재, KB손보, 현대해상 중국법인의 2012년부터 2016년 3분기 실적 추이는 전반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거나 정체되는 모습이다.

이중 현대해상보험은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재산종합보험, 책임보험, 건조보험, 상해보험 등을 주력으로 팔고 있다.

현대해상은 자동차 보험도 팔고 있지만 초기 영업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외국계 보험사에 대해 지난 2012년부터 자동차 책임보험을 팔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지법인은 2013년 9월부터 자동차 책임보험에 대한 인가를 획득해 북경과 청도지역에 영업소를 뒀지만 아직 뚜렷한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대해상 중국법인은 2016년 3분기기준 일반 수입보험료는 1억743만원 정도지만, 자동차보험은 1588만원 수익에 그쳤다. 자동차보험의 매출액은 전체 수입보험료의 8%에 불과한 수준이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아울러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현대해상은 영업수익이 줄고 있다. 특히 2014년에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당시 SK하이닉스 우시(無錫) 공장의 유지보수작업중 배관 연결 오류로 화재가 발생, 비용이 급증하는 바람에 당기순손실도 크게 늘었다. 현대해상 측은 “중국 법인이 아직 사업 초기 단계에 있어 이익을 내지 못했으나, 지난해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곧 제출될 2016년 감사보고서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의 중국법인 성장도 정체 상태다. 삼성화재 중국법인 ‘삼성재산보험유한공사’는 2012년부터 2016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3분기 5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환율 하락으로 110억7800만원의 해외사업환산손실이 발생해 55억7400만원의 총포괄손실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현재 중국에 베이징, 선전, 쑤저우 등 6개 지점을 두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포진해 있는 지역이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KB손해보험의 중국법인 ‘LIG재산보험유한공사’도 실적이 매년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이들 법인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 보험에 주력하고 있다. 2016년 3분기 패키지 보험 비중은 62.8%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동차보험은 판매하고 있지 않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편 동부화재는 중국에 ‘안청재산보험주식유한공사’를 2014년 10월에 설립했는데 지분 15%만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중국법인은 3대 주주로 직접적인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동부화재는 “일단은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서 중국의 업무 문화와 중국 보험업계에 대해 시장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동부화재가 중국에 직접 진출하기 위한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부화재는 “중국 시장 자체가 워낙 불확실하고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좀 더 학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지분을 늘리면서 직접 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 중국 손해보험 시장, 경쟁 심화로 국내 손보사 전망 ‘먹구름’

삼성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이 중국에서 두각을 내지 못하고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영업을 하는 이유는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가 벅차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하기 위해서는 성장률이 가장 높은 자동차 보험을 많이 팔아야 하는데 국내 손보사들은 역량이 부족한 상태다.

중국에서 자동차 보험을 판매하려면 제일 중요한 일이 영업소를 확장해 판매망을 넓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손보사는 인프라 구축과 인재영입, 상품 개발 등에 비용 부담이 워낙 커 중국에서 자동차 보험에 주력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보험 전문가들은 "중국 자동차보험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보험시장은 중국 손보사가 거의 다 장악했기 때문에 신규 진입자 입장에서는 경쟁이 안되는 상태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보험 약관이 자율화되지 않았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약관이 풀려서 저렴한 상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중국에 진출한 손보사들 대부분이 적자가 난 상황에서 상품 개발과 인프라 구축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보험사들이 현지에서 적자가 난 상황에서 투자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보험은 특성상 판매망이 확충돼 있다면 싸게 팔아도 이익이 더 많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국 대형사들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면서 교차판매도 가능하므로 판매망에 있어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보험사가 소비자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그에 파생되는 상품을 더 판매할 수 있는데 아직 국내 손보사는 판매망이 부족해 중국인을 상대로 영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중국에서 자동차보험이 전체 손해 보험 시장에서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 수익은 자동차 보험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도 운전자 형태와 연계되는 ‘유비아이(UBI) 자동차보험’을 출시하면서 저렴한 보험상품이 나오기 시작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설계사를 통해서 보험을 판매하면 수수료 등 비용이 많이 들어 인터넷 보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보험 판매로 현지 보험사들의 영업이익이 더 늘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 손보 업계가 비용 절감에 주력하면서도 유비아이 보험과 같은 신상품 개발을 확대해 나가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영향으로 현재 중국 자동차보험 업계에서 외국계 법인들은 거의 다 철수하거나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 손해보험시장은 부가서비스도 강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사고가 발생하면 배상 한도 내에서 돈을 계좌이체 해주는 식으로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러한 서비스는 사실상 대형 보험사만이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중국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상품에서 경쟁할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국내 손보사의 현지법인들은 지난 2012년 5월에야 겨우 기회를 얻은만큼 중국내 자동차보험실적이 부진한 것은 당연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해 보호를 해준 기간 만큼 자국 보험회사들이 성장하게 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 AXA, AIA, CIGNA 등 외국계 보험 회사는 중국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크게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보험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보험업계와 비교해봤을 때 국내 손보사들은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 손보업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보, 동부화재등 국내 손보사들이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