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수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여는 데 인색해졌다. 여기에 작년부터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영향으로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았던 한우 가격이 떨어지고, 구매로도 이어지지 않아 한우농가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 상황이다. 올해는 구제역까지 터지는 바람에 한우농가의 시름이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구제역 여파로 한우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 있지만, 구제역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전염될 수 없으며 전 세계적으로 사람에게 옮긴 사례는 지난 50년 동안 단 한 건도 없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76도 이상에서 7초 이상 가열하면 모두 사멸돼 안전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에 이근수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한우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한우자조금의 활동 방향과 목표, 향후 축산업 발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우자조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한우자조금은 한우농가들이 한우산업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활동하는 곳으로, 농가에서 도축 이후 등급판정을 받은 한우 1두당 2만원을 자발적으로 거출한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비용은 소비촉진활동, 소비자 정보제공, 유통개선, 수급안정 등 한우 산업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면에서 사용된다.

- 지난해 한우자조금이 거둔 성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난해 FTA, 김영란법, 경기불황 등으로 한우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 어떤 외국산 품종과 비교해도 품질면에서 한우가 일등이라고 자신하는 만큼, 한우 수출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해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우 약 137t(414만 달러 규모)을 수출했다. 이 중 홍콩 수출은 46t(약 372만5283달러)가량이었고, 베트남에는 90t(39만5000달러), 마카오에는 120㎏(9021달러)을 수출했다. 이는 홍콩 수출 1년여 만의 쾌거로, 세계에 한국 고유음식인 한우의 맛과 품질을 알려 K-푸드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대내적으로는 소비자들이 한우 가격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소비촉진행사를 적극 개최했다. 한우가 민족산업인 만큼 명절인 설과 추석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직거래장터를 포함해 각 지역 도, 시 단위로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또한 한우 먹는 날(11월 1일)을 기념해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한 할인판매 행사에 각각 15만명, 8만5000명이 다녀가는 등 소비자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만 한우농가가 거출한 자조금으로 소비자를 위한 할인판매 행사 총 7회에 걸쳐 65억원이 쓰였다. 이러한 행사들을 통해 작년에만 1200억원가량 매출을 기록하면서 소비촉진과 농가매출 증대에 기여를 했다.

▲ 이근수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

- 김영란법 시행으로 축산업계도 타격이 컸을 텐데

부정부패를 없애고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건 적극 지지하고 동참한다. 하지만 한우 농가를 포함한 일부 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한 농축산물 제외 조치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달 반 만에 소값이 130만원가량 떨어졌다. 도매시장 경락가격을 보면 지난해 추석 이후 1만9162원(㎏)에서 1만5474원으로 24%가 떨어졌고, 전년도 도매가격인 1만7228원에 비해서도 11.3%나 하락했다.

지난 명절 선물세트에서도 직격타를 입었다. 선물세트 매출 비중 1위였던 한우가 김영란법 시행 직전이었던 작년 추석부터 이번 설까지 그 비중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농가들은 생산비 이하로 한우값이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하며 농가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한우자조금의 활동 목표와 방향은

올해 역시 ‘소비자와 함께!’라는 타이틀을 걸고 생산자‧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작년에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은 ‘대한민국이 한우 먹는 날’을 설에 떡국을 먹듯 그날은 온 국민이 한우 먹는 날, 또 다른 명절로 인식하게 하여 한우 소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미래 소비자인 젊은 층을 위한 지원을 더욱 늘릴 것이다. 우선 2006년부터 지속해온 청소년 한우고기 지원이 있는데, 주로 학교 급식에 한우 불고기를 제공하는 형태다. 이러한 지원 활동은 미래 세대들이 한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번째는 축산자조금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축산 장학금’이다. 올해부터 축산 관련 고교 및 대학생 등 미래 인재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함으로써 산업 우수 인력 확보와 지속적 성장에 기여할 계획이다.

- 우리 축산업이 발전하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또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지

축산은 식량작물, 과수원예와 함께 우리 농업을 지탱하는 세 기둥 중 하나다. 2014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약 65㎏인 데 반해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 소비량은 45㎏가량으로 우유 72㎏을 더하면 총 소비량 117㎏에 달했다. 육류를 우리의 주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축산업이 전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지난해 국내 축산업 총생산액은 전체 농업생산액 중 41%에 달했다. 먹는 양이나 농업에서 축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아도 축산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지키고 육성시켜나가야 할 국가산업인 것이다. 미래산업으로서 국가적 지원과 ‘우리 것을 먹겠다’는 국민적 의지가 동시에 갖춰진다면 축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축산자조금은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는 축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을 펼쳐 축산에 대한 범국가적, 국민적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또 올해는 축산장학금 전달식, 축산포럼, 스타 셰프와 함께 하는 이벤트 등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우리 축산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알리는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