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계 및 국내 박스오피스에 ‘실화’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러한 영화들은 당시를 살아갔던 이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의 향수를, 그 이후 세대에게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들로 새로운 감동을 전한다. 현재 상영 중이거나 개봉을 곧 앞두고 있는 여러 편의 실화 소재 영화들을 통해 각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살며시 들여다보기로 한다. 

▲ 영화 <러빙>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러빙> 세상을 이긴 사랑의 힘  

제프 니콜슨 감독의 영화 ‘러빙(Loving)’은 제목 그대로 한 부부의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세상을 바꾼 기적을 일으킨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58년 미국이다. 당시 미국의 버지니아 주(州)에는 백인과 다른 인종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이 있었다. 이 때 버지니아 주에 거주하던 한 백인 남자와 이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 결혼해 가정을 이뤘다. 이들이 바로 리처드 러빙-밀드레드 러빙 부부다.

그러나 당시의 법은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았고 급기야는 부부를 주에서 추방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러빙 부부가 부당한 법에 맞서가며 끝까지 자신들의 사랑을 지켜나가는 스토리를 담아냈다. 주연 배우 ‘루스 네가(밀드레드 역)’는 조엘 에저튼(리처드 역)은 각각 아카데미상 여주주연상과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 명단에 올랐다. 이미 작고한 러빙 부부가 살아 돌아온 듯한 배우들의 연기와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 영화 <사일런스>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사일런스> 신앙의 ‘옳고 그름’에 대한 진지한 물음 

<사일런스>는 17세기 선교를 위해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심했던 일본으로 떠난 2명의 선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이 실화는 일본의 작가 엔도 슈샤쿠의 작품 <침묵>으로 먼저 세상에 알려졌고 영화는 소설의 내용을 토대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사일런스>는 온갖 핍박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은 신자들을 지키기 위한 선교사들과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려는 일본 수령들의 대립을 긴장감있게 보여준다.

이러한 대립 과정에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믿음’과 ‘신앙’인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천주교나 기독교 신자라면 그렇게 달갑게 다가오지는 않을 이 영화를 직접 관람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화의 흥행을 위해 기도한다’고 할 정도로 작품을 극찬했다. 

<쉰들러 러스트>의 리암 니슨이 일본으로 먼저 션교를 떠난 스승 페레이라 신부 역할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앤드류 가필드가 스승을 따라 일본으로 선교를 떠나는 로드리게스 신부 역할을 맡았다.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출처= 쇼박스

<택시 운전사> 5·18 광주의 참혹함 세상에 알린 외신기자 이야기 

<꽃잎>, <화려한 휴가>에 이어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또 한편의 영화가 나온다. 영화 <택시 운전사>는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한국을 취재 중이던 독일인 기자 유르겐 힌즈페터가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힌즈페터의 이야기는 KBS 다큐멘터리 <80년 5월, 푸른눈의 목격자>로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 ARD의 일본 주재 특파원이었던 힌즈페터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일본의 라디오 방송에서 ‘광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를 취재하기 위해 한국으로 향한다.

계엄군의 통제로 광주에 대한 출입은 전면 금지됐지만, 그는 함께 온 취재 일행을 광주에서 잊어버렸다는 이유를 대며 광주에 입성했고, 군부세력의 잔인한 진압을 낱낱이 취재해 해외 언론에 알렸다. 영화는 기자 힌즈페터와 그를 광주로 데리고 간 택시 운전사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는 이 땅에서 반복돼서는 안 될 우리의 슬픈 역사를 되새긴다. 

'천만배우' 송강호가 택시운전사 민섭 역할을, 영화<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악의 조직 하이드라의 수장 '바론 본 스트러커'를 연기했던 토머스 크레취만이 독일인 기자 피터 역할을 맡았다.   

이러한 실화 소재 영화들은 결과 중심 스토리텔링이 아닌, 주인공들이 어려움에 맞서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강조하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전한다. 혹은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흔히 명작으로 평가받는 영화들 중에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공론화한 <쉰들러 리스트(1993)>, 대기업의 유해물질 무단방류 문제를 고발한 <에린 브로코비치(2000)>, 투자회사 가드너 리치 앤드 컴퍼니의 CEO 크리스 가드너의 성공기를 다룬 <행복을 찾아서(2006)>, 탑승객 155명이 전원 생존한 비행기 추락사고를 다룬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등이 있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결말 도출을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들에 비해 개연성과 몰입도가 높다는 점은 실화 소재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실제 사건을 기억하는 관객들은 극적 요소가 더해진 영화의 내용과 개개인의 추억이 더해져 더욱 배가된 감동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