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유아휴직을 쓸 수 있다고 해도 기간이 너무 짧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회사에 복귀한 뒤에는 매일이 전쟁이다. 회사에서는 업무로 바쁘고, 퇴근 후에는 육아와 밀린 가정일에 치인다. 짧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제대로 쉴 수 없었고, 회사로 돌아와서는 업무에 치이다 보니 너무 힘들지만 터놓고 이야기할 곳도 없다. 오르는 물가에 가사 도우미 비용까지 너무 부담된다.

이제는 달라졌다. 2년 동안 육아휴직이 가능해졌고, 모성보호담당자와 육아 관련 다양한 상담이 가능해 답답했던 부분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사 도우미 비용의 절반을 회사에서 지원해 주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정말 많이 줄어, 좀 더 즐겁고 보람차게 회사 생활이 가능해졌다.

현대백화점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회사와 가정일을 병행하는 ‘워킹맘’ 응원에 나섰다. 워킹맘을 위한 복지 혜택을 늘려 ‘일과 가정 양립 문화 확산’에 본격적으로 앞장서겠다는 게 회사의 취지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워킹맘의 가사 노동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복지제도인 ‘워킹맘 해피아워’를 유통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 제도는 회사가 만 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워킹맘을 대상으로 가사 도우미 고용 비용의 절반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가사 도우미는 1회에 4시간 동안 지원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재까지 ‘워킹맘 해피아워’ 이용 대상자는 약 200명인데, 2020년까지 매년 15%가량 늘면 약 300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직원들이 해당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워킹맘의 실질적인 고충을 듣기 위해 워킹맘 전원을 대상으로 ‘모성보호제도 활성화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워킹맘들은 ‘가정일에 대한 부담감(88%)’, ‘육아 휴직에 대한 편견(80%)’, ‘짧은 육아 휴직 기간(78%)’, ‘소통 창구 부제(70%)’ 등을 일과 가정의 양립을 방해하는 요소로 꼽았다.

현대백화점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워킹맘 해피아워’와 함께 여직원 희망 시에 육아휴직을 2년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2년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각 사업소별 워킹맘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모성보호담당자’도 임명하고 각 사업소별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정지선 회장, 조직문화 개선 강조

현대백화점의 가족친화 경영에는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최상의 성과를 이끌어 내려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평소 정 회장은 “성장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바로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말을 임직원들에게 수시로 강조해 왔다.

특히 회사일과 가정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에 대해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의 역할이 중요한 유통업의 특성상 워킹맘의 내부 만족도가 곧 고객의 만족도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현대백화점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2014년 유통업계 최초로 도입한 ‘PC오프제’는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쓸데없는 야근을 없애기 위한 파격적인 조치로, 업무 효율성 제고와 저녁이 있는 삶 구현이 핵심 취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PC오프제도 시행 이후 직원들 연장근무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 현대백화점은 안식월 휴가제 대상을 종전 부장에서 차장(파트장)까지로 확대했다. 안식월 휴가 대상자는 3, 4년에 한 번꼴로 한 달 동안 유급 연차휴가를 갈 수 있는데 대상자 중 80%가 다녀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가족과의 생활을 중시하는 임직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충분한 휴식을 통해 창의성과 활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향후에도 직원들의 근무만족도 향상이 업무 효율성도 높인다는 취지하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