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은 위기에 처해있다. LG G5의 실패와 LG V20의 부진으로 지난해 혹독한 계절을 보낸 가운데, 한 때 발화에 따른 리콜로 회수에 들어간 갤럭시노트7에도 밀리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매셔블은 갤럭시노트7 리콜이 93%에 달했을 시기 한창 판매되던 LG V20이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보도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분기 보고서인 마켓 모니터에 따르면 LG는 북미와 중남미 시장에서만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3위와 2위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5위 밖으로 밀려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2분기에 유럽 등 기타 지역에서 순위권 내에 자리했으나, 3분기에는 중국 업체, 특히 화웨이에 밀려 순위가 하락했고 글로벌 순위 톱5에는 아예 들어가지 못했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14조 7819억원, 영업손실 353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가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7년 이후 세번째다. 2010년 3분기 영업손실 1852억원, 당해 4분기 영업손실 245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 출처=앱텔리전트 보고서

LG G6, 올해 첫 타석에 오르다

올해 MWC 2017을 통해 공개되는 LG G6의 어깨가 무겁다. 위기에 처한 LG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LG G6의 성적에 따라 추후 조준호 선장의 MC사업본부'호'의 운명이 갈릴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인사를 통해 기존 3각편대에서 조성진 부회장 1인 체제가 확립된 것도 MC사업본부의 위기감을 크게 키우고 있다. 지금 LG전자 MC사업본부는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구조조정 막바지에 돌입한 상태다.

LG G6의 스펙도 슬슬 보이고 있다. 일단 MWC 2017에서 공개되는 가운데 LG G5의 모듈식 스마트폰 실험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LG V20 국내 출시 기자회견에서 조준호 사장은 "모듈식 방법론은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기 위한 실험중 하나일 뿐"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지난 1월13일 LG G6는 일부 모습을 드러냈다. 소개 동영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약 40초 분량의 동영상은 미국 뉴욕의 시민들이 원하는 스마트폰 기능을 이야기하는 인터뷰 형식으로 꾸려졌다. 방수 기능 및 그립감, 멀티 태스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LG G6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여겨졌다. 사용자 경험의 확장을 통해 편안하고 강력한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갤럭시노트7 발화를 의식한 듯 방열기능을 강조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LG전자는 지난 1월15일 LG G6을 두고 최고 수준의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며 자평하는 한편, 강력한 안전 설계와 테스트를 이중으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뛰어난 내구성으로 호평을 받은 LG V20에 이어 히트 파이프(Heat Pipe) 채택 등 대폭 향상된 방열성능과 국제 기준을 뛰어넘는 배터리 테스트 및 다양한 극한 조건을 동시에 적용한 ‘복합 환경 검사’로 안전성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참고로 LG V20은 미국 국방부 군사표준 규격인 ‘MIL-STD 810G’를 획득, 군인들이 훈련이나 전쟁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견고한 내구성으로 국내외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 출처=LG전자

히트 파이프는 열전도와 확산에 탁월한 구리소재다. 스마트폰 내부 열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주 발열 원인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온도를 약 6~10%까지 낮춰준다. 발열이 많은 부품간의 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열이 한 곳에 몰리지 않고 분산되도록 방열에 최적화된 구조로 설계했다.

배터리 열 노출 시험의 경우 국제 기준 규격보다 15% 이상 높은 온도로 테스트를 실시한다는 점도 부연했다. 더불어  LG전자는 실사용 환경보다 가혹한 조건에서 제품을 테스트하는 기존 ‘가속 수명 시험’을 더욱 강화한 ‘복합 환경 시험’을 차기 전략 스마트폰부터 신규 도입한다고 밝혔다. 새로 추가하는 ‘복합 환경 시험’은 이런 여러 가지 극한 조건들을 동시에 적용한 실험이다.

LG전자 MC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장 이석종 전무는 “안전한 스마트폰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차기 전략 스마트폰의 안전과 품질 기준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철저히 고객의 관점에서 신뢰받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트렌드도 따라간다. 올해 1분기부터 스마트폰 원격 AS에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빅데이터 분석 등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설명이다. 분석 정확도 제고 및 데이터 처리 속도 향상,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에 있어 강점이다.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며 해결책을 찾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후서비스가 더욱 정교하고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 출처=LG전자

LG전자는 스마트폰 고객의 AS센터 방문 이유 중 80% 이상이 단순 문의나 소프트웨어 문제라는 점에 착안했다는 후문이다. 한국형 AS 솔루션에 인공지능이 삽입될 이유가 더 확실해졌다. 물론 이러한 방법론에 '인공지능 기술력을 덧대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다소 후한 분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런 이유로 LG G6에 새로운 인공지능 비서 탑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CES 2017을 통해 인공지능과 로봇의 경쟁력을 적절하게 보여준 상태에서, 그 이상의 깜짝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다양한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방향성이 점쳐진다.

1월19일에는 LG G6 초청장 Save the date(그날을 비워 두세요)이 발송됐다. 움직이는 사진으로 제작해 역동적인 느낌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 초청장은 잔잔한 호수 위 밤하늘에 쏘아 올린 폭죽을 따라 화면이 점점 커지다가 18:9 비율에 이르면 폭죽이 화려하게 터진다. ‘See More, Play More(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즐기세요)’라는 소개 문구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시청각적 기술을 중요시하는 뉘앙스다.

▲ 출처=LG전자

디스플레이적 스펙이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5.7인치 QHD+(1440X2880) 디스플레이를 ‘풀비전(FULLVISION)’으로 명명한 상태다.

자연스럽게 사용자 경험 솔루션도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일단 풀비전의 경우 위 아래로 더욱 넓어진 화면은 보다 많은 정보를 보여줄 수 있으며,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전자책을 읽을 경우 한 눈에 더 많은 내용을 볼 수 있다. 당연히 전면부를 꽉 채우는 대화면으로 동영상 감상과 게임 실행 시 몰입감도 한층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카메라 사용자 경험도 크게 넓어졌다. 넓어진 화면을 통해 사진을 촬영하면서 동시에 찍은 사진들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촬영 화면 측면에 최근 촬영한 사진들이 필름처럼 표시되기 때문에 촬영 도중 사진 확인을 위해 갤러리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스퀘어 카메라 기능도 눈길을 끈다. 18:9 비율 화면을 반으로 나눠,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많이 쓰는 1:1 비율의 사진을 촬영하고 하단에서 바로 확인 및 편집, 업로드할 수 있는 기능이다. 최소 2장부터 최대 100장의 사진을 조합해 갤러리에서 바로 GIF 형식의 동영상을 만들 수도 있다.

정사각형 레이아웃을 곳곳에 적용, 균형감 있는 비례로 감각적 GUI를 완성해 사용자 경험의 세분화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대목도 있다. 전화 수신 화면, 주소록, 갤러리, 뮤직 플레이어, 캘린더 등은 1:1로 화면을 분할한다. 조준호 사장은 “LG G6는 꽉 찬 대화면의 풀 비전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새로운 기능과 편리한 사용성을 갖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차원이 다른 스마트폰 사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스펙도 속속 나오고 있다. 더버지는 1월23일(현지시간) '이것이 LG 스마트폰'이라는 기사를 통해 LG G6의 실물 이미지로 추정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베젤리스에 가까운 하드웨어 디자인과 위쪽 베젤이 다소 얇은 것이 특징이다. 디스플레이의 사각 모서리가 라운드로 처리된 부분을 비롯해 금속과 유리만으로 제작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방수 및 방진과 일체형 배터리를 차용하고 3.5mm 이어폰은 그대로 계승했다. 일각에서는 3600mAh 이상 대용량 배터리 탑재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수 및 방진의 경우 IP68 등급이 유력하다. LG전자가 2월15일 새로운 티저 이미지를 공개하며 'Resist more, under pressure'(압력을 받아도 저항이 강해진다)는 문구를 특히 강조한 대목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멀티미디어 강점도 공개됐다. 2월13일 LG전자는 LG G6에 ESS가 제공하는 쿼드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LG G5에 DAC를, LG V20에 쿼드 DAC를 탑재한 바 있다. 신형 쿼드 DAC은 좌우 음향을 각각 세밀하게 제어해 사운드의 균형감을 높이고 잡음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 음향 신호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음향 신호로 변환해 주는 장치며 4개의 DAC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해 DAC을 1개 사용했을 때 보다 크기는 1/4로 줄인다는 설명이다. 잡음은 최대 50%까지 낮춘다. 듀얼카메라 기능이 유력하고 LG페이는 일단 난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G6의 출고가는 89만원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LG G4 82만5000원 이후 출고가가 서서히 올라가는 분위기다.

▲ LG G6 후면 이미지(예상). 출처=더버지 트위터

홈런이냐? 안타냐?

LG전자는 LG G5와 LG V20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LG G6를 MWC 2017에서 선보이는 초강수를 택했다. 세계인의 시선이 쏠리는 무대에서 빠르게 출시일정을 잡아 기선제압에 나서는 전략이다. 지난해 LG G5를 통해 오랜만에 스페인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한 전술의 반복이다.

홈런을 칠 수 있을까? 북미시장에서는 LG전자 스마트폰의 니즈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일정정도 운신의 폭이 있어 보인다. 선진시장 중심으로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면 착실한 시장공략이 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SCM(공급망 관리)을 타이트하게 조절해 부품 및 유통에 있어 만반의 준비를 마치는 한편, 글로벌 출시 간격을 좁힌다면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상반기 갤럭시S8이 다소 늦게 등장하는 상황에서 큰 문제없이 시장에 녹아들 경우 확실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도 '중박은 노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골든브릿지 투자증권의 김장열, 박건영 애널리스트는 2월15일 보고서를 통해 LG G6를 두고 "시장 요구의 충실한 반영으로 MC부문 회복을 노리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보면서도 "경쟁사 대비 타이밍 마케팅까지 고려하면 소위 대박은 아니어도 중박은 기대 할 수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경쟁력은 인정하지만 갤럭시S8 출시가 서서히 속도를 내고 중국 제조사들의 공세를 염두에 둔 분석이다. 직접적인 경쟁은 아니지만 10주년을 맞은 아이폰의 공습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