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도산법원 도입에 대한 심포지엄에서 도산법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홍성준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그는 판사 시절 파산부 소속 판사로 경험했고, 현재 대형로펌의 도산전문 변호사로서 새로 출범하는 도산법원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불러야 하나. 도산법원인가, 회생법원인가.

정식명칭은 회생법원이지만, 도산법원이라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회생법원이라고 하면 기업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만을 부각한 것처럼 보인다. 특히 2000년대 이후부터는 개인파산, 개인회생사건이 급증했다. 따라서 기업회생(법정관리), 기업파산(청산절차), 개인회생, 개인파산을 아우르는 ‘도산전문법원’이 더 적합한 표현인 것 같다. 일본은 동경법원 안에 지금 우리나라와 같이 파산부가 있는 형태이고, 미국의 연방법원 경우는 형식적으로는 일반 법원 안에 부서의 형식으로 있지만 사실상 도산업무만을 처리하기 때문에 도산전문법원이라고 부른다.

 

- 회생법원은 한계기업을 어떻게 다루게 되나

법원은 기업이 처해 있는 기본적인 환경과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기업 가치로부터 나오는 배분에 참가할 수 있는 지위(채권자의 지위)를 확정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회생법원은 이런 기업 가치를 토대로 지속적인 경영을 해나가면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고 청산을 해야 하는지 기준을 마련해 주는 곳이다.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 기존 조직과 회생법원의 조직은 무슨 차이가 있나

외부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사실 간판 차이밖에 없다. 청사 위치도 그대로이고, 파산부 판사들은 그냥 회생법원의 판사가 된다. 법원 내부적으로 독립된 법원 단위가 되면 물적 시설과 인적 구성을 자율적이고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산 편성 면에서도 종래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의사결정을 통해 받았지만 앞으로는 독립된 법원으로서 받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법관의 임기 부분이다. 현행 파산부는 순환보직으로 3년마다 보직이 변경된다. 일반 민‧형사 부서가 2년임을 감안하면 도산절차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1년이 더 길다. 회생법원이 출범하면 판사의 보직기간이 늘어난다. 참고로 미국연방파산법원의 판사들 임기는 14년인데, 대개 임기를 연장하므로 20년을 넘긴다.

 

-회생법원에 있어서 법관의 임기는 왜 중요한 것일까

법률을 해석하는 건 교과서를 보고 할 수 있지만, 도산절차에서 생물처럼 움직이는 기업에 대해 같은 타이밍에 결정을 해야 하는 일은 책을 보고 알 수 없다. 체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일반 민‧형사 사건은 모두 사후적 판단이지만 회생절차는 모두 현재 진행형이다. 매 순간마다 기업의 존망에 관한 결정을 해야 한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이런 전문성은 장기적으로 업무를 담당해야 가능한 일이다. 회생법원의 임기는 5년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물론 10년이면 더 좋다고 본다. 핵심은 임기 보장이다.

 

- 지역마다 처리 기준이 다르다. 회생법원으로 이러한 편차가 해소되나?

회생법원 내 부서와 지역 법원마다 다른 업무 편차가 앞으로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에도 회생법원을 만들어야 되는 것이 맞겠으나 지방에는 사건의 수요가 없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일반 금융소비자들에게 닥칠 수 있는 개인회생, 파산은 수도권과 지방 간 편차가 심하다.

판사 시절 개인파산에 관해 조사했을 때 서울의 경우 파산 면책률이 98%인데, 부산은 면책이 없었다(면책은 파산절차상 마지막에 채무를 면제해 주는 법원의 결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파산신청은 면책결정을 받기 위해 신청한다). 판사가 파산사건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 판사들이 일반 민사법원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얼마를 주어야 한다’는 판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권리가 있다, 없다를 판단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개인파산과 같이 권리(채권)를 없앤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채무자가 주소를 서울로 옮겨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업무가 과중한 이유 중에 하나였다.

 

-도산전문 변호사로서 회생법원에 바라는 것은

회생법원이 전문성을 높이고 노하우 축적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갈등하는 이해관계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채무자 및 채권자 간의 자율적 협의의 기회를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 능력 있는 전문가 집단, 특히 채무자 기업 측 전문가의 절차 관여를 확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부적절한 전문가가 개입해서 절차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고 재건하려는 기업의 피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파산 신청 시 준비할 서류가 너무 많다고 불만인데, 회생법원시대엔 바뀔까.

좀 지켜봐야 한다. 개인파산은 파산관재인이 조사 사항을 이행하기 매우 힘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말하는 것은 쉬운데,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말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판사로 있을 때와 지금은 개인회생, 파산사건의 방향성이 많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아주 극심한 사행성 행위만을 제외하고는 면책을 해주었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 매우 많은 조사 과정을 거쳐야만 면책을 받을 수 있다. 이 문제는 회생법원의 출범보다는 개인회생, 파산사건의 절차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이를테면 법원이 신청인 채무자를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 아니라 채권자 스스로 조사하고 이의를 하지 않으면 면책을 허가하는 쪽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