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KCON LA CONCERT FINALE 출처= CJ E&M

글로벌 기업들의 피 튀기는 콘텐츠 패권 다툼 속에 우리나라도 시장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중이다. 국내 콘텐츠 산업의 경제 규모는 26조4000억원(2016년 3분기 기준), 콘텐츠 해외수출액은 1조9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글로벌 업계의 거래 단위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지속적 성장세를 이어가며 미래 먹거리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국가를 대표할 만한 ‘선수’의 절대적 부족이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기업들처럼 미디어 콘텐츠 전문 기업이라고 불릴 수 있는 곳은 얼마나 있을까. 아니면 전문 기업은 아니어도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전사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기업은 어떤 곳들이 있을까. 후보군으로 떠오르는 곳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콘텐츠의 분야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CJ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CJ그룹은 약 1995년 미국 드림웍스에 3500억원을 투자한 이후 약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줄곧 문화사업에 투자해왔다. 식품 제조에 근본을 둔 기업이 문화 영역에 투자하는 많은 제약이 따랐고 시행착오들이 있었다. 거기에 갑작스레 터진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문화사업에 투자했던 많은 대기업들이 문화 사업에서 철수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에 CJ그룹 내부에서도 문화사업에 대한 투자를 접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경영진은 투자 지속을 결정했고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영화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 등 연이은 흥행은 CJ가 문화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이후 CJ는 콘텐츠 관련 계열사들을 별도 설립,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요 계열사로는 영화‧방송‧모바일‧음악‧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영역의 사업을 각 분야별로 진행하는 ‘CJ E&M’(이하 E&M), 멀티플렉스 브랜드 운영 및 첨단 영화 상영기술 해외 수출을 담당하는 ‘CJ CGV’(이하 CGV)가 있다.

각 계열사들은 모그룹 CJ의 전사적 지원 아래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E&M은 중국·베트남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며 현지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으로 방송,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일련의 행보들은 한류 콘텐츠박람회 KCON과 더불어 뮤직페스티벌 MAMA 등 글로벌 규모의 인지도를 보유한 행사로 결실을 맺기도 했다.

한편, CGV는 지난해 터키 MARS ENTERTAINMENT 그룹을 인수하면서 세계 5위 극장사업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 1월에는 CGV 미국 2호점인 부에나파크점을 오픈하는 등으로 글로벌 멀티플렉스 업계에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콘텐츠의 가능성에 집중한 CJ의 노력은 확실히 여러 가지 결실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 콘텐츠 브랜드를 같이 알릴 수 있는 국내 경쟁사들이 드물다는 점은 산업의 두텁지 않은 인프라를 반증하고 있으며 좀처럼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영역들을 통합하며 대자본으로 점점 거대화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하기에 국내 기업 하나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송요셉 연구원은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는 반면, 현실적으로 국내에서는 CJ 외 기업들의 성장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면이 있다”며 “산업 자체가 장기적 관점의 투자와 더불어 많은 노하우들이 필수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적인 방향을 원한다면 기업 수준의 접근이 아닌 정부 정책사업을 통한 정보 공유, 세제 혜택의 확대로 더 많은 콘텐츠 업체들의 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송 연구원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견디고 맷집을 키워 경쟁력을 갖는 콘텐츠 기업들이 늘어나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