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역사는 어떻게 흘렀을까요?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근원적 자취를 더듬으면 공화정 시절 원로회 논의 결과를 광장에 걸었던 로마와, 동서고금에 존재했던 왕의 교지도 팩트의 전달적 측면에서 언론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시절의 언론은 말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죠.

우리가 그나마 인정할 수 있는 최초의 언론은 산업혁명 이후 발생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의외지만 당시에는 언론이 문학적 성격과 연결되어 심도있는 사유의 수평선을 여는 수단으로 활용되었어요.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하나이자 제2의 다빈치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대표적입니다. 1706년 보스턴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시절 형의 인쇄소에서 일을 배웠고 24세가 되던 1730년 자신의 인쇄소까지 경영하는 어엿한 언론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요. 그는 1736년 펜실베니아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해 굵직한 족적을 남긴 시대의 정신으로 여겨지면서, 분석하고 고민하는 언론의 최초 전형을 만들어낸 인물로 꼽힙니다. 영국과의 전쟁 당시 미국의 독립 선언문에 참여한 것은 우연이 아니지요.

하지만 1890년대 등장한 페니신문은 대량생산체제의 확장으로 정보의 빠른 전달에 특화된 언론환경을 만들어냅니다.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사회가 처리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이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도 많아지자 소위 속보성 기사를 중심으로 삼는 신문들이 가판대에 걸리기 시작한 때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모바일 환경을 겪으며 유통 플랫폼을 상실한 언론이 프랭클린의 역사를 다시 뒤적이고, 특색있는 콘텐츠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대를 보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언론과 기자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콘텐츠의 펀딩의 만남
현재에 이르러 언론사의 주 목적이 콘텐츠를 만드는 일차적 임계점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면,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여기에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입니다. 그러니까 좋게 말해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하려면 어떤 방식이 필요할까요?

공유경제라는 간지러운 말을 빼고, 그냥 온디맨드의 방식에 집중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독자의 니즈를 광범위하게 캐치하고, 이를 통해 확인된 니즈를 실제적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해 치밀한 콘텐츠를 도출하는 방법론. 우리는 이미 스토리 펀딩의 실험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이죠.

중국 마케팅&리서치 전문 그룹 원아시아가 국내를 대표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중국 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 - 이커머스 편' 펀딩에 나선 대목이 흥미로운 이유입니다. 원아시아의 보고서는 그간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중국 시장과 기업의 전략, 현재 상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기자 출신으로 구성된 원아시아 크리에이터들, 중국 유명 매체 출신의 중국인 전문기자, 현지 해당분야 CEO들로 구성된 전문가 조직이 함께 중국 현장을 생생히 취재하며 한국의 정서에 맞게 번역하고 정리해 전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중국을 통째로 수술대에 올려 최고의 전문가들이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아니,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해부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중국 대표격 1인 미디어 기자인 저우잉 란커지 대표와 중국 온라인 최대 연구소인 아이리서치와 이관국제의 전문위원 출신 위빈, 전자상거래&투자 분야 전문 기자 펑화쿠이, 중국 인터넷 과학기술 방면 톱10에 속한 기자 양스지에 및 봉황망, 인민망, 환구망, 텅쉰망, 소후닷컴, 시나닷컴 등의 에디터 150명이 집필 및 자문에 참여한다는 후문입니다.

보고서의 내용을 크게 분류하면 첫번째 챕터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상세한 정보, 두번째 챕터는 한국 등 외국 업체에 필요한 중국 이커머스의 실질적인 정보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알리바바나 징동과 같은 대표격인 이커머스 서비스에 대한 소개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국 업체가 중국 이커머스를 통해 제품을 판매할 때 필요한 프로세스, 주의해야할 점 등의 사안도 다룬다고 하네요.

원아시아 측은 이번 프로젝트가 목표의 300% 달성 시 중국 이커머스 분야에서 가장 전문성이 있는 기자를 초빙해 네트워크 행사를 진행하며, 특별 리워드에 참여할 경우 이커머스, 하드웨어, 네트워크, 경제 등 각 분야의 전문기자들에게 직접 문의하며 이에 대한 답변을 맞춤형으로 제작한 보고서도 제공할 계획입니다.펀딩 런칭은 2월20일입니다. 당연하지만 와디즈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 출처=원아시아

"요리조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네"
원아시아의 실험은 스토리 펀딩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런데 차별성도 선명해요. 먼저 중국이라는 아이템을 정한 부분입니다. 원아시아가 중국을 많이 다루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사실 한국만큼 중국을 잘 모르는 곳도 많죠.

지금도 기업인들은 사드배치에 따른 한한령의 공포에 묻어가며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사드 때문이야'라는 마법의 레토릭을 던지고 '중국? 공산당 빨갱이들이 무슨 혁신이야'라는 오만한 패기를 마음껏 자랑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면 중국을 잘 몰라서 그런겁니다. 저도 모르지만, 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깜짝깜짝 놀라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원아시아의 아이템은 중국의 혁신 중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는 이커머스에 영악하게 영점조정을 한 느낌입니다.

기존의 스토리 펀딩이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들이 다루기 어려운, 혹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템을 특정인이 맡아 천천히 훑어가는 개념이 강했다면 원아시아의 실험은 특화된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체계적인 보고서를 출격시키려는 의도도 보여줍니다.

나아가 온디맨드적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한국은 중국의 혁신 중 특히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당장 수출의 관점에서 본다면 가장 민감한 영역이자 왕훙 및 모바일 생태계 전반에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거든요. 그런 이유로 원아시아의 실험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무형의 압박(?)을 받아 희한한 온디맨드 방식으로도 여겨집니다. 왜? 우리가 원하거든! 원해야 하거든요!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방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돈을 버는...아니,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의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언론사들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요. 내적 기자집단을 넘어 전문가들을 빠르게 취합해 단발성 프로젝트 방법론을 구사하면 어떨까. 프로젝트가 목표의 300% 달성 시 중국 이커머스 분야에서 가장 전문성이 있는 기자를 초빙해 네트워크 행사를 진행하는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보입...아니,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보입니다.

원아시아의 실험은 한 마디로 "요리조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네"입니다. 집단지성으로 꾸려지는 인사이트 보고서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가치있는 실험이 시작되는 것은 분명하네요. 벤자민 프랭클린의 흔적이라도 훑어보려 오늘도 열심히 언론사 페이스북 좋아요에 천착하는 분들의 멱살 한 번 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