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대학 앞 먹자골목에서 본 입간판에 이곳은 ‘젊음의 거리’라는 글귀가 있었다. 흥미롭게도 그 젊음의 거리 뒤에는 수많은 술집과 카페 그리고 화장품과 옷 가게들이 있었다. 자신을 위한 향락과 소비만을 할 수 있는 가두리 양식장 같은 그곳을 누군가는 젊음의 거리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유흥 골목이 젊음의 거리로 불리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여러분에게 젊음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필자에게 젊음은 ‘치기 어린 행동을 했던 때’였던 것 같다. 그땐 그냥 그랬다. 생각나는 대로 행동했으니까. 사실 몰라서 용감했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젊다는 언어에는 순진, 무모, 용감, 배짱, 순수 뭐 이런 의미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 맥락에서 젊음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다. 그래서 젊음의 거리에는 배설이나 소비가 아닌 삶에 대한 사유의 공간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곳에는 그런 곳이 없다. 아마도 예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이제 그 골목에 남아 있는 것은 술집뿐이다.

사실 기성세대인 우리도 젊은 청춘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오랜만에 친구라도 만나면 하는 일이란 그저 술집에 앉아서 소주 한 잔에 이런 저런 이야기하는 게 전부니 말이다. 뭐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몸도 상하고 실수도 하고 아침에 속도 쓰리다. 돈 버리고 몸 버리고 뭐하는 짓인가 싶다. 그런데 우리들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는 친구 만나서 술 마시는 거 이외에 무엇을 할 줄 아는가? 아마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필자는 그것이 제대로 놀 줄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친구들과 함께 노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아니 노는 법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 대신에 경쟁을 배웠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도태되면 살아남은 자들의 밑밥이 되어주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것이 우리 삶이었다. 사회에 나와서도 이런 시스템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마음 편하게 놀 시간이 없다. 노는 것의 반대말이 공부라는 세상에서, 노는 것은 죄악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공부라는 울타리 안에서 노는 것과는 담을 쌓고 지냈고 그렇게 해서 들어온 대학에서 처음 맛보는 해방감과 놀이가 바로 술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술 먹는 것 말고는 놀 줄 아는 게 없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앞 먹자골목에 젊음의 거리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이유다. 살다 보면 공부하기도 어렵고 취직도 안 되고 이러다 인생이 끝나는 것 아닌가라는 회의가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위 젊음의 거리라는 곳에서 술 먹고 비틀거려 보았자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밤새 술 먹고 친구들과 놀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침에 숙취로 괴롭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 찜찜함은 제대로 논 것의 결과치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젊은이들에게 술 마시는 법이 아니라 제대로 노는 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쌓인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 수 있다. 그럼 제대로 노는 법이란 무엇일까?

호모루덴스(Homo Ludens)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가 노는 이유는 ‘내 자신이 즐겁기 위해서다’라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친구들과 술 마시고 이야기하는 것도 나를 즐겁게 해주는 노는 것의 한 종류이지만, 혼자 여행하는 것, 고독한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 책 읽는 것 등 순수하게 나만의 시간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 역시 노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간을 통해서 내가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요즘 정기배송이 뜬다고 한다. 정기배송이란 ‘서프라이즈 박스’ 같은 것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배송을 신청한 본인에게 오는 택배 박스를 말한다. 어떤 이는 그 박스 안에 제철에 아름답게 피는 꽃을 넣어달라고 하고 어떤 이는 계절에 맞는 옷을, 또 어떤 이는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난감이나 간단한 조립식 만들기 세트 등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퇴근 후에 댄스 동호회에 가거나 문화센터에서 배우는 캘리그라피로 삶의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처럼 만들기나 배움과 같은 내가 즐거워지기 위한 방법과 수단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코즈(Cause) 마케팅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나를 위한 즐거움은 결국 내 삶의 만족감으로 다가오고, 그것이 남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오늘부터 술집에 가는 대신 간단한 만들거리나 만화책을 사가지고 집이나 가까운 카페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다. 오늘부터 필자와 같이 ‘제대로 놀음’이라는 놀이에 한번 빠져보는 것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