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독보적이다. LCD는 물론 OLED 시장도 마찬가지다. 대형 디스플레이의 경우 삼성전자의 QLED TV와 경쟁하는 LG전자가 OLED TV를 중심으로 시장을 거의 장악한 상태며, 중소형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원톱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디스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폼팩터 경쟁이 치열해지며 OLED로 전장이 빠르게 좁혀지는 분위기다. 특히 픽셀을 내세운 구글의 간택을 받은 LG디스플레이와, 아이폰8에 일부 OLED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진 애플의 등장으로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물론 '플렛서블 중소형 OLED 시장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최초의 불꽃은 이미 튀고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 출처=삼성디스플레이

애플, OLED에 집중하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모델명부터 신중하다. 아이폰8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일각에서는 아이폰X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무선충전기술에 홍채인식기술이 들어간다는 주장도 나오며 인공지능 기술력도 시리의 존재감을 고도화시키는 전략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강 및 가상현실 기술력이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OLED 디스플레이 적용이다. 현 상황에서 아이폰8을 둘러싼 가장 설득력 있는 루머는, 총 3개의 라인업으로 꾸려질 가능성이다. 5.8인치, 4.7인치, 5.5인치 라인업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5.5인치 패블릿 스마트폰에 OLED가 탑재될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 애플이 드디어, OLED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아이폰은 최근 '혁신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는 찬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연간 2억대의 스마트폰을 팔아치우며 모바일 혁명의 끝을 달리는 것이 바로 애플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아이폰 1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이정표가 세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아이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 출처=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판 바뀌나
애플의 OLED 디스플레이 진출은 시장에서 의미심장한 키워드를 여럿 남긴다. 먼저 OLED 대세론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중소형 OLED 시장은 2014년 80억달러, 2016년 143억달러, 2019년 248억달러를 넘어 2020년 274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중소형 LCD는 2014년 333억달러의 시장 규모를 보여줬으나 2016년 143억달러로 추락했으며 2019년 226억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OLED 시장에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20년 212억달러까지 떨어진 전망이다.

그런 이유로 애플의 아이폰8 OLED 탑재는, 말 그대로 고집스럽게 LCD만 추구하던 애플도 이제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대세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은 어떻게 될까.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디스플레이가 무려 96.2%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형 OLED의 강자인 LG디스플레이가 1.9%로 2위, 에버디스플레이가 1.0%, 소니가 0.3%, AUO가 0.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뒤를 따르고 있으나 사실상 의미가 없는 수치다.

출하량 기준으로 봐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실력은 발군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015년 2억5000만개에 달하는 패널 출하를 기록했으나 2016년 3억8000만개의 패널을 출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1억7000만개와 비교하면 2년 사이 2배나 수직상승했다.

아이폰8를 준비하는 애플 입장에서 중소형 OLED의 가능성을 담으려면 '어쩔 수 없이'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에 5조원 규모의 OLED 패널 출하를 주문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3년간 연간 1억대의 패널을 공급받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목에서 애플은 다소 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먼버 부품 공급의 다변화 전략의 수정. 전통적으로 애플은 아이폰 부품을 수급하며 특정 기업에 쏠리는 현상을 발작적으로 경계해왔다. 가능하면 부품 업체를 다양하게 구성해 수급의 안정성을 지키며 업계 자체를 조절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OLED로 선회한 이상 현실적으로 이만한 물량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일찌감치 OLED 가능성에 집중했던 삼성과의 어색한 동거다.

아이폰8의 3개 라인업 중 1개에만 OLED가 들어가는 지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숫자도 1억개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애플 입장에서는 3개 라인업 모두 OLED로 바꾸면 가격 및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연간 2억대를 팔아치우는 아이폰 시리즈 전 라인업에 OLED를 제공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아이폰8 라인업 중 1개에만 OLED가 탭재되는 지점은, 애플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적 방안이기도 하다.

▲ 출처=페이턴틀리

OLED에서 플렉서블로
중소형 OLED는 스마트폰 시장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는 하드웨어 폼팩터 기술 경쟁의 최전선이다. 하지만 끝이 아닌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 OLED 자체의 색 재현력 및 기본적인 디스플레이 기능을 차치한다고 해도, 플렉서블의 가능성까지 빠르게 진격할 수 있는 최초의 불꽃이기도 하다.

이미 플렉서블 OLED 경쟁은 물밑에서 시작됐다. 아직 전격적인 상용화는 어렵지만 조만간 플렉서블 OLED를 담아낸 스마트폰이 속속 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레노버가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태블릿이 단적인 사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월드 2016'에서 레노버는 폴더블 스마트폰 '씨플러스(CPlus)'와 태블릿 '폴리오(Folio)'를 시연하며 업계의 기대를 모은 바 있다. 당시 맥카시는 팔찌처럼  구부려 손목에 착용할 수 있으며 폴리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모두 지원하는 '마법'을 보여줬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물론 일종의 웨어러블 영역까지 치닫게 만드는 하드웨어 폼팩터의 변신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신이 탄력을 받을 경우 노트북과 태블릿의 경계까지 아우르는 '울트라 단말'의 등장을 전망하기도 한다. 중국의 오포도 폴더블 태블릿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한 칼이 있다.

한 때 갤럭시S8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추가적인 중저가 라인업에 플렉서블 OLED 가능성이 제기된다. 애플도 폴더블 스마트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폴더블 아이폰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플렉서블 OLED와 스마트폰 패널 시장의 전망도 흥미롭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중소형 플렉서블 OLED 시장은 2018년 기준 출하량은 1억 2000만개, 매출은 88억 2,000만달러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지난해 대비 각각 3.1배, 2.8배 성장한 규모다. 나아가 2020년에는 출하량 3억 7000만개, 매출 202억5000만달러의 초대형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플렉서블 OLED가 기존 디스플레이와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상승세를 보여주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2016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 기준 LCD는 60%, 플렉서블 OLED는 10%에 불과하지만 2020년이 되면 LCD는 30%, 플렉서블 OLED는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선전에 고무되어 방심하면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과 일본의 추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단숨에 정부 차원의 로드맵을 꾸리는 분위기다. 일본도 민관 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JC)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러한 전략이 원천기술을 공략하는 구체적 방법론으로 귀결될 경우 대형 LCD 시장에서 벌어졌던 중국발 시장교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