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현대카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식사를 마친 소비자가 계산대에 신용카드를 건넨다. 점원은 카드를 받아 단말기에 끼워 넣고 금액을 입력한다. 결제 버튼을 눌렀다. 영수증이 출력된다. 직원은 꽂혀있던 카드를 뽑아 영수증과 함께 되돌려준다.

'카드를 긁는다'는 말이 무색해졌다. IC칩이 마그네틱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카드 외형도 발맞춰 변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움직인 곳은 현대카드였다. 플레이트 디자인을 가로형에서 세로형으로 개편한 것. 발상의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국내외 동분서주했다는 게 현대카드 측 설명이다.

현대카드, 디자인 교체작업 한창

현대카드는 플레이트 디자인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현대카드 제로' '현대카드 M 계열' '현대카드 X 계열'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라인까지 바꿔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해당 카드사는 기존 가로형 디자인을 세로형 카드 디자인으로 교체하겠다고 선언했다. 카드 앞면에 쓰여 있던 카드번호나 글로벌결제사(네트워크사) 브랜드 로고 등은 뒷면에 배치했다.

장기간 사용해온 플레이트 포맷을 수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네트워크사를 설득하는데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현대카드는 3개월을 투자해 설득에 성공, 승인을 얻어냈다.

현대카드가 독특한 디자인으로 이목을 모은 건 처음이 아니다.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 2003년 취임과 동시에 '현대카드M'에 디자인 개발비 1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카드 디자인 개발 비용이 20만원 내외로 책정됐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결단이었다. 신소재를 사용한 프리미엄 카드도 빼놓을 수 없다. 새로운 플레이트 소재인 코팔을 도입했다. 코팔은 구리 합금 신소재로 강도가 높고 무게감 있다. 가공에도 용이하다. 현대카드는 코팔이 구리 합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구리는 기원전 6세기 무렵 리디아(현재 터키)에서 처음 등장한 동전의 주원료다.

이번 디자인 도입은 IC카드 대중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지난 2015년 7월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시행됐다. 개정법에 따라 신규·교체 단말기는 IC카드 우선 승인을 적용해야 된다. 카드를 끼워넣는 형태의 단말기를 우선 사용하고 IC칩이 훼손되는 등 거래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마그네틱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카드 불법복제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미 설치된 단말기에는 유예기간 3년을 부여했다. 모든 카드 가맹점은 내년 7월까지 새로운 단말기를 설치해야 된다.

디스플레이 트렌드 쫓는 플레이트

디지털 경영에 대한 비전도 투영됐다. TV, 극장 스크린, 컴퓨터 모니터 등 그간 디지털 기기의 디스플레이는 가로형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작고 휴대에 용이한 디지털 기기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디스플레이도 손 안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세로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을 떠올릴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디지털 환경 및 IC칩 인증 방식 결제 모두 (플레이트) 방향전환에 영향을 끼쳤다"며 "기존 제조공정으로는 세로형 레이아웃을 제작하기 어려웠다.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사(현대카드)는 디지털을 경영 핵심 화두로 삼고 기업의 근본적 성격을 변화시켜가고 있다"며 "(현대카드 만의) 디자인 철학과도 방향성을 같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