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열한 번째 이야기.

정체가 뭘까. 잘 빠진 원뿔 모양이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드는 생김새다. 혹자는 고급스러운 커피포트 같다고 그랬다. 새로 나온 스칸디나비아풍 가습기일지도 모르겠다. 힌트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아래쪽을 보니 이렇게 쓰여있었다. 뱅앤올룹슨(BANG&OLUFSEN).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뱅앤올룹슨? 오디오 브랜드 아닌지.

베오사운드2: 안녕하세요. 맞습니다. 덴마크 명품 음향기기 브랜드죠. 역사가 상당히 깊습니다. 피터 뱅과 스벤드 올룹슨이 1925년 회사를 열었죠. 덴마크 어느 작은 옥탑방에서 시작했습니다. 벌써 90년이 넘었네요.(먼 산을 바라본다.) 두 사람은 라디오를 사랑하는 엔지니어였죠.

뱅앤올룹슨 팬들 참 많던데.

베오사운드2: 잘 알고 있군요. 시장에서 명품 오디오 브랜드로 각인되면서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죠. 특유의 디자인과 시그니처 사운드를 사랑하는 이들입니다. 뱅앤올룹슨은 엄격한 퀄리티 관리를 통해 팬들이 떠날 수 없게 만듭니다. ‘고문실(Torture Chamber)’라고 불리는 실험실에서 수만번의 실험을 통해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죠.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생긴 게 예사롭지 않군요.

베오사운드2: 뱅앤올룹슨은 디자인 철학이 확고합니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고, 인간의 감성에 다가설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뱅앤올룹슨은 사내 디자이너가 아닌 외부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는 걸로 유명해요. 디자이너들의 독창성과 자율성 유지하기 위해서죠. 그들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집니다. 저는 덴마크 산업디자이너 톨슨 벨루어가 디자인했죠.

미확인 비행체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베오사운드2: 제 몸뚱이는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졌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은은한 광택이 정말 고급스럽지 않나요? 저를 음악이 흐르는 조각품이라고 불러주세요. 단순히 예뻐 보이려고 알루미늄을 택한 건 아니래요. 밀폐형 알루미늄 캐비닛이니 불협화음을 방지해주고 왜곡을 제거해 최상의 사운드를 들려줄 수가 있죠.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그래서 본인이 스피커란 거죠? 소리는 어떨지.

베오사운드2: 제 생김새를 보세요. 360도로 사운드를 쏴줄 수 있습니다. 출력은 102W나 됩니다. 요즘 블루투스 스피커들 10W도 안 되는 제품이 많죠. 제가 목소리가 훨씬 크다는 얘깁니다. 또 ‘어쿠스틱렌즈’라든지 ‘어댑티브 베이스 리니어리제이션’ 기술을 적용해 정제된 뱅앤올룹슨 시그니처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어쿠스틱렌즈? 어댑티브 베이스 리니어리제이션?

베오사운드2: 말이 어렵죠? 어쿠스틱렌즈 기술은 스피커 상단에 적용됐습니다. 듣는 사람 위치에 관계없이 음을 일관되게 360도 방향으로 전달해주는 기술이죠. 어댑티브 베이스 리니어리제이션이요? 음악을 듣다가 음량이 갑자기 커질 경우 저음 출력을 자동으로 줄여주는 기능입니다. 음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음악은 어떻게 들으면 되나요?

베오사운드2: 저는 무선 스피커입니다. 음악을 들려줄 기기, 예컨대 스마트폰이랑 연결해서 음악을 재생할 수 있어요. 연결이요? 참 쉽죠. 블루투스라든지, 에어플레이라든지, 구글캐스트라든지 자주 사용되는 무선 연결 기능은 모두 지원합니다.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연결이 끝납니다.

 
▲ 출처=뱅앤올룹슨

제어는 어떻게 하면 될지.

베오사운드2: 심플합니다. 제 머리 부분 터치 휠을 톡톡 두드린다든지 문지르고 돌리는 동작만으로도 모든 조작이 가능해요. 소리를 키우고 줄인다든지 트랙 이동 같은 걸 할 수 있습니다. 심플한 디자인만큼이나 단순한 제어 방법 아닌가요? 저 어려운 스피커 아니에요.

베오플레이1이 있던데, 무슨 차이죠?

베오사운드2: 우린 형제입니다. 둘다 원뿔형으로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키는 제가 더 크죠. 풀레인지 대신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달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제가 중음과 고음 음역대를 훨씬 풍부하게 들려줄 수 있어요. 사운드 퍼포먼스는 제가 한수 위입니다. 가격도 제가 한수 위죠.

▲ 출처=뱅앤올룹슨

POINT 박스를 풀자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음악이 흐르는 예술작품. 이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작품, 아니 스피커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을 걸로 보인다. 키가 43cm 정도로, 어디에 놓아도 부담스러운 크기가 아니다.

음악을 틀자 주변에서 탄식이 들려왔다. 소리가 별로였기 때문이 아니다. ‘늘 곁에 두고 싶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소리가 예쁘고 깨끗했다. 아름다운 고음을 내다가도 때로는 웅장한 저음을 들려줬다.

고백하자면 기자는 ‘막귀’(음질의 좋고 나쁨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귀)에 가깝다. 막귀로 들어도 탁월한 건 탁월한 거다. 다른 중저가형 블루투스 스피커들과는 급이 다른 느낌이다. 음질 면에서 무선이 유선 못 따라간다는 말은 옛날 얘기일 뿐이다.

취약점은 아무래도 가격이다. 무선 스피커가 245만원이나 된다. 최신 사양 PC를 풀세트로 맞출 수 있는 가격이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탄식 소리가 커진다. 베오사운드1의 경우 조금 싸다. 170만원대. 절대 싼 가격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