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이상의 고위공무원의 인사는 왜 1년에 한번씩 해야 하는걸까. 물론 길면 2년까지 간다. 제도상의 문제라기 보다는 운용상 불가피성이라고 한다. 그렇다치더라도 이 인사운용은 일부러 전문가를 안만들려는 몸부림으로 비친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일까.

하지만 그런식으로 인사 체계가 자리 잡으면 누가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올해도 지난해 8개월여를 재직하고 1월 다시 새로운 보직으로 옮겨간 열정 공무원들을 봤다. 그들도 매년 이렇게 옮겨다니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유익할지를 의아해하고, 자괴감에 괴로워 하는 것을 또 목격할 수 밖에 없었다. '소모품'이라는 표현이 과한 표현일까. 능력을 키워주지 않는 이 인사제도가 여전히 최선이라고 그렇게 시행되고 있다.

이런 인사 제도가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지 고민해본 적은 있는지 모르겠다. 보직을 받아 새로운 조직으로 가게 되면 그쪽 실무자들은 '그냥 1년 편하게 계시다가 가세요. 새로운 일은 벌이지 마시고요. 저희가 알아서 다 할께요' 이런 분위기 란다.

혁신, 어떤 혁신도 이런 조직 분위기에서는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다. 그냥 푹쉬시다고 가세요가 결론이다. 그런 현실에 직면한 그 분들은 또 한번 비참함을 느낀다고 한다.  조직의 혁신을 시도한다는 것이 왕따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에서 어쩔수 없는 궁여지책일까. 부정부패는 누가 벌이고, 누가 다스리고, 누가 감독하고, 누가 감시해야 하는가.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제도적 장치도 제대로 작동을 안해서 늘 문제인거지, 그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인사를 해대면 전문가로서의 공무원 양성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은가.

그리고 때 되면 은퇴해야 한다. 그럼 그 경험으로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시장으로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역시 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관업무나 청탁이나 할수 밖에 없는거 아닌가. 전문가로 양성되면 결국 그 경험과 지식으로 민간기업에게 더 좋은 DNA배양에 큰 조력자가 될수 있는데 말이다. 고급 자원들이 공직자가 돼서 국가의 부름을 받아 인사제도에 몸을 맡기면 어느 순간 '엷지만 재빠른 인재'(?)로 성장하게 되는 걸까.  

더 끔직한 것은 당장 비전문가인 고위공직자가 어마어마한 예산을 집행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다. 시장 상황은 차치하고라도 도대체 뭘 알아야 적재적소에 배정을 할수 있지 않을까. 수박겉핡기로 보고만 받고 부하 직원이 보고한 대로 결재해주면 그것으로 끝나나.

그래서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한다. 대부분 대학교수들이 그 역할을 하신다. 하지만 시장에 밝고 디테일한 경쟁력을 가진 교수들은 많지 않다. 이 단계에 이해관계가 끼어들고 그러면 예산은 시작과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

빈대(부패) 한마리 잡자고 초가삼간(전문가 양성) 다 태우는 꼴의 이런 인사제도로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초광속으로 날라다니는 글로벌 경제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아니 반드시 패배할수 밖에 없다. 민관연이 똘똘 뭉쳐서 해도 힘든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자원인 공직사회가 비전문가로 양산되는 현실에서 국가의 미래 청사진은 미완성일 수 밖에 없다. 확신과 혁신이 없으니 눈치나 볼 수 밖에 없다.

고급인력을 고급스럽게, 전문가스럽게 제대로 육성하고 양성하지 못하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그들의 인생2막을 정말 보장해줄 수 없다면 그들이 전문가가 되도록 인사제도라고 잘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제도가 아니고 운용의 묘라도 살려야 하지 않을까.

긴호흡의 정책이 나올수 없는 것은 단견적으로 운용하는 이런 인사제도 때문이 아닐까. 1년짜리 고위공직자들을 이제는 보고 싶지 않다. 그 분야에서만큼은 민간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인사이트가 있는 공무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저는 이 분야의 전문가로 크고 싶습니다"라고 손을 드는 공무원에게는 최대한 전문가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 직급이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가 그들에게는 목표가 되도록 운용해줘야 한다. 그래야 카운터 파트너인 기업이나 시장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보여 줄 수 있다. 또한 이들 전문가급 공무원들이 은퇴를 하고 민간에 나왔을때, 오랜 경륜과 인사이트로 민간기업과 시장 성장을 위해 인생 2막을 불사를 수 있도록 그래서 또 한번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콘텐츠로 단단히 무장한 전문가급 대한민국 공무원들을 보는 그날을 기다리며 한 말씀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