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동양 사태’의 사회적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동양증권은 동양그룹의 부도를 예견하고도 기업어음(CP)과 회사채 판매를 강행해 투자자들에게 1조원대의 손실을 입혔다.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무려 4만여명에 이르렀다.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당시 동양생명은 동양그룹과 별개의 회사라는 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미 2011년 매각됐기 때문에 그룹과 무관하다는 설명이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공교롭게도 동양생명은 과거 속했던 동양그룹과 겹쳐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트론 대출 사건 때문이다.

‘미트론’으로 인한 동양생명의 피해액은 무려 2800억원이나 된다. 대출금은 소비자들이 낸 보험료다. 동양생명의 1개 분기 실적이 고스란히 날아간 셈이다. 만일 동양생명이 미트론 대출을 더 확대했다면 소비자들은 낸 보험료를 돌려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물론 당장 동양생명이 자사 보험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지난해 연말 기준 200%를 상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권고기준인 150%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하지만 장기보험 판매를 위주로 판매하는 생명보험의 상품구조와 업종특성상 기업의 신뢰도 저하는 앞으로의 동양생명 행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믿고 돈을 맡길수 없는 금융사가 되는 셈이다.

최근 동양생명은 ‘미트론’ 저축은행‧캐피탈사가 구성한 공동 채권단에 합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간사기관 협의회를 통해 합의서를 안 지킨 회사에 벌금을 매기는 ‘위약벌’ 제도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만일 위약벌 조항이 적용될 경우 동양생명이 선순위채권자라고 주장하는 담보물에 대해 채권단이 반대하면 변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실 이는 자사 소비자들의 돈을 회수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어떻게든 피해액을 최대한 수습해야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등을 돌렸다. 오히려 고깝게 보인다. 그저 ‘저런 회사에 앞으로 금융상품 가입은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가진다.

당장 사태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겠지만, 동양생명은 불안감에 휩싸인 자사 고객들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아가 재발방지를 위해 대출담보 심사제도 개선과 보완이 절실하다. 동양생명이 소비자가 믿고 돈을 맡길수 있는 든든한 수호천사로 자리매김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