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하다가 갑자기 화면에 블루스크린이 뜨면 먹먹해진다. ‘블루스크린’은 압도적인 파란 색깔의 배경에 쓰인 알 수 없는 경고 메시지를 받아든 사용자의 심경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제목이다. 이 책은 그렇게 블루스크린을 마주한 순간처럼 당황스러운 실수를 했던 IT 산업의 과오들을 모았다.

과거에는 성공을 거두었으나 현재는 자취를 감춘 기업들, 비록 생산이 중단되었지만 한때 혁신적이라고 평가받았던 제품들의 실패 사례들도 있으며,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현재 IT 산업을 이끌어가는 혁신 기업들에게도 존재했던 이른바 ‘일상적인 실패’들까지 한데 모았다. ‘실패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우리 주변에 가득 차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은 IT 업계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젊은 층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우주기업 스페이스 X와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CEO 엘런 머스크는 동시대 최고 혁신가로 불린다. 이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만약 실패를 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라는 엘런 머스크의 당당한 발언은 과연 혁신과 실패가 서로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며, 실패를 부정적인 시각이 아닌 실패 그 자체로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제목만큼이나 목차 구성도 흥미롭다. 다음은 각 장별로 살펴본 주요 내용이다.

 

1장 ‘먼지 쌓인 미래’

오랫동안 방치되어 먼지가 자욱하게 쌓인 미래라는 제목은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목차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기말 사이버가수 ‘아담’, 세계 최초 애완견 로봇 ‘아이보’, 밀레니엄 혁명으로 불렸던 이동수단 ‘세그웨이’ 등은 세상에 등장했을 때는 엄청난 관심과 찬사를 받았지만 현재는 자취를 감춘 제품들이다. 1998년, 세기말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사이버가수 아담을 다룬 페이지는 이런 씁쓸한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비운의 스타 아담은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

 

2장 ‘철 지난 왕년스타’

‘미국의 싸이월드’였던 마이스페이스, 한때 ‘오바마 폰’이라 불리며 유명세를 탔던 별칭 ‘예쁜 쓰레기’의 블랙베리, 국내 1세대 웹서비스였던 야후코리아 모두 과거에는 많은 주목을 받았고 성공을 거두었던 사례들이다. 책에서는 마이스페이스의 실패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페이스북이 등장하면서 마이스페이스는 빛을 잃었고, 경직된 조직 분위기의 기업에 인수되면서 고유의 특색이 흐려졌는데, 주요인은 무리하게 벌인 광고 사업과 계정 해킹 때문이었다.

 

3장 ‘공룡의 깨진 발톱들’

거대한 몸집의 공룡은 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수식어다. 이 장에는 IT 업계의 ‘공룡’으로 불렸던 대기업들의 실수가 담겼다. 아이폰 5C, 구글글래스 등은 그래서 ‘공룡의 깨진 발톱’이라 불릴 만하다. 아이폰 5C는 최초로 실패한 아이폰이라는 평가를 받은 제품이다. 이전 모델이었던 아이폰 5와 큰 차이가 없었으며 함께 공개되었던 프리미엄 제품 아이폰 5S와는 가격이 비슷했다. 보급형이었던 아이폰 5C는 한국 시장에서 그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4장 ‘물 잘못 만난 물고기’

물 만난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며 업계를 정복할 줄 알았지만 그러지 못했던, ‘물 잘못 만난 물고기’가 되었던 사례들이다. 대표적인 예는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 우버다. 택시업계와의 심한 마찰을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 실패 요인이었다. 아마추어적인 태도로 시장에 접근했던 탓에 한국 소비자에게도, 정부에게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결국 카카오택시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말았다.

 

5장 ‘어쩌다 우리는’

‘한국 IT 산업의 혁신’이고 싶어 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사례들을 모은 장이다. 한때 동거동락하며 국내 게임시장의 두 거대 기둥이었던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실패로 끝난 협력 관계가 설명되어 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사들인 뒤 만들어낸 현금으로 함께 글로벌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를 인수하려 했다. 하지만 이는 두 회사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정리하며 끝나게 되었다.

 

6장 ‘실패는 혁신의 어머니’

실패와 혁신의 상관관계는? 이 장에서는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자 했던, 얼핏 보면 무모하게 보이기도 하는 사례들이 나와 있다. “만약 실패를 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았다는 것”과 “실패를 안 하면 결국 모험을 안 한다는 뜻이다. 만약 1년 동안 실패보다 성공이 많았다면 실망하게 된다”는, 이 대담한 발언의 주인공들은 누구일까. 스페이스 X와 테슬라의 CEO인 엘런 머스크, 그리고 단 4종의 게임으로 세계 최고 게임사가 된 수퍼셀의 CEO다. ‘성공했을 때는 맥주, 실패했을 때는 샴페인’을 들며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는 것을 축하하는 문화는 그들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다. 

 

<블루스크린>, 조재성 지음, ER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