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보장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가입이 가능해지는 등 규제 완화로 전세금보험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세금보장보험 전년대비 가입 9배 급증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에 새로 가입한 세대는 3만4285세대로 전년(3941세대)대비 9배 가까이 급증했다. 민간기업인 SGI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 역시 2015년 1만4156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1만5705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금보장보험은 전세 계약이 끝나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이를 보장해 주는 보험이다.

만일 집주인이 대출받아 집을 구매한 뒤 돈을 갚지 못하면 부동산은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 이렇게 된 경우 임차인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혹은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금을 이용해 투자를 진행하거나, 빚을 갚는 경우도 나타난다.

현재 시중에 나온 보험 상품은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과 SGI서울보증의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 등 두 가지가 있다. HUG의 상품은 보증요율이 연 0.150%로 저렴하지만 보장한도가 5억원으로 한정돼 있다. SGI서울보증은 전세금을 100% 보장해 주지만 보증요율이 연 0.192%로 HUG상품에 비해 다소 보험료가 높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경우 임차인 확보가 쉽지 않아 전세금 미반환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105만3069가구로 2015년 대비 11.8% 감소했다. 주택 전월세 계약 중 전세비중은 지난 2013년 61.7%였지만 지난해는 55.6%까지 줄었다.

KB국민은행의 분석자료를 보면 전국 전세가구는 총 350만 가구지만 잠재적 깡통전세 위험 가구는 300만 가구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GI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호가 되기 때문에 전세자금보험에 대한 수요가 없었지만 최근들어 늘어나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며 “임대계약이 활성화되지 않는 지역이나 전세금이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는 곳의 경우 소비자들이 가입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출처=각 사

‘무제한 전세보증보험’ 나온다

다만 전세자금보험의 경우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세입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집주인이 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업·다운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불법 거래가 있는 경우 이를 감추기 위해 (전세자금보험 가입) 동의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적으로 의무가입보험으로 지정하지 않는 이상 시장이 성장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거절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금융개혁 추진과제 브리핑에서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 없는 '무제한 전세보증보험' 출시 계획을 밝혔다.

또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부동산중개업소(단종 보험대리점)에서 직접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맹업소를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재 서울보증보험 전세보증상품을 취급하는 부동산은 전국 40여 곳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자금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해 ‘깡통전세’의 위험에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