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량공유 서비스, 그 중에서도 카셰어링이 공유경제의 바람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라는 모집합을 공유하는 라이드 셰어링이 자리를 잡는 상황에서 서서히 카셰어링 자체도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카셰어링은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 경쟁력을 오프라인 지형의 변화로 끌어내려는 노력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O2O의 실질적 비즈니스 모델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다만 카셰어링 자체가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방법론이 아닌, 편안하고 신속하게 수요자의 욕구를 채워주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 변형된 공유경제, 혹은 온디맨드의 가치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

기본 속성이 비슷한 라이드 셰어링의 대표주자 우버가 경제적 불평등 지수 2위를 기록하던 200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출처=우버

카셰어링, 기지개를 켜다

차량공유 서비스에서 제일 먼저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분야는 일정 기간 차량을 빌려주는 카셰어링이었다. 하지만 우버와 리프트 등 운전자와 탑승객을 중개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부상하며 권력의 중심은 라이드 셰어링으로 옮겨간 바 있다.

여기에 청소년의 통학 서비스만 전문으로 제공하는 홉스킨드라이브, 8인승 밴만 운용하는 바이아 등 특화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며 라이드 셰어링 기조는 더욱 강력해졌다. 물론 우버와 리프트도 신선식품 배달부터 자가용을 넘어 다양한 운송수단을 활용하면서 이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라이드 셰어링의 진화가 거듭되며 오래된 운전자들의 협업이 어엿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경우도 생겼다.

카풀이 대표적이다. 엄연히 라이드 셰어링의 범주에 들어가는 카풀은 구글 웨이즈 라이더처럼 같은 방향의 운전자를 함께 찾아가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도 비슷한 서비스를 풀러스와 럭시 등이 수행하고 있다. 더 들어가면 심야시간 정교한 경로 알고리즘으로 승객을 한꺼번에 나르고 있는 콜버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카풀의 경우 법적인 문제가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아 시장의 반응은 일단 정중동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초 차량공유 서비스의 바람을 일으켰던 카셰어링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네이버가 움직였다. 1200억원을 투입해 네이버랩스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실험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는 상황에서 당연한 수순이지만, 플랫폼 사업의 고수인 네이버의 카셰어링이 자율주행차의 비전 발표 직후 나온 대목도 눈길을 끈다. 결국 `하나의 사업`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 외 국내 기업에서는 쏘카와 그린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쏘카의 경우 흥미로운 부분이 다수 보인다. 강력한 마케팅을 통해 카셰어링의 저변 확대에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편의점을 오프라인 거점으로 활용하는 한편 신규 쏘카존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으며 '담배와의 전쟁'이라는 재미있는 캠페인을 통해 카셰어링의 순기능을 잡아내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일반 렌트업체와 달리 말 그대로 쏘카는 차량을 공유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용자 기능을 차근차근 장악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물론 쏘카 차량 절도 및 차량 손상 등 부작용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쏘카는 말 그대로 순항하고 있다.

최근 쏘카가 조정열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한 지점도 눈길을 끈다. 기존 이재용 대표는 VC 소풍의 관계자였으나 조정열 신임 대표는 쏘카 지분 20%을 확보한 SK쪽 인사로 분류된다. T맵은 물론 인공지능 스피커인 누구의 출시로 4차 산업혁명을 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SK가 쏘카와의 접점을 찾으려는 능동적인 시도를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참고로 쏘카의 창업자이자 '연쇄 창업마'라는 별명을 가진 김지만 씨는 최근 카풀앱 풀러스의 대표에서 물러나 공동 창업자인 김태호 부사장에게 뒤를 맡겼다)

쏘카와 SK의 접점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쏘카는 물론 그린카 등 소위 카셰어링 업체로 분류되는 기업들이 현재 '돈'을 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아직 가능성만 타진하는 단계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실험적 의미의 비즈니스 모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이 스마트 모빌리티의 핵심에 위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차랑공유 서비스 시장 전체가 마찬가지다. 우버와 리프트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풀 서비스인 풀러스도 궁극적인 목표를 자율주행차로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카카오가 카카오택시 등을 발판으로 O2O 전략을 스마트 모빌리티와 그 외 생활 O2O로 카테고리를 정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미래 자동차 산업을 제조의 영역이 아닌, 공유와 온디맨드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개인이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유하는 시대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이라는 키워드가 삽입되면 현존하는 모든 차량은 개인화된 특화 이동 플랫폼으로 변신한다. 굳이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가 없으며, 모든 차량이 공유되는 시대.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가 "우리의 라이벌은 택시가 아니라 완성차 업체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시대가 온다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재앙이다.

그 중심에서 라이드 셰어링을 비롯해 카셰어링은 자율주행차를 바탕으로 공유되는 '인공지능 개인화 특화 이동 플랫폼'의 근간을 차지할 수 있다. 특히 카셰어링은 운전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수준이 아닌 차량 그 자체를 공유하기 때문에 데이터 확보에 훨씬 충실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진격을 단순히 '자율주행차'라는 범위에 한정시키기도 어려워진다. 여기에서 SK와 쏘카의 접점을 재조명하면,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ICT 플랫폼 전체에 쏘카의 존재감이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는 여지를 찾을 수 있다. SK가 쏘카에 20%의 지분을 투자한 진짜 배경으로 풀이된다.

▲ 출처=쏘카

카셰어링, 새로운 시대 열까?

O2O 자체가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지 못한 상태에서, 카셰어링은 빅데이터 측면에서 강점을 확보하는 한편 그 이상의 초연결 시대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자율주행차 이상의 가치다.

다만 현재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라이드 셰어링의 바람이 여전히 매서운 부분, 나아가 카풀 등 다양한 특화 서비스의 동시다발적 등장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그들의 비전과는 별개의 문제다. 카셰어링 자체를 정보의 확보로만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자율주행을 넘어서는 미래가치로 활용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