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波瀾萬丈)했다. 경영권이 이리저리 넘어가며 힘든 세월을 보냈다. 법정관리를 경험했다. 공장이 멈추는 최악의 파업 사태도 겪었다. 중국 기업에 사기까지 당했다.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인 쌍용자동차 얘기다.

지난 2010년 새 주인을 만나며 상황이 달라졌다. 2015년 티볼리라는 ‘대박 신차’가 탄생하며 제대로 분위기를 탔다. 판매 실적은 매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5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9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 코란도 시리즈가 도로 위를 점령하던 과거의 영광이 재현될 듯하다.

티볼리가 일을 냈다. 23개월만에 내수 10만대 판매 고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창사 이래 최단기간의 신기록이다. 국내 ‘베스트셀링카’ 10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선전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그먼트에서 왕좌를 차지했다. 티볼리 덕분에 회사의 월간 내수 판매량도 12년만에 1만대를 넘겼다.

쌍용차 ‘부활’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둘도 없는 효자다. 이란 등 중동 국가 뿐 아니라 유럽 등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비결은 ‘초심’이었다. 쌍용차는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며 새 모델 개발에 열중했다. 소형 SUV라는 신시장 개척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무쏘를 만들던 시절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회사를 키우겠다는 초창기 마음가짐이 티볼리에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눈 앞의 이익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차를 만든 것이다.

아쉬운점이 있다. 브랜드내 다른 모델들이 티볼리의 ‘후광 효과’를 잘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스타플레이어’가 있으면 다른 차종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진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전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티볼리를 보러 왔다가 코란도 C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이 꽤 많아야 한다는 의미다.

티볼리(티볼리 에어 포함)의 2016년 국내 시장 판매량은 5만6935대. 쌍용차 전체 판매(10만3554대)의 59%에 이른다. 수출 실적 역시 2만8886대로 전체(5만2200대)의 55%를 차지한다. 한 가지 차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지적이다.

티볼리를 제외한 개별 모델 판매실적이 대부분 답답한 상태다. 간판 모델인 코란도 C는 8951대로 성적이 전년(1만5677대) 대비 42.9%나 빠졌다. 렉스턴 W 역시 13.6% 떨어진 실적(5260대)을 올렸다. 체어맨 W와 코란도 투리스모 역시 판매가 각각 25.9%, 6.6% 하락했다. 모델 노후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쌍용차가 티볼리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실현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한 차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장 차를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량 교체주기에 돌입한 고객들을 다시 끌어올 복안이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쌍용차가 나름대로 탄탄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뒀다는 것이다. 매년 한 차종 이상의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다. 올해는 프리미엄 SUV ‘Y400'이 나올 예정이다. 중국 현지공장 설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등 판로 확대를 위한 걸음도 빠르다.

티볼리로 부흥한 쌍용차가 ‘티볼리를 넘어야 한다’는 숙제를 받아든 모양새다. 진심은 통하는 법. 수많은 시련들을 이겨낸 쌍용차만의 DNA를 다시 만나길 기대해본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답이 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