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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의외로 쓸모있는 개념어 사전] 남과는 조금 다른 ‘연애담’ 속 예외
김영수 칼럼니스트  |  stels.lee@econovill.com  |  승인 2017.02.14  06:54:42

예외(例外)

일반적인 규칙이나 정례에서 벗어나는 일

 

   

한자어를 그대로 풀자면, 이 말은 일반적인 규칙(例) 바깥(外)에 머무는 것을 뜻한다. 유럽어를 봐도 기본적인 의미는 다르지 않다. ‘예외’를 뜻하는 영어 ‘Exception’이나 이탈리아어 ‘Eccezione’의 어원은 라틴어 ‘Excapere’인데, 이 단어 역시 ‘바깥으로(Ex)-잡아냄(Capere)’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예외란 ‘내부’를 규정하는 질서나 규칙에 부합하지 않아 외부화된 것을 가리킨다.

예외는 규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엇인가가 ‘예외적인 것’으로 규정되기 위해서는 법이나 규칙이 먼저 있어야 한다. 즉, 규칙 없는 예외란 없다. 한편 ‘예외는 예외가 아닌 것을 정립한다(Exceptio probat regulam de rebusnon exceptis)’는 라틴어 경구처럼 예외를 통해 선명해지는 안과 밖의 경계선은 내부의 질서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낸다. 말하자면, 예외는 규칙을 보다 분명하게 인지하도록 이끈다. 예외 없는 규칙이란 없다.

예외란 규칙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예외적 존재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 역시 그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가 담겨 있다. <세조실록>에는 ‘사방지’라는 유명한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이 나온다. 실록은 그가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모두 가졌다고 전한다. <명종실록>에 나오는 ‘임성구지’라는 인물의 몸도 사방지와 같았다고 한다. 사대부들은 사방지와 임성구지를 극형에 처할 것을 임금에게 강력하게 요청했다.

신체가 반만 있는 반인(半人)을 향한 사대부들의 태도는 사방지와 같은 양성인(兩性人)의 경우와 사뭇 달랐다. 그들은 연민의 대상이었지 처벌의 대상은 아니었다. 이런 상반된 태도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방지를 죽여달라며 세조에게 한 사대부는 말한다. “하늘에 달려 있는 도리는 음과 양이라 하고, 사람에게 달려 있는 도리는 남자와 여자라고 합니다. 이 사람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니, 죽여서 용서할 게 없습니다.” 반인과 달리 양성인은 체제에 위협적이었던 것이다. 사대부에게 양성인은 음‧양, 남‧녀, 군‧신, 노‧소, 양반‧평민의 이분법, 즉 조선 사회의 근본 질서를 뒤흔드는 존재였다.

   

예외적 존재란 낯선 만큼 신비롭고 매혹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고 위협적이다. 질서와 규칙은 수면 아래 잠겨 있을 때 가장 강력하게 작동한다. 예외적 존재를 통해 일단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 그 질서와 규칙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사람은 나오기 마련이다. 당연시되던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들. 역사적으로 빈번하게 자행된 예외적 존재를 향한 폭력의 긴 그늘 안쪽에는 내부인들의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연애담>에서 윤주는 우연히 동성인 지수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평소 왜 연애를 하지 않느냐고 성화를 부리던 친구에게 그 사실을 힘겹게 밝히지만 윤주에게 돌아오는 건 모멸감뿐이다.

‘소수자’란 단지 수가 적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저 말은 정상이라 일컬어지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예외로 취급되는 이들, 선 밖에서 사는 이들을 가리킨다. 소수자를 대하는 태도를 놓고 볼 때, 조선과 대한민국은 얼마나 멀까. 사방지와 임성구지는 둘 다 간신히 죽음을 면했지만 평생 고립된 채 자신을 숨기고 살아야 했다. 그와 같은 이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있다.

예외는 규칙을 드러내고, 외부는 내부를 고발한다. 예외를 대하는 태도에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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