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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정의 미래탐험] 정치적 수사(修辭)도 인공지능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2040ironman@gmail.com  |  승인 2017.02.06  07:10:15
   

새해 들어서 미국 피츠버그 리버스(Rivers) 카지노에선 흥미로운 포커 게임이 벌어졌다. 카네기 멜론(Carnegie Mellon)대학교 교수인 투오마스 샌드홀름(Tuomas Sandholm)과 그의 박사과정 학생인 노엄 브라운(Noam Brown)이 개발한 포커 게임용 인공지능인 리브라투스(Libratus)와 네 명의 포커 게임 고수들이 20여 일 동안 총 12만 판의 세기적인 포커 게임을 치렀다. 경기 방식은 헤드업 무제한 텍사스 홀뎀(Head-up No Limit Texas Hold’em)으로 게임 중 일부 카드만 볼 수 있어 블러핑(Bluffing) 전략이 중요하며, 베팅과 레이즈(Raise) 금액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계산이 불가능한 10의 161승이나 된다. 결코 수학이나 논리로 게임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심리전과 자기절제로만 게임을 이끌어갈 수 있다. 엄청 좋은 패가 서로 맞부딪히면 상대가 나에게 굴복하길 기대하지 말고 내가 상대에게 져주는 편이 더 현명하다고 할 정도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숨 막히는 게임 방식이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인공지능이 포커 고수들을 상대로 약 150만달러 이상의 칩을 땄다. 즉, 인공지능이 포커 게임에서도 고수들을 누르고 승리를 했다. 사실 포커 게임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게임인지라 인공지능이 다루기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되었고 특히 헤드업 무제한 텍사스 홀뎀 방식은 수학적 계산이 불가능한 방식이라 이번 결과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꺾은 또 다른 획기적인 이정표로 기록된다.

 

비즈니스 협상을 인공지능에 맡긴다

인간과 기계가 계산이 가능한 게임을 하게 되면 인간이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알려졌기에 포커 게임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꺾었다는 사실은 큰 뉴스거리가 안 된다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포커 게임에서 사람을 이겼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포커는 바둑과 달리 판세를 정확히 읽을 수 없는 불완전한 정보로 벌이는 게임이다. ‘에이스 풔카(A Four Cards)’를 가졌다 해도 마지막 순간까지 무지막지한 베팅을 할 수가 없다. 상대가 더 높은 ‘스트레이트 플러쉬(Straight Flush)’일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패가 약하다고 베팅을 소극적으로 할 수 없다. 상대에게 간파당해선 상대의 강력한 베팅을 결코 이겨내지 못한다. 포커 게임은 엄밀한 의미에서 수학이 아니고 심리전이다. 상대방의 베팅이 진실인지 아니면 블러핑인지 추론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선 인공지능이 과감히 블러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심리적 판단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포커 게임을 쉽게 다루지 못했다. 그런데 카네기 멜론 연구자들은 불완전한 정보게임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서 리브라투스를 개발했다. 사실 비즈니스 협상이나 벤처투자, 군사전략, 사이버 보안 그리고 질병 치료법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두뇌는 거의 대부분 불완전한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만약 인공지능이 포커 게임과 같은 불완전한 정보게임에서도 인간을 능가하는 실력을 발휘한다면 인공지능에게 비즈니스 협상을 맡겨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인간보다 멍청한 인공지능을 비즈니스에 투입해서 의사결정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인간보다 강력한 판단을 할 줄 아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포커 게임의 승패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 피츠버그 포커 게임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11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리브라투스는 고정된 전략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 전략을 수정해 주는 알고리즘만 가지고 있다. 상황이 바뀌면 가망이 없는 수를 무시해 버리고 더 새롭고 빠른 탐색법을 채택할 수 있다. 인공지능 개발자인 노엄 브라운은 매일 저녁 게임이 끝난 후 리브라투스를 피츠버그 슈퍼컴퓨터에 연결시켜 하루 동안 치른 게임 데이터를 기초로 알고리즘을 스스로 수정하게 했다. 밤새도록 업그레이드된 알고리즘은 이튿날 게임에 바로 투입됐다. 마찬가지로 포커 고수들도 매일 밤 10시에 게임을 마친 후에 저녁을 먹고 새벽 2시까지 인공지능의 약점을 공유하고 새로운 전략을 가다듬은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사람들은 매일같이 11시간 동안 게임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리브라투스는 연구자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월등히 빠르게 진보했다. 리브라투스는 사람처럼 블러핑을 해 포커 전문가들이 베팅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물론 상대방의 표정이나 몸짓을 보고 거짓말인지 판단해낸 것은 아니고 상대의 카드가 더 좋은 패를 가질 확률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에 근거했다고 본다. 블러핑 능력은 포커와 같은 오락용 게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고 비즈니스 상담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매우 유효한 수단이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나 추론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일에 크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선거의 판세를 미리 추정하는 수단으로 여론 조사가 널리 쓰이지만 여론조사는 여론 조작이나 마찬가지라는 설이 있다. 특히 정치판 여론조사는 여론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호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출마자들은 좋은 정책을 발굴하고 이를 홍보하는 일보다 여론조사 결과를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에 몰두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엔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결과와 엇갈리는 현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론조사의 부정확성은 다양하게 드러나 있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약진, 영국의 유로존 탈퇴, 미국의 트럼프 당선 등은 여론 조사가 잘못된 사례들이다. 물론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여론조사가 실시되지만 모집단의 크기가 1000명 정도로 적기 때문에 데이터의 신뢰도가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여론조사 방법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근본적으로 조사 대상자들이 속내를 밝히기 싫어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 수집이 어렵다. 포커 게임처럼 감춰진 변수가 너무도 많은 게 여론 조사의 단점이다. 따라서 여론조사에 인공지능을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여론 조사도 인공지능에 맡긴다

작년 말 미국 대선전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한 인공지능 모그아이에이(MogIA)가 주목을 받았다. 모그아이에이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에 등장하거나 참여하는 빈도수가 높은 후보가 승리한다는 간단한 논리만으로 선거결과를 맞춰냈다. <포브스>는 트럼프의 트윗이 거의 모든 정치세력으로부터 분노와 비난을 받을 만한 행동과 주장들로 점철되어 있어서 논란만 일으킬 뿐 유권자의 표심까지 연결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결과를 폄하했지만 선거 결과는 모그아이에이가 예측한 대로 나타났다. 모그아이에이는 2000만점이 넘는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기에 일반적인 여론조사가 안고 있는 데이터의 신뢰성 문제를 극복했다고 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대중의 여론은 곧 빅데이터이며 이는 선거판 흐름을 가장 잘 읽어낼 수 있는 수단임을 부인할 수 없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 비전을 세울 지도자가 필요하다

국내 정치판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짧은 선거기간 동안 누가 대권을 잡을지에 대해서 억측이 많다. 이미 대세를 잡았다고 믿는 문재인과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지면 판세가 요동치기 때문에 지금의 지지율대로 대세가 결정되지 않는다고 믿는 이재명, 안철수, 안희정이 있다.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여권 출신이 득세하긴 힘들지만 유승민이나 황교안도 잠룡 그룹에 속한다. 선거전을 펼치는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이슈나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었는지에 따라서 결과는 유동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보자의 말 한마디 그리고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지략가들의 치밀한 전략에 의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동시에 갖가지 인터넷 여론 조성도 중요한 전략이다. 후보들은 분야별 전문가들을 동원해 자문단을 구성하고 이슈를 선점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대중에게 먹힐 만한 정책들을 수립하게 되지만 최종적으로 후보자가 내뱉을 메시지를 정리해줄 핵심 참모가 필요하다. 즉석에서 가공되는 이슈나 정책이라도 대중을 향한 구호와 이미지는 대세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시대적 소명을 짊어질 각오가 되어 있음을 가는 곳마다 밝혀야 한다. 내세우는 주장이나 구호마다 국민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메시지를 담아내야 한다. 이런 메시지는 후보자의 잠재적 역량과 함께 핵심 참모진들의 지혜와 지략에서 나온다. 시의 적절하게 쏟아내는 메시지가 전체 판세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의 선호도나 시대적 소명을 읽어내는 좋은 참모진이 중요하다. 지금 대중이 어떤 지도자를 원하는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후보자는 자신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코스프레(Costume Play)해야만 한다.

중국의 고전을 읽다 보면 제후들의 책략을 받쳐주는 군사(軍師), 책사(策士), 모사(謀士)들이 등장한다. 어떤 일을 도모할 때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을 모사라 하고, 꾀를 내어 정책을 제안하는 사람을 책사라 한다면, 대세를 읽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전술전문가는 군사라 칭한다. 춘추전국시대에 이들이 활용했던 갖은 묘수들은 고전에 등장하고 병법들로 전해 내려온다. 대표적인 사례로 외교, 정치, 심리를 인간의 욕구와 결부시켜 꿰뚫어 본 <손자병법>이 있고, 중국 상고시대부터 명나라까지 3000여 년 동안 제자백가의 경전과 역사학자들의 기록물들에서 어려운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풀어낸 지혜들을 모아 놓은 <지낭(智囊)>이 있다. 고전들이 제공하는 수많은 지혜들은 오늘에도 비즈니스, 정치, 군사전략에 크게 활용될 수 있는 사례들이다. 이런 유형의 다양한 자료를 데이터로 삼아 문답식으로 묘책을 제안해 주는 인공지능 앱이 있다면 상대를 설득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즉석에서 해결할 만한 지혜를 가르쳐 주는 훌륭한 정치 도구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정치판에서 당장 필요한 도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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